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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거문중학교 다목적실에서 전교생이 사물놀이 연습중인 모습. 원래 5일 축제무대에 올리려고 연습중인데  태풍 예보로 축제는  13~15일로 연기됐다.
 2일 거문중학교 다목적실에서 전교생이 사물놀이 연습중인 모습. 원래 5일 축제무대에 올리려고 연습중인데 태풍 예보로 축제는 13~15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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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한 국악인의 꾸준한 노력에 섬 아이들이 사물놀이에 푹 빠졌다.

여수 우도풍물굿보존회 예술감독 김영 단장은 방학을 맞은 거문중학교 학생들과 사물놀이 연습에 여념이 없다. 거문도에서 펼쳐지는 여름 축제 무대에 서기 위해서다.

2016년도 거문도 은빛바다체험행사 축제때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거문중학교 사물놀이팀
 2016년도 거문도 은빛바다체험행사 축제때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거문중학교 사물놀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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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거문도 일원에서는 '제17회 거문도·백도 은빛 바다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거문도 섬에서 제일 상급학교인 중학생들이 사물놀이로 이번 축제의 무대를 빛낸다. 벌써 5년째다. 이번 축제는 원래 5일이 개막일이었지만 태풍 예보가 있어 긴급히 13일부터 15일로 연기됐다.

김영씨가 이렇게 섬 학생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는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몇 년 전 여수의 한 노인복지관 관장으로부터 섬 어르신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섬에서도 공연을 자주 보고 싶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을 들었단다. 그 후 2010년도부터 자비로 단원들과 함께 '섬으로의 풍물여행' 프로그램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섬 공연만 40여 회 진행했다.

그러다가 거문도에 들러 2011년도에는 거문초등학교에, 또 2012년도에는 거문중학교에 사물놀이 악기를 각각 기증하게 된다. 이때 학생들에게 악기 시연을 시켰는데, 우리 가락을 이해하는 속도에 놀랐단다.

2일 거문도에서 학생 지도에 여념이 없는 여수우도풍물굿보존회 김영(52) 단장
 2일 거문도에서 학생 지도에 여념이 없는 여수우도풍물굿보존회 김영(52)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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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씨의 얘기다.

" 전남 무형문화재 제1호 거문도 뱃노래를 듣고 자라서인지 우리 가락에 대한 이해도가 제가 상상한 것 이상인 거예요. 강습해달라는 요청도 있었고 가르치면 성과도 좋을 것 같아서 중학교에 저희가 악기를 기증하면서 여름방학을 이용해 우리 사물을 가르치게 된 거죠. 처음엔 재능기부로 가르치게 됐는데, 잘 따라오니까 보람이 있더라고요."

이런 노력을 알아준 교육당국은 2013년부터 방학 중에 사물놀이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김영씨는 매년 여름방학이면 거문중학교 학생들을 가르친다.

"거문도에서는 축제가 있거나 행사에는 꼭 '거문도뱃노래'가 시연이 되거든요. 그런데 거문도 학생들이 사물놀이를 하니까 거문도 행사에 학생 사물놀이 팀도 초청되는 겁니다. 어르신들도 좋아하고요. 무대에 같이 서야하니까 전교생이 연습을 하게 되었죠.

마침 여름방학인 8월에 지난 2000년도부터 갈치 주제로 은빛축제가 열렸거든요. 사물놀이를 배운 이후로는 축제에 참여하게 됐죠. 축제 참여라는 목표가 있고, 1주일 정도 단기간이어서 아주 집중력있게 연습합니다. 성과도 좋고요."

거문중학생들은 방학중 1주일간 김영 단장의 지도를 집중적으로 받는다. 나머지 기간은 연중 선배의 지도로 동영상을 보면서 스스로 배워 나간다
 거문중학생들은 방학중 1주일간 김영 단장의 지도를 집중적으로 받는다. 나머지 기간은 연중 선배의 지도로 동영상을 보면서 스스로 배워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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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전문가 지도는 1주일 뿐. 나머지는 어떻게 배워나갈까?

"학생들 중 선배가 지도합니다. 배웠던 동영상을 보고 익히기도 합니다. 제가 가르친 작품 형식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지도자가 끼어들기는 좀 까다롭거든요. 끼리끼리 배우는 겁니다. 우리 어릴 때 동아리가 그대로 거문도에는 살아 있다고 보면 됩니다. 동아리 공동체에서 스스로 끼리끼리 익혀가는 것이죠. 어쩔 수 없이 그리 된 거지만, 오히려 거문중학교 섬의 장점이 된 것이죠."

지금은 거문중학교 다목적실이 지어져 실내에서 연습하지만, 초창기에는 한 여름에 그늘을 찾아 야외에서 연습해야 했다.

올해는 여수시가 지원하는 '은빛바다축제를 위한 사물놀이학교' 프로그램을 지난 7월 31일부터 공연이 끝나는 5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 상쇠를 이끌다 국립국악고에 입학한 김유정(16,여) 학생을 비롯한 세 명의 고등학생 선배도 이번 방학 중에 '사부님'을 도와 후배들을 가르치는 조교 역할을 하고 있다.

거문도민들의 학생들에 대한 높은 관심이 이들을 신나게 한다. 여수우도풍물보존회에서 사물악기를 기증한 데 이어 거문도등대음악동호회(회장 김운종) 회원들이 학생들의 사물의상 일체를 기부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섬에 사는 주민이나 학부형들이 개별적으로 아이들 간식거리와 식사 제공을 하는 경우도 있다.

삼산면 지역발전위원회 박정국(62)위원장은 "섬 어디나 아이들이 점차 줄어드니까, 거문도에서는 중학생도 귀한편이다. 손자처럼 대해주고, 또 기특하게도 우리 가락을 배우고, '거문도뱃노래'도 잘하고 하니까 귀여워 해준다. 전통 계승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고, 주민들도 모두 좋아하고 후원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거문중학교 강래경(3학년,여) 학생은 "3년 동안 우리나라의 전통 농악 가락과 사물놀이를 배울 수 있어서 신기하고 즐겁다"며 "'사부님'께서 잘 가르쳐 주시고 맛있는 것도 사주신다. 친구들이랑 모르는 걸 물어보면서 친해졌다.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면 거문도 축제와 출연 무대가 기억이 남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영 단장 역시 "섬 중학생들의 한 여름 사물놀이 연습 자체가 섬 공동체의 일상이 된 느낌이다"라며 "거문중학교 전교생이 21명인데, 여행을 가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학생을 제외하고 16명이 참가해서 연습 중이다. 이 프로그램 자체도 하나의 축제다. 나 역시 휴가라고 생각한다"며 즐거워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기고합니다.



태그:#거문도, #거문도 갈치 은빛체험행사, #거문도 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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