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먹고 밥 먹고, 사과 먹고 밥 먹고~"손녀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밥을 먹는다. 작은 애는 너무 많이 먹어서 걱정이고 큰 애는 적게 먹어서 걱정이다. 아침밥 먹이기가 쉽지 않다. 큰 애가 4살 땐가. 밥 먹을 테니 뽀로로 동영상을 보여 주라는 요구에 굴복(?)한 적도 있다.
26일 잠에서 막 깨어난 콩이와 콩콩이, 세수하기가 바쁘게 밥부턱 먹였다. 큰 애는 학교에 작은 애는 유치원에 다닌다. 셔틀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서둘러야 한다. 허둥지둥한 건 어른이나 아이들 마찬가지다. 밥이라도 먹여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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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매 동생에게 물을 먹여 주고 있다. 언제나 사랑하고 도와주면서 살았으면... |
ⓒ 문운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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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이다. 뻔히 습관이 잘 못 들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먹지 않으려는 아이에게 통사정을 한다. "밥 먹으면 선물 사 줄게~"라고. 점점 수저를 들지 않는 아이, 한 번쯤은 경험하지 않았을까.
내가 5살, 손녀 나이쯤 되었을 때다. 하나뿐인 아들이라 어머니께서는 나밖에 모르셨다. 몸이 무척 야윈 아들이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밥 먹을 때만 되면 전쟁이었다. 먹이려는 어머니와 먹지 않으려는 아들...
밥을 먹여 주는 어머니에게 "안 먹어~" 억지로 먹이려는 어머니와 '안 먹어'라는 아들, 어머니는 숟가락을 마당에 던지고 말았다. 밥을 안 먹는다는 것은 어리광이었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였다. 온 가족이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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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이 큰 손녀다. 잘 안먹으려 한다. 잘 먹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지만....할아버지 어릴 때 처럼 밥 먹이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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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콩이 둘째 손녀다. 무엇이나 잘 먹는다. 볼도 통통하다. 이제 5 살, 언니와 사이좋게 지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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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먹고 밥 먹고, 밥 먹고 밥 먹고~""아니야, 사과 먹고 밥 먹고야."한 숟갈 더 먹이려 했더니 금세 눈치챘다. 그런데 할아버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였을까. 새끼제비가 먹이를 받아먹듯이 입을 크게 벌린다. 오물오물 밥 먹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다.
나쁜 습관이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콩콩이는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혼자서 옷을 갈아입고 손부터 씻는다. 조금 도와주려고 하면, 당차게 "내가 할 거야' 하고 큰소리친다.
무더운 여름이다. 유난히도 더위를 참지 못하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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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콩이와 콩콩이 훌쩍 커 버렸다. 언니가 23.9 kg, 동생 콩콩이가 17.9 k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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