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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소설 같은 얘기다."

과학기술정책을 책임지게 될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창조과학 신봉자'로 오인받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 언론이 이같은 의혹을 제기하자, 미래부는 물론 의혹 당사자까지 사실이 아니라고 <오마이뉴스>에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서울경제>는 지난 14일 유영민 후보자가 지난 2014년에 쓴 책 <상상, 현실이 되다>(프롬북스) 공동저자인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 소장이 '창조과학론자'로 분류된다면서, 과학계에서 유 후보자도 '창조과학 신봉자'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책 공저자가 '창조과학론자'면 창조과학 신봉자?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경기 국립과천과학관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출근하며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경기 국립과천과학관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사무실에 출근하며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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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는 즉각 반박했다. 미래부는 이날 오후 "후보자는 공저자 차원용 소장과 평소 미래산업 분야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저서를 함께 쓰게 되었으며, 후보자 본인은 창조과학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책에도 창조과학 관련 내용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창조과학'이란 성서의 창조론에 입각해 과학을 받아들이고 진화론을 부정하는 일부 기독교계 움직임으로, 과학계에선 '사이비 과학'으로 치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사에는 유 후보자를 '창조과학 신봉자'로 볼 근거는 없다. 책 공저자가 '창조과학론자'라는 건데, 정작 차원용 소장은 자신이 창조과학론자라는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차 소장은 15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난 이른바 '창조과학'을 연구하는 그룹과 아무 관련이 없고 창조과학론자도 아니다"라면서 "창조론도 인정하지만 진화론을 부정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서울경제>가 미래학자로 알려진 차 소장을 창조과학론자로 분류한 근거는 성서를 과학적으로 해석한 7권짜리 저서 '바이블 매트릭스'(갈모산방) 때문이다. 하지만 차 소장은 "바이블 매트릭스는 성서에 나온 우주 창조 과정을 과학기술 이론을 바탕으로 풀어보려는 시도이지, 기존의 과학이론을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후보자와 차 소장이 함께 쓴 책에도 '창조과학'으로 의심될 만한 내용이나 이를 옹호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상, 현실이 되다>는 책 제목대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이작 뉴턴, 아인슈타인, 토머스 에디슨 등 상상력이 뛰어났던 과학자들을 조명하고, 잠자리 눈을 본 뜬 먹는 내시경이나 투명망토 같은 과학기술의 미래를 전망하는 내용들이 주로 담겨 있었다. 

유영민 후보가 창조과학 연구? 공저자 이력과 혼동 해프닝

일부 인터넷서점에 잘 못 알려진 <상상, 현실이 되다> 저자 소개(왼쪽). 실제 저자 소개(오른쪽)와 달리 유영민 후보자 이름만 있고 차원용 소장 이름이 빠져있다. 빨간 테두리 부분만 실제 유영민 미래부 장관 후보자 이력이다.
 일부 인터넷서점에 잘 못 알려진 <상상, 현실이 되다> 저자 소개(왼쪽). 실제 저자 소개(오른쪽)와 달리 유영민 후보자 이름만 있고 차원용 소장 이름이 빠져있다. 빨간 테두리 부분만 실제 유영민 미래부 장관 후보자 이력이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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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14일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유 후보자가 '창조과학을 연구하고 있다'고 소개한 이력까지 떠돌았지만, 이는 공저자인 차 소장 이력과 뒤섞이면서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바로 "(차 소장은) 특히 이들 학문과 기술의 융합을, 특이점-블랙홀-빅뱅을 통해 창조된, 과거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며 앞으로 한정적으로 존재할, 시간-공간-인간이라는 매트릭스로 접근하여 창조과학을 연구하고 있다"는 대목이 유 후보 이력으로 오인받은 것이다.

하지만 차 소장은 이 대목에 대해서도 "여기서 '창조과학을 연구한다'는 건 우주 창조 과정을 물리학적 관점으로 풀려는 것이지 (진화론을 부정하는) '창조과학'을 연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유영민 후보는 LG전자에 입사해 LG CNS 부사장,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포스코경영연구소 사장을 지낸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가이고, 차 소장은 국제미래학회 과학기술위원장, 미래창조과학포럼 대표, 창조경제연구회 이사 등을 맡고 있고 카이스트, 연세대, 숙명여대 등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하는 미래학자다.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오랫동안 교류하면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왔다고 밝혔다.  

주변 지인들에게 차 소장은 '기인'으로 알려졌다. 유 후보조차 이 책에서 차 소장을 "기술 지식과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정말 기발하고 터무니없는(?) 상상을 많이 하고 이것을 구체화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라고 소개할 정도다. 하지만 차 소장이 '창조과학론자'라는 주장에는 터무니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차 소장 지인인 한 IT분야 학자는 "차 소장이 창조과학론자라는 건 황당한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하고, 한 발 더 나아가 "미래부 장관 후보자가 창조과학을 신봉하든 말든 개인적 문제인데, 이렇게 마녀사냥 식 논란이 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태그:#유영민,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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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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