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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로즈가든으로 들어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로즈가든으로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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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북한-북핵 문제와 관련해 ▲ 한미동맹 중요성 ▲ 북핵 비핵화 공동보조 천명 ▲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 인정 등 세 가지 내용이 공동성명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 첫 번째와 두 번째 항목은 의례적인 내용이고, 핵심은 결국 '한국의 주도권' 인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집중했다.

기본적으로 대북 강공 입장인 공화당이 백악관은 물론 상·하원까지 장악한 상황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기반으로 하는 '힘의 외교'를 천명해왔고, 특히 최근에는 북한에 억류돼 있다가 혼수상태로 석방된 뒤 6일만에 사망한 '오토 웜비어' 사건으로 미국의 대북 여론이 극히 악화돼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남북대화 재개 지지"... 앞서 공동언론발표서는 '대북 대화' 전혀 언급 안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상견례 및 만찬에 앞서 백악관에서 인사하며 악수하고 있다.
▲ 한·미 정상 만찬 앞서 악수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상견례 및 만찬에 앞서 백악관에서 인사하며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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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 뒤에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했다"라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한 것이다. 또 "양 정상은 한국과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갖고 있지 않으며…"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손을 들어줬지만, 한미공동성명과 그에 앞서 양 정상이 함께 한 '공동언론발표' 등을 보면 곳곳에 견제장치를 만들어놨다. '일단 지지' 성격인 것이다.

우선 공동언론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인간 생명에 대한 존중이 없다" "수백만 명이 아사했다"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라고 표현하면서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인식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결정적으로 그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사실상 정상회담 이전에 이미 작성돼 있는 '공동성명'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그 형식이 자유로운 언론발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동성명 중 "양 정상은 (한·미·일) 3국 안보 및 방위협력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억지력과 방위력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대목도 이색적이다. 한미 양국의 정상 성명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이례적으로 일본의 역할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위원인 김준형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 군부는 전임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다 뒤집는 가운데서도 대중봉쇄를 위한 아시아회귀(Pivot to Asia) 전략은 유지하고 있는데 그 같은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미국이 이처럼 울타리를 쳐줬기 때문에, 일본이 북핵 문제에 대해 적극 개입하려 할테고, 반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에 저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작아졌다"라고 분석했다.

한미공동성명에 CVID 명시..."북한과의 대화 운신 폭 좁아져"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건물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동언론발표를 마친 뒤 건물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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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하기 위해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라며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라는 CVID(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를 재거론한 것도 눈에 띈다.

이 CVID는 2000년대 초반 미국 부시 정부 시절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처음 제기한 것으로, 북한이 "패전국에나 강요할 수 있는 주장으로, 평화적인 핵 계획을 송두리째 말살하는 굴욕적인 것"이라고 반발하자 미국도 용어 사용을 자제했었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하면서 다시 제기됐고, 2015년 10월 박근혜-오바마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북한에 관한 공동성명'에도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CVID) 비핵화의 평화적 달성을 위한 우리의 공약을 재확인한다"라고 포함된 바 있다.

문제는 이 CVID가 문 대통령이 공동언론발표에서 밝힌 "북핵 문제에 대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과는 결이 다르다는 점이다.

김준형 교수는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초기 대화의 조건을 낮추는 것을 불편해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처럼 CVID라는 목표를 분명하게 명시해놓으면 북한과의 대화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첫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양국의 차이점을 정리하기보다는 상대 입장 존중차원에서 어긋날 수도 있는 내용들을 모두 포함시킨 것 같다"라면서 "지금으로서는 정상회담 이후가 중요할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실무회담을 통해 정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처럼 여러 견제 장치가 달리긴 했지만, '한반도 문제 주도권'을 인정받았다. 우선 급한 고비는 넘었지만, 바로 큰 장벽을 마주해야 한다. 한미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29일(현지 시각) 미 재무부가 북한의 금융거래를 지원했다며 중국의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미국과 은행 간의 거래를 전면적으로 중단시킨 것이다. 이는 중국 본토 은행에 대한 미국의 첫 제재조치다.

북핵 문제 해결의 이정표로 불리던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무력화한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사태를 연상시키는 이번 조치에 중국은 격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태그:#문재인,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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