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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제250회 정례회 본회의. 이날 상정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안이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30일 오전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제250회 정례회 본회의. 이날 상정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안이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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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청소년 노동인권을 보호하는 조례가 제정되고 있지만, 대구시에서는 조례 제정의 걸림돌을 넘지 못했다. 대구시의회가 자유한국당 시의원들의 반대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을 부결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대구시의회는 30일 오전 제250회 정례회 본회의를 열고, 김혜정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가 대표발의한 '대구광역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을 표결로 처리해 부결시켰다.

조홍철 경제환경위 부위원장은 심사보고를 통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 노동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상임위 전원 찬성으로 가결시켰다"면서 "본회의에서도 의결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재훈(자유한국당, 수성구 제1선거구) 시의원이 반대토론에 나서 "취지는 좋으나 자문을 받은 결과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안의 문제점으로 "외국인 청소년 노동자도 포함돼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고 '노동인권'이라는 단어는 정확한 법률적 용어가 아니다'고 말했다.

배 시의원은 또 조례안 중 '시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의식 및 실태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 "고용실태조사는 이미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하고 있고 청소년 부분이 빠져 있다면 우리가 요구해서 추가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배 시의원은 또 청소년 노동인권 상담 및 구제와 우수사업장 선정 및 홍보에 대해서도 "대구지방노동청이 하면 되는 업무이고 우리가 요구하면 하겠다고 한다"며 중앙정부와 노동청에서 할 일을 굳이 대구시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발언했다.

배 시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기독교단체와 보수단체가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안을 반대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내용과 같다. 이날 오전 정례회가 열리기 전 기독교단체들은 대구시의회 앞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의 문제점을 적은 용지를 시의원들에게 나눠주었다.

기독교 단체들은 ▲적용대상을 '사람'으로 규정하여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는 점 ▲인권친화적 환경이나 노동인권 우수사업장의 판단기준이 없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침해 ▲기존 제도로도 청소년 근로기본권 향상이 충분한 점 ▲예산낭비 등을 들어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안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의회가 30일 오전 본회의를 개최하자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가 통과기를 바라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방청석에서 의회를 지켜보고 있다.
 대구시의회가 30일 오전 본회의를 개최하자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가 통과기를 바라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방청석에서 의회를 지켜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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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30분간 정회를 한 뒤 실시된 표결에서 찬성 6표, 반대 21표, 기권 1표로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가 부결됐다. 조례가 부결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항의하다 강제로 퇴장당하기도 했다.

서창호 대구인권연대 상임활동가는 "대구시민의 민의를 그렇게 왜곡할 수 있느냐"며 "청소년 노동자들이 울고 있다. 대구시의원들이 청소년들의 노동인권 보호를 포기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고함쳤다.

장태수 서구 구의원도 방청석에서 "행정사무가 국가사무의 위임을 받아서 할 수 있는 행위인데 시의원이 기본적인 책무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구시의회는 시민들의 대변인이 될 수 없다"고 거세게 항의했다.

조례를 대표발의한 김혜정 시의원은 "당리당략에 의한 조직적 반대표에 개탄스러운 마음"이라며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들의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조례인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30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통과를 촉구했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30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통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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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30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반대 의견을 담은 유인물을 시의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30일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반대 의견을 담은 유인물을 시의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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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조례안은 지난 20일 열린 경제환경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돼 본회의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대구지역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역 내 15세에서부터 24세까지의 청소년 인구수가 33만 6000명에에 달하고 이 중 7만여 명이 취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인권 보호가 절실한 15세에서 19세까지의 청소년 취업자 수도 1만 2000여 명이나 된다.

하지만 대구기독교총연합회와 대구바른교육학부모회, 대구성시화운동본부 등은 지난 28일 대구시의회에 조례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고 "통진당이나 전교조 세력들이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과 보호라는 명분으로 지자체에 진입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대구시의원들도 지난 28일 오후 시당 사무실에서 모임을 갖고 조례안을 반대하기로 당론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구시의원은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안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모임을 갖고 당론을 정했다"며 "아직 대구에서 이런 조례안을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 달서구의회가 지난 15일 '대구광역시 달서구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을 부결한 데 이어 지난 26일 대구 수성구의회가 상임위를 통과한 '대구광역시 수성구 시간제 근로청소년 등 취업보호와 지원에 관한 조례안'도 본회의에서 보류되는 등 대구에서는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조례안이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태그:#대구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 #대구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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