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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골마당 예술제에서 여는 공연을 하고 있는 홍성문화연대. 홍성문화연대 윤해경씨가 전통 춤을 추고 있다.
 홍주골마당 예술제에서 여는 공연을 하고 있는 홍성문화연대. 홍성문화연대 윤해경씨가 전통 춤을 추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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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은 이념과 사상을 떠나 사람을 한데 모으는 강력한 힘이 있다. 지난 6월 30일 홍성문화연대 주관으로 열린 홍주골마당예술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준비한 200석의 자리도 모두 찼다. 일부 관객은 자리가 부족해 서서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시골의 작은 군에서 열린 공연치고는 꽤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은 것도 그 때문이다. 평소 주민들에게 광장을 돌려주겠다고 밝혀 왔던 홍성문화연대의 실험이 어느 정도 통한 것이다.

꽹과리와 장구, 징, 태평소 등이 등장하는 풍물은 전통적으로 서민의 음악면서 동시에 마당의 음악이었다. 특별한 공연장이나 무대가 없어도 대중과 한데 어우러져 함께 할 수 있는 음악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성기 홍성문화연대 대표는 "홍성은 공연장으로 활용할만 한 광장이 부족한 편이다. 기존의 공연들은 대중 앞으로 다가가는 데 부족한 측면도 있었다"며 "공연 하나를 하더라도 문화회관이나 문화원 같이 닫힌 공간을 선호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이어 "하지만 대중들과 함께 하기에는 광장만큼 좋은 공연장이 없다"며 "앞으로 좀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을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객석을 가득 메운 홍성 주민들
 객석을 가득 메운 홍성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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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풍물이 아니더라도 일반 대중음악이나 전통 민요의 공연도 닫힌 공간보다는 열린 공간에서 공연을 할 때 좀 더 많은 대중과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일까. 한여름 밤 지역 문화 예술공연에 대한 '타는 목마름'으로 공연장을 찾은 주민들도 많았다.  

공연장을 찾은 한 홍성 주민은 "우리 지역에 이렇게 많은 예술적 자원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집시법 위반 혐의'로 홍성문화연대 수사중인 경찰도 함께 공연

이날 공연에서는 홍성문화연대 뿐 아니라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해밀합창단과 전통민요를 부른 소리너울 팀 등 다양한 공연주체들의 노래와 춤, 풍물 등의 공연이 펼쳐졌다. 물론 눈에 띄는 공연이 하나 더 있었다.

홍성의 통기타 연주 그룹인 그루터기의 공연도 큰 박수를 받았다. 그루터기는 김광석의 노래인 '광야에서'와 '부치지 않은 편지' 등의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른 가수와 기타를 친 연주자가 홍성경찰서 소속의 형사들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연 중인 그루터기. 이 통기타 그룹에는 홍성경찰서 소속 경찰관들도 활동하고 있다.
 공연 중인 그루터기. 이 통기타 그룹에는 홍성경찰서 소속 경찰관들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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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들 두 형사는 최근 공연의 주관팀인 홍성문화연대를 '집시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물론 이날은 홍성문화연대를 수사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다. 이날 만큼은 하나의 공연 팀으로 대중 앞에 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성기 대표는 "경찰과 한자리에서 공연을 했다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며 "음악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소통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 대표는 이어 "그루터기와는 앞으로 연습실도 함께 사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홍성문화연대의 연습실은 공교롭게도 홍성경찰서 바로 옆에 있다. 홍성문화연대와 홍성경찰서는 집시법 문제로 '이우지 간'('이웃 간'에 의 충청도 사투리)에 잦은 마찰을 빚기도 한다.  

홍성문화연대의 뒤풀이에 참석한 통기타 그룹 '그루터기' 소속의 형사는 "내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것도 잘 안다"면서도 "경찰 입회하에 술을 마시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는 이어 "집시법은 평화로운 집회는 최대한 보장하도록 되어 있다"며 평화집회를 당부하기도 했다. 

노래와 춤 같은 문화 예술 공연은 비록 잠시 동안이지만, 전쟁도 멈출 수 있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서로 가야할 길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지만 마당이란 광장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다. 광장을 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며 판을 벌인 홍성문화연대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풍물 공연 중인 홍성문화연대
 풍물 공연 중인 홍성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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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성문화연대, #홍주골마당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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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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