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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장관과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기대하는 바가 큽니다."
8일 10개단체 15명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대표단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8일 10개단체 15명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대표단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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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다. 지난 8일 폭염이 절정에 달한 낮 12시 30분 즈음 경복궁 동문 앞 주차장에 도착했다. 청와대 방문을 하려면 이곳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이미 2~3대의 관람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관광객들을 비롯해 시민들이 서너 명씩 스쳐 갔지만, 아직은 한산했고 대기실 문도 잠겨있었다. 10분쯤 지나자 참석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면담에 참여하기로 한 10여 개 피해자 단체(가피모, 너나우리, 유족연대 등)의 대표자 15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이었다.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아래 가습기넷) 소속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속속 모여들었다. 일반관람버스가 아닌 대표단이 이용할 버스도 도착했다.

8일 10개단체 15명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대표단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가습기넷 활동가들이 대표단을 배웅하고 있다.
 8일 10개단체 15명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대표단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가습기넷 활동가들이 대표단을 배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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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을 앞둔 대표단의 심정에는 전반적인 기대감과, '구체적인 해결방안까지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었다. 낮 12시 57분쯤 활동가들이 버스 앞에서 피케팅을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어느 중년남성은 못 믿겠다는 듯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아직도 해결이 안 되었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다른 시민은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들을 가만두어서는 안 된다", "옥시는 반드시 불매해야 한다" 등 가해기업들에 대한 감정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피케팅은 10분 넘게 계속되었다. 버스는 예정대로 오후 1시 15분에 청와대로 향했다.

8일 10개단체 15명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대표단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가습기넷 활동가들이 대표단을 배웅하고 있다.
 8일 10개단체 15명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대표단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가습기넷 활동가들이 대표단을 배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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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책임 인정한 문 대통령 모두발언에 환호 터지기도

대표단을 배웅하고 시민사회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가습기넷에 연대하는 활동가들은 짜장면으로 요기하고, 인근 카페에서 초조하게 면담결과를 기다렸다. 이들은 막간을 이용해 향후 캠페인 일정과 후속대응 등을 논의했다. 그렇게 2시간이 흘렀다.

오후 3시 15분쯤 다시 경복궁 동문 주차장으로 향했다. 당초 오후 3시쯤에는 면담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길어졌다. 폭염이 우려됐지만 다행히 바람이 불어 기다리는 이들의 체감온도를 확실히 낮춰주었다.

3시 50분쯤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공개되었다. 활동가들은 숨죽여가며 읽어 내려갔다.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대목에서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8일 10개단체 15명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대표단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을 마치고 일부 대표자들과 간략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8일 10개단체 15명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대표단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을 마치고 일부 대표자들과 간략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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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10개단체 15명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대표단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을 마치고 일부 대표자들과 간략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8일 10개단체 15명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대표단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을 마치고 일부 대표자들과 간략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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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6분 무렵 출발했던 버스가 돌아왔다. 대표단의 표정은 전반적으로 고무적이었다. 가피모 강찬호 대표는 "속 시원하게 얘기 다 했고, 결과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상규명, 피해자 산정 기준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겠다는 등 현안에 대한 충분한 답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3·4등급 피해자 단체들의 분위기도 긍정적이었다. 문 대통령이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4등급 피해자이며, 너나우리 공동대표 조숙미씨는 "(문 대통령이) 발언이나 내용에 대해 편견이나 시간제약을 두지 않았고, 꼼꼼히 메모하며 귀담아들었다"라고 면담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참석자도 "환경부 장관과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이 전해졌다.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은 10분 동안 간략하게 진행되었다고 한다.

8일 10개단체 15명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대표단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을 마치고 일부 대표자들과 간략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8일 10개단체 15명으로 구성된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 대표단이 청와대에 방문해 문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을 마치고 일부 대표자들과 간략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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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표자들은 서대문구에 위치한 환경보건시민센터로 이동해, 시원한 맥주도 한잔하며 면담내용을 복기했다. 면담 직후보다는 분위기도 한층 차분해졌다.

그들은 대통령의 발언과 답변을 회상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와는 다르다", "가습기살균제참사를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에 이어 사건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3~4번 강조했다고 말했다. 기존 피해등급에 관해서도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확대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환경부 일개 부처만으로 해결이 어려우니,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해 관련부처에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면담에 참여한 어느 피해자는 살아있으면 7세가 될 아이를 떠올리며, "아이도 잃고 이혼도 했고 모든 걸 잃었다. 너무 늦어서 이 자리가 고맙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이 말에 면담장의 분위기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이어 피해자들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3~4차례 울음바다가 되기도 했으며, 환경부 장관은 엉엉 울었다고 한다.

8일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과 문대통령이 면담을 가졌다. 일부 대표자들은 이후 서대문구에 위치한 환경보건시민센터로 이동해 면담을 복기해보았다. 한시간 반 가량 진행되었고 이날 모든 일정은 6시 좀 못되서 마무리되었다
 8일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과 문대통령이 면담을 가졌다. 일부 대표자들은 이후 서대문구에 위치한 환경보건시민센터로 이동해 면담을 복기해보았다. 한시간 반 가량 진행되었고 이날 모든 일정은 6시 좀 못되서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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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묻어두었던 아쉬움도 있었다. 가해기업에 대한 특검 재수사 등 현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부족했다는 평가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지난 6월 환경의 날에 피해자들을 만나겠다고 약속하고 두 달 만에 성사된 자리였는데, 구체적인 대책보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머무른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후속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복기는 1시간 반 동안 이어졌고, 공식일정은 오후 6시가 되기 전에 마무리되었다. 피해자들을 보려고 현장을 직접 찾은 기자들은 넉넉잡아 두세 명에 불과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가습기살균제참사 피해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피해자들은 9일부로 시행되는 피해구제 특별법(아래 특별법)의 미흡한 점을 지적하며 보완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으며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박근혜 정부와는 다른 접근법을 시사했다.


태그:#가습기살균제참사, #가피모, #가습기넷, #문대통령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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