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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남, 대전 등지에서 모인 영전강들이 교육부 앞에서 무기계약직화를 외치고 있다.
 전북, 전남, 대전 등지에서 모인 영전강들이 교육부 앞에서 무기계약직화를 외치고 있다.
ⓒ 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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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고용안정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3시 30분경 세종시에 위치한 교육부 앞에서는 무기계약 쟁취를 위한 영어회화전문강사 결의대회가 열렸다. 전국 교육공무직본부의 주관 하에 열린 이 결의대회는 전남, 전북, 대전 등지에서 모인 70여 명의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이 참여하여 본 집회를 진행한 후, 강사들의 요구안을 교육부 사무관에게 전달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전남의 한 강사는 "완도, 진도에서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 절박함으로 이 자리에 왔다"고 이야기하면서 "1년마다 계약을 하기에 교장, 교감 눈치를 보고 온갖 허드렛일을 해왔다. 부당함을 느껴도 하소연 할 곳이 없었고, 편견과 불평등 속에서 8년을 버텨왔는데, 교육부가 8년간 근무한 학교에서 떠나라고 하고 있다"며 절박함을 호소했다.

나아가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들은 우리의 해고를 너무나 당연하게 말한다"고 주장하며 "우리가 원하는 건 정교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무기계약을 통한 고용안정"이라고 요구를 밝혔다.

이어 전북의 한 강사는 "시도교육청의 공개 채용 시험을 거쳤고 지금까지 영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헌신해 온 우리는 영전강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일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또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가 현 정부의 방침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인권위의 개선 권고를 받은 공공기관은 권고 수용률을 높일 것을 요구"한 것을 지적하며 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교육부가 책임지고 영전강의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영어회화전문강사 제도는 2009년 영어 몰입 교육의 일환으로 도입되었고, 그 인원이 2013년에 6000여 명에 달했으나 현재 3700여 명의 영어회화전문강사가 학교에 근무 중이다. 이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고 한 학교에서 최대 계약기간을 4년으로 정해두어 4년이 지나면 신규채용절차를 밟아야 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영어회화전문강사를 무기계약 전환의 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이들은 기간제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2013년에 신규채용된 1800여 명이 올해로 계약 연장 상한인 4년을 채운 상태이며, 다가오는 8월이면 300여 명이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어 대량 실직 사태가 예상된다.

이에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는 2013년의 권고에 이어 "업무의 상시성과 제도의 지속 전망"을 고려했을 때 영어회화전문강사를 "기간제법의 무기계약 전환 대상의 예외로 인정할만한 불가피성이 인정되기 어려"우며, 반복되는 고용 불안을 해결할 적극적인 고용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광주 교육청 앞에서 광주 영전강들이 월요일부터 퇴근길 피켓팅을 진행중이다.
 광주 교육청 앞에서 광주 영전강들이 월요일부터 퇴근길 피켓팅을 진행중이다.
ⓒ 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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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오후 광주 교육청 앞에서는 20여 명의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이 "무기계약직 인정"과 "고등법원판결 이행"을 주장하며 피켓팅을 진행했다.

지난 6월 22일 대전 고등법원은 영어회화전문강사가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4년을 초과할 경우 무기계약 근로자로 전환된다고 보아야"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2015년 5년을 근무한 강사 임씨와 윤씨는 학교의 계약만료통보가 부당해고라는 내용으로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기각 판정을 받았으나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이에 불복한 광주시와 광주 교육청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결에 대해 소송을 걸었고, 1심에서는 중노위의 판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으나 2심 판결에서 "4년이 넘게 근무한 영어회화전문강사의 계약해지는 부당해고"라는 중앙노동위의 판결에 손을 들어주었다.

지난 4일 광주시 교육청은 이에 불복하여 상고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광주 영전강들은 이에 반발하며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진행 후 매일 오후 교육청 앞에서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다.

피켓팅에 참여한 한 강사는 "교육청에서는 다가오는 8월 계약만료자들을 자르고 신규채용하려고 한다"고 말했고 "항고심에서 이미 무기계약 전환대상인 계약만료자들을 자르고 신규채용하는 것은 편법이라는 판결에 근거하여 이번 신규채용 또한 편법"이라며 교육청의 신규채용계획을 규탄했다. 나아가 "우리는 신규채용에 일괄 응하지 않을 것이며, 교육청이 상고를 취하하고 무기계약직 전환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매일 퇴근길 집회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무기계약직화 또는 정규직화를 피하기 위해 10개월 계약 후 재채용하거나 보직이동시키는 일은 흔하지만, 적어도 공공기관에서는 비정규직을 없애는 모범을 보여야한다"고 이야기한 강사 최씨는 "비정규직을 없애는 방법은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화하는 것"임을 강조하며 "계속해서 교육청의 선도를 촉구하는 퇴근길 집회와 교섭의 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광화문 일번가의 민원 게시판에 뜬 공지문.
 광화문 일번가의 민원 게시판에 뜬 공지문.
ⓒ 윤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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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전강들의 무기계약직화와 관련하여 반대 의견 또한 적지 않다. 일자리 위원회의 신문고 게시판에는 비정규직 강사의 무기계약직화를 반대하는 수십 건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국민 정책 제안 창구인 광화문 일번가는 영어전문강사를 포함한 비정규직 강사와 관련된 정책 제안 과열로 이 사안에 대해 별도 회신을 하지 않겠다는 공지문을 올리기도 했다.

자신을 교대생 또는 학교 교사라고 소개한 이들은 "비정규직 강사들의 무기계약직화는 정교사 수요를 줄이는 불공정한 정책이며, 임용고시라는 자격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강사들에게 수업을 맡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8년째 광주의 초등학교에서 근무 중인 한 강사는 "영전강은 교원들 인건비를 책정하는 총액인건비제가 아닌 단독사업비로 인건비가 책정되기 때문에 영전강이 줄어든다고 정교사 티오가 늘지 않으며, 우리는 교육부에서 요구한 자격기준에 맞춰 채용됐다"고 반박했다.

자격 검증에 대해서 경북에서 근무하는 8년차 강사는 "우리는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3차에 걸친 공채시험을 통해 채용됐고, 채용 당시 4년 후 신규채용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년도 교육공무원 제47조의 규정에 따른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제와서 4년마다 신규채용에 응하라니 국가에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전북에서 근무하는 강사 고씨는 영전강의 문제가 임고생들과의 갈등으로 비추어지는 상황에 대해서 "국가가 교사자격증을 남발해놓고 교사는 적게 선발하는 교사인력수급 정책의 실패가 근본 원인"이며, "영전강들 또한 이 연장선상에서 정교사가 아니더라도 교육계 새 직급인 영전강이 생기는 것이라 판단해서 학교에 들어온 것"임을 강조 했다. 나아가 "학생들을 더불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민주시민을 육성하는게 교육의 본질이라고 말하면서 교육행정당국자들은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는 철저히 자본의 논리대로 교육행정을 해나가고 있다"고 비판하며, 비정규직 강사의 고용안정 문제의 책임이 정부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의 민태호 사무처장은 "고용불안 속에서 필기시험에 목을 매는 이들의 심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40만 공시생, 임고생 중 시험에 합격하는 이가 몇이나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37만의 학교 비정규직이 정규직 일자리가 되는 것은 청년들에게도 좋은 일자리가 생기는 일"이며 동시에 청년들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만드는 일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세금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 사내 유보금이 1200조 원이나 쌓여있는 상황에서 재벌들에게 세금을 걷어 정규직 일자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 교육공무직본부의 이동규 조직국장은 영어회화전문강사의 무기계약직화를 위해 교육부 앞에서 매일 피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며, 7월 중으로 집중 결의대회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필자는 올해 2월까지 근무하던 의정부여자중학교에서 내부 감사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했다(관련 기사 :  의정부여중 학생들 "우리 영어 선생님 돌려주세요"). 해고 이후 복직을 위한 법적투쟁을 이어가면서 학교 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면서 만난 책과 사람을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글을 적는다(관련 기사: 혁신학교에서 비정규직으로 살아가기, 그리고 내몰리기 / 노동을 지워버린 '교육'이란 텅 빈 기호).


태그:#영어회화전문강사, #영전강, #학교비정규직, #무기계약직화, #비정규직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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