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호박이랑 고추 토마토로 내가 자식들 대학 보내고 밥 먹이고 살림 차리고 했지."

농촌 연대활동에서 이장님과 즐겁게 막걸리를 기울이며 수없이 들었던 이야기다. 그렇다, 드넓은 땅은 이렇게 농부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비옥하게 만드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농업이 과학기술의 발달로 거듭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에는 농업생산력의 폭발적인 증대라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농부의 몫은 그만큼 많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가을만 되면 꼭 한두 개의 작물을 갈아엎는 모습을 보게 되지 않던가. 단작농이 대부분인 현재는 불행히도 시장의 가격에 따라 농민 전체의 인생이 송두리째 뽑혀나가기도 한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표지
 <무엇을 먹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표지
ⓒ 에코리브르

관련사진보기

땅이 내놓은 결실은 시장 가격이 높거나 적정하면 대박, 낮으면 쪽박이 된다. 이렇게 외부에 의존적인 구조가 점차 고착화 되어, 과거부터 지역 모든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식량주권은 사라져 가고 있다.

책 <무엇을 먹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는 국가 및 지역사회에 적용 가능한 다양한 모델과 새로운 대안들을 소개시켜주고 있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관점은 '미래지향적이고 지속가능한 농업'이다.

위의 사례를 비추어 보았을 때, 농업 생산력의 증가만으로는 모두가 행복할 수 없다. 농업도 복지처럼 분배가 필요한 것이다.

책에서는, 미국에서 옥수수 생산량의 대부분이 바이오 에탄올로, 독일의 대두의 대부분은 축산사료로 유입되기 때문에 특정지역의(대체로 선진국) 생산량 증가가 전체적인 낙수효과를 일으킬 수 없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개발도상국과 중진국의 식량 가운데 40%가 소비자들에게 가기 전에 들판에서 2차 수확할 때 그리고 운반할 때 이미 썩어버린다고 한다. 또한 운송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도 많기 때문에, 지역사회 자체에서 생산해 낼 수 있는 '농업' 방식과 '분배' 문화가 필요 하다고 한다.

대안적인 재배문화인 'Permaculture'

"현지에서 주어진 자원을 연결하고 물질대사를 적절하게 활용해 현지에 적합한 농업을 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식량의 자체공급능력을 강화하고 공동체의 삶을 지원하는 것이다." - 레기오날 베르트 주식회사의 'PERMACULTURE'

이 책에서 언급한 레기오날 베르트 주식회사는 오직 자신의 지역농업에만 자본을 투자하는 특이한 회사다. 설립자 크리스티 안히스는 "돈버는 것을 절대 싫어하지 않습니다만, 환경과 사회 특히 자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돈을 버는 것은 반대합니다"라고 하였다.

그들은 소농민들이 친환경적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식량주권 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 영양분을 지속적으로 땅에서 얻을 수 있는 순환 시스템. 그리고 '소농' 중심의 적정 규모의 다양한 농작물 재배와 먹이사슬 시스템을 활용한 생산력 증대가 핵심이다.

순환 시스템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중 독일 북부에 위치한 벤트란트(wendalnd)에서는 바이오숯, 퇴비, 똥거름, 점토조각 등의 부산물을 열분해 시킨 테라프레타를 이용하는 방법, 미국 밀워키에서 아쿠아포닉(물고기 양식과 수경재배를 융합하여 작은 순환을 만듦)이 있다. 이러한 방식과 더불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식량의 자체공급능력의 강화와 공동체 삶의 증진을 지역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이 모델의 방향이다.

이렇게 '소농' 중심의 농업이 지역사회에 정착되고, 화학비료로 피폐해진 땅이 다시 건강한 부식토로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릴 적 두 손을 모아 흙을 한 움큼 퍼냈을 때 코에 스몄던 냄새. 그리고 식탁에 항상 올라오는 제철 과일과 싱그러운 야채가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단백질이 곤충?!

"문제는 환경훼손이 상품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것이 포함된다면 당연히 미래지향적 순환농업이 가장 저렴할 것이다."


패스트 푸드, 즉석 음식, 전화 한 번만 하면 바로 가공되어 올라오는 음식들에 편해진 우리들에게 생태순환형 농업은 생소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해서 사먹는 수입산 고기와 닭, 오리들이 배출하는 폐기물을 환경훼손비용으로 환원한다면 아마 비싸서 사먹지 못할 것이다. 

싸고 저렴한 단백질로 유명한 계란조차도 한국에서는 사상 최악의 AI 사태로 인해 금란이 되지 않았던가. 책에서는 미래를 위해 단백질 섭취를 줄이거나, 새로운 단백질원을 하나 제안한다. 바로 '곤충'이다.

"곤충은 1KG당 소와 돼지에 비해 10~100배나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이들을 키우기 위한 면적 또한 1/10정도면 충분하다. 1KG의 곤충 단백질을 얻기위해 2KG의 사료가 필요한 반면 1KG의 쇠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8KG의 사료가 필요하다."

획기적이지만, 곤충이 주는 구역질을 이겨내긴 어렵지 않을까. 하지만 축산업에서 필요한 엄청난 수요의 단백질을 대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단백질이 될 수 있다. 이는 전갈튀김, 바퀴벌레 튀김 '곤충간식'으로 유명한 태국의 귀뚜라미 사육장에서부터 성공적으로 안착되고 있다.

양질의 땅, 생물 다양성, 풍부한 물 그리고 안정적 기후는 식물과 동물 모두에게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책 곳곳에 숨어있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방대한 자료들을 통해 우리 모두가 미래세대의 삶과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해보았으면 한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 전 세계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발렌틴 투른 & 슈테판 크로이츠베르거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2017)


태그:#지속가능한, #농업, #토지, #작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