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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대구시의회에서 처음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가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메모를 하고 있다.
 13일 대구시의회에서 처음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가 청문위원들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메모를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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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의 공약사항이었던 시 산하 공기업 사장의 인사청문회가 처음으로 열렸지만 준비부족과 의원들의 부실검증, 법적 근거의 모호성으로 아쉬움만 남겼다.

대구시의회는 13일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위원장 이귀화)를 열고 사장 재임 시절(2014.4~2017.4)의 스크린도어 부실시공과 재정적자 증가, 경영자질 등을 따졌다. 청문위원들은 대구시의회 건설교통위 소속 6명과 의장 추천 3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됐다.

청문위원들은 홍 후보자에 대해 '사장님'이라는 단어를 반복해 어색한 모습을 연출했고 후보는 74쪽짜리 자료집을 제출하면서 같은 내용이 3쪽이나 중복되고 부인과 자녀의 이름도 가려 핀잔을 듣기도 했다.

먼저 질문에 나선 조재구 위원과 박상태 위원은 홍 후보가 도시철도공사 사장 출마를 한차례 번복하고 인사청문회 불참 의사를 밝힌 사실을 지적하며 시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에 홍 후보는 "인사청문회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에 행정절차법 위반 아니냐는 게 제 소견"이라며 "제가 3년 (사장을) 해왔었는데 다시 청문회를 하는 게 맞는가라는 뜻이지 의회나 시를 거부한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13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의 인사청문회에서 홍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
 13일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의 인사청문회에서 홍 후보자가 선서를 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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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거진 도시철도공사 스크린도어 부실시공 사태도 도마에 올랐다. 조재구 위원과 배재훈 위원 등은 12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스크린도어 공사를 진행했지만 감리도 지정하지 않아 앵커볼트 불량 등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을 추궁했다.

조 위원은 "중대한 결함이 뒤늦게 발견돼 당시 사장인 본인 책임이 크다.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아는데 같은 자리에 가면 또 사고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배 위원은 "재임기간 중 가장 큰 오점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스크린도어 사고 등 안전 문제에 대해 홍 후보는 "안전상황실을 전국에서 유일하게 만들어 소방, 경찰과 24시간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지난해 구의역 사고가 난 후부터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작업은 운영시간에는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도시철도의 재정적자 문제와 무임승차 대책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강신혁 위원은 "도시철도공사가 말한 당초 3호선 일일 승객 수요는 25만여 명이지만 실제로는 7만여 명이었다"면서 "이런 부풀리기가 매년 재정적자의 폭이 증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도시철도가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라면서 "경영혁신을 통해 광고나 임대수입, 대중교통 전반을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대구시는 다른 도시에 비해 대중교통 이용률이 낮은데 전 기관이 시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신혁 위원 등은 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홍 후보는 현 정부의 정규직에 대한 방침이 정해지면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청소와 경비 등 용역업체 직원이 901명인데 자회사를 하려고 용역을 줬지만 당장 수당과 처우개선 등 문제가 있어 재정상 맞지 않아 유보했다"며 "현 정부 방침이 떨어지면 방침대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의회가 13일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의 인사청문회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대구시의회가 13일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후보의 인사청문회를 처음으로 실시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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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후보는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질문에는 곤혹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연신 물을 들이키며 해명에 진땀을 쏟았다.

최재훈 위원과 정용 위원은 홍 후보자 부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동구 용계동의 공시지가 35억 원에 달하는 건물 취득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며 "공직 40여 년 생활에 고가의 건물을 소유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원래 사업을 하던 제 여동생 소유의 땅이었는데 사업이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집 식구와 제가 공동 명의를 하게 된 것'이라며 "금융부채가 30억 원이 넘어 괴롭다. 반값만 받아도 처분하고 싶다"고 해명했다.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도마에 올랐다. 이경애 위원은 "인사청문 증빙 자료 74쪽 중 30쪽 정도가 재산신고 서류 3개가 겹친다"며 "서류를 보지도 않고 제출한 것이냐"라고 질타했다.

임인환 위원도 "후보자가 40년을 공직에 있었는데 자료에는 가족 성함도 안 나온다. 가족에 대한 부분을 상세하게 해 달라고 했는데 그것마저 학력은 '대학 졸업', 직업은 '직장인'으로만 해놓았다"면서 "제출을 요구한 자료가 청문회 하루 전인 어제 오후에야 도착해 검증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청문위원들의 자질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용 위원은 후보자의 재산형성 과정을 물으면서 조선시대 목민관이 하지 말아야 될 5개 항목 차트와 청렴 목민관을 주제로 한 음악까지 동원했지만 "여자의 마음은 늘 넓은 데서 살기를 원하는데 여기에 사심이 들어갈 수 있다"고 여성비하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귀화 위원장은 "매뉴얼도 없고 갑자기 도입하다 보니 한계가 있었다"면서 "면책특권이 없어 도덕적 문제를 파헤칠 수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치고는 무난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면서 "앞으로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첫 청문회를 평가했다.

한편 대구시의회 인사청문위원회는 오는 17일까지 경과보고서를 채택해 본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다. 이어 본회의에서 적격여부 심사결과를 결정해 대구에 제출하면 대구시장이 임명하게 된다.


태그:#대구시의회, #인사청문회, #홍승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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