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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회화 강사들을 상대로 한 '에이즈 의무검사 제도'가 폐지됐다. UN이 폐지를 직접 권고했고 법무부가 이것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한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나는 이런 한심한 제도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그걸 UN이 알고 권고를 했다니 동네 망신이 따로 없다. 똑같은 강사인데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인은 안 받아도 되는 검사를 받을 걸 강요받았다니. 지금 내 영국인 영어 선생님도 똑같은 차별을 당했을 것 아닌가.

다행히 폐지되긴 했지만, 이런 제도가 불과 2017녀 여름까지 이어졌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시사한다. 에이즈 혐오와 외국인 혐오가 바로 그것이다. 둘 다 '낯선 피'에 대한 두려움인데, 이 얼마나 원시적이고 세계화에 반하는 사고방식인가. 어느 시대적 순혈주의인가.
외국인 강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에이즈 검사가 폐지됐다. 우려의 목소리 너머엔 에이즈와 외국인 혐오가 가득하다.
 외국인 강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에이즈 검사가 폐지됐다. 우려의 목소리 너머엔 에이즈와 외국인 혐오가 가득하다.
ⓒ 강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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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교과서는 어떤지 모르지만 7차 교육과정 세대였던 나 때는 윤리 교과서와 국어 교과서 등에 대한민국이 단일 민족 국가라는 사실이 여러 차례 서술됐다. 그리고 거기엔 분명한 자부심의 뉘앙스가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께 여쭸다. 단일민족 국가인 게 특징일 순 있지만 왜 자랑이 되냐고. 그런데 나는 애국심이 없다며 선생님께 꾸지람을 들었다. 믿기 어렵겠지만 실화다.

이제 대한민국은 단일민족국가가 아니다. 서울시에는 '등록 외국인'만 27만 명이다(2016년 기준). 서울 밖에도 이민자와 이주여성, 다문화가정들이 많이 있고 복싱선수 이흑산씨처럼 망명한 사람도 있다. 듣자하니 교과서는 몰라도 선생님들 중에는 아직도 단일민족의 유구한 문화와 전통 어쩌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모양이다. 당장 거두시라. 다른 걸 떠나, 사실이 아니니까.

국제법상 상호주의라는 것이 있다. '너희 국민을 우리가 챙겨줄 테니 너희도 우리 국민 혹은 우리 민족을 잘 보살펴다오' 하는 요구다. 한 마디로 역지사지인데, '그래도 이왕이면 (외국인 강사) 피 검사 하는 게 낫지 않냐'는 분들은 본인이 단순히 생김새나 출신 지역 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취업할 때 바늘을 꽂아야 한다고, 역지사지로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외국인 강사에게만 특정 건강진단을 추가하도록 하는 것은 차별이며 이 차별을 없앰으로서 발생되는 사회 전체의 이익은 대단히 크다.

에이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자. 에이즈는 이제 약물과 통원 등을 통해 꾸준히 관리하면 건강히 생존할 수 있는 수준까지 정복돼 있다. 공기나 단순접촉 등으로 감염되지도 않는다.

세상에 수많은 감염병이 있음에도 굳이 에이즈를 검사대상으로 한 것은 대한민국의 에이즈에 대한 과도한 공포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에이즈 감염자들은 감염 사실을 통보받을 때 가족과 사회를 위해 앞으로 스스로 기울여야 하는 노력에 대해 설명을 받는다. 그리고 대다수 감염인들은 이것을 성실히 따른다. 사회도 이들을 양지로 끌어내어 손도 잡고 같이 밥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은 생존의 문제다. 차별적인 신체검사도 문제지만 설령 환자라 하더라도 '일'할 수 있는 사회여야 상호주의를 실천하는 21세기 국가다.

우리나라가 올해도 'G20 선진국'중에 하나라고 언론들이 떠들썩하다.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위상이 높아지면 요구되는 '격'도 따르는 법이다. 많이 늦었지만 법무부의 결정을 환영하며, 한국에 계시는 외국인 모두의 삶에 진심을 담아 응원을 보낸다.


태그:#외국인, #순혈주의, #상호주의, #에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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