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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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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테이블에 올려진 발. 그리고 그 발을 내린 다음에는 테이블에서 후르륵 쩝쩝 맛있게 식사하는 남녀 한 쌍.

이 광경은 26일 16시 59분 경기도 광명역에서 여수를 향해 출발한 KTX 산천 715호 열차 7호실에서 목격한 실제상황이다.

남자는 운동화를 벗은 맨발 차림이다. 여자가 테이블에 다리를 올렸는데, 마치 음식처럼 자연스럽게 올려진 발 역시 맨발. 옆자리 남자는 테이블에 올려진 발에 대해 전혀 아무렇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잠시후 발이 내려간 후 동일 테이블에는 두 꾸러미에 담긴 저녁식사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그리고 이 남녀 한 쌍은 후르륵 쩝쩝 소리까지 내가며 식사를 즐겼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광명역에서 열차가 출발한 후에, 동승한 승객들을 위해서 신발을 벗거나 다리를 올리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었다. 왜 이런 방송까지 하나 싶었는데, 이 남녀의 모습을 보니 바로 이해가 됐다.

집에서야 식탁에 발을 올려놓든, 아예 드러눕든 그것은 개인의 사생활이니 타인이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 없다. 물론 집에 같이 있는 사람라면 모를까.

그런데 이 열차라는 공간은 '개인'이 아닌, '공공'이기에 같이 있는 타인을 위해서 평소 습관일지라도 예의를 지키기 위해 절제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비록 이 커플에게 가서 무어라 충고하는 승객은 없었지만, 불만을 갖고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한다. 건너편 좌석의 뒤쪽 멀지않은 곳에서는 "발 올리더니 그 테이블에서 밥도 먹네"라며 나즈막히 중얼거리는 장년층 남성의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이들은 식사에 열중하느라 이 말을 듣지 못한 것인지 아님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서 인지는 모르나 그저 식사에 몰두했다.

묻지마 범죄라 하여 전혀 원한관계가 아닌 낯선 이에게 자신의 개인적인 분노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노출하는 이들도 있다보니, 오즈의 마법사에 나온 겁쟁이 사자가 아니더라도, 그저 괜한 영웅 심리로 희생자가 될까봐 모른 척 지나가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가졌다면 타인을 위해 배려하는 모습만큼은 간직하고 살았으면 한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같이 어울려 사는 이 세상에서는 나 혼자만 괜찮다는 이기적인 태도는 감정싸움으로 이어진다. 조금씩만 상대를 위해 배려하면 더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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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모이, #열차테이블, #꼴불견승객, #발올린테이블에서식사하기, #열차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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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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