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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 원’을 두고 시끌벅적합니다. 보수언론과 재계에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생에게 시급 1만 원을 주는 고깃집 사장님이 있고, 편의점주들은 프랜차이즈 본사에 지급하는 비용과 카드수수료 등을 줄일 수 있다면 시급 1만 원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알바노조는 맥도날드와 마주 앉아 시급 1만 원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정말 이상한 일일까요? <오마이뉴스>는 최저임금 1만 원의 실현 가능성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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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오후 한국자영업자총연대 회원들이 서울 중구 다동 여신금융협회 앞에서 열린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및 신규사업자에게 적용하는 일반가명점수수료율 폐지 촉구 규탄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지난 5월 23일 오후 한국자영업자총연대 회원들이 서울 중구 다동 여신금융협회 앞에서 열린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및 신규사업자에게 적용하는 일반가명점수수료율 폐지 촉구 규탄대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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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상인으로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1만 원을 지지한다. 우리 가게에 찾아오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서민'인 노동자 또는 자영업자들이다. 이들의 주머니가 채워져서 소비를 충분히 할 수 있어야 우리도 살 수 있다. 노동자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수입이 상호 선순환되는 길만이 경제 생태학적으로 현실적이며, 정의롭다. 그렇기 때문에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1만 원을 수용할 현실적 방안이 만들어지고 국가적·사회적 합의와 방책이 만들어지고 시행되기를 원한다.

대부분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 위기 속에서 하루하루 연명하듯 살아간다. 700만 명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 중 300만 명의 소상공인들은 월수입 100만 원 미만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이 돈으로 월세, 전기세 등 각종 비용을 처리하고 나면 그들의 손에 남는 것은 '빚'이다.

가계부채가 1300조 원을 넘어선 부채공화국 대한민국에서 650조 원은 자영업자들의 몫이다. 그렇다면 수백만 명의 자영업자들은 이미 경제적 측면에서는 죽은 목숨이다. 그럼에도 다른 탈출구를 찾을 수 없어 이미 시체가 되어버린 사업장을 끌어안고 사력을 다해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IMF 시절, 방출된 노동자들의 회생 공간이었던 곳

일부 탁상공론적 분석은 OECD국가들의 유통업진출 인구비율을 들어 중소상인들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어리석은 분석이다. 한 국가의 산업구조는 그 국가의 특수한 환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IMF의 환난이 대한민국을 몰아치던 경제위기의 국면에서도 중소자영업시장은 굳건히 살아남아 방출된 노동자들의 회생을 돕는 공간으로 자리했다.

그런데 왜 지금 자영업은 이렇게 처참한가? 대형유통재벌들의 시장독식 횡포가 본질적 원인이다. 최근 생기고 있는 '복합쇼핑몰'은 '유통괴물'이 되어 주변 시장을 녹이는 등 유통업계의 핵폭탄이 되고 있다. 또한 재벌과 하청, 납품점, 입점업체, 가맹점으로 관계를 맺은 수많은 '을'들에 대한 수탈이 또 하나의 원인이다. 재벌들이 우리 중소자영업자들의 삶을 파괴한 것이다.

700만 자영업시장의 붕괴는 가족, 직원을 합쳐 2000만 명의 삶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곧바로 그 정도 규모의 소비시장이 괴멸하게 될 것이다. 경제적 도산이 도미노처럼 이어져 엄청난 규모와 급격한 속도로 경제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다. 며칠 전 유통재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매년 1만 명의 직원을 직접고용형태로 뽑겠다'고 호언했으나,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자영업자들에게 득이 될 수 없다. 이는 해마다 20~30만 명의 자영업출신 실업자를 양산하는 과정일 뿐이다.

이런 상태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은 자영업자들에게 불안한 그림자일 수 있다. 전경련과 보수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소상공인의 몰락을 가져온다'면서 우리 자영업자들의 처지를 들먹인다. 그러나 이것은 '고양이 쥐 생각하는' 행태이다. 국가를 농단하고, 소상공인을 위기로 몰아넣은 당사자들이 자영업자들을 핑계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회피하는 것은 비열하고, 후안무치하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중소상공인들을 위기로 몰아넣는 건 '소상공인'을 걱정해주는 척하는 '재벌' 등 당신들이다. 시장독점과 '을'들에 대한 수탈을 우선적으로 멈추기만 해도, 우리 중소자영업자들에겐 생존의 희망이 생기고 노동자를 고용할 원천적 힘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국가가 일정한 시기 동안 고용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책을 실행한다면 우리 중소자영업자들은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중소자영업자 불안 해소 위한 사회적 조건 마련해야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고 우리 가게에 찾아오는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넉넉해지면 우리들의 수입도 늘어날 것이다. 그렇지만 당장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최저임금 1만 원을 수용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도 함께 논의되길 원한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중소자영업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직접적으로는 일정기간 '고용지원금'을 보조하여 자영업시장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방출을 막아야 한다. 급격한 임금인상으로 인한 차액분을 중소자영업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지원하자는 것이다. 기준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하겠지만, '노동자들의 요구'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1인 자영업 노동으로 허덕이는 고된 사장님들도 고용을 확대할 수 있고, 국가도 '재벌의존적 고용찰출'이라는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 중소자영업 시장에서 고용이 창출이 되면 실업극복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소자영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정책들이 빨리 실현되고 강화되어야 한다. 카드수수료인하를 현실화해서 복잡한 구간을 없애고, 중소자영업자들의 경우 수수료 상한제를 두어서 최고 1%로 제한해야 한다. 이미 유럽은 카드수수료가 0.5%, 호주는 0.8%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의 환산보증금제도를 폐기해야 한다. 근거도 불분명하고 임대상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제도에서 모두가 해방되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복합쇼핑몰 규제법'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단체장들이나 정치인 상당수가 재벌의 논리와 자본에 포섭되어 이 방향을 무시하고 있다. 법안통과의 기나긴 여정만을 기다릴 수 없다. 지금이라도 유통재벌과 위기에 몰려있는 중소상인자영업자들과의 논의 테이블을 국가가 만들어야 한다. 재벌들의 무한탐욕 질주를 막지 않으면 그들의 수레바퀴는 우리의 터전을 붕괴시키고 거대한 경제적 난민을 양산할 것이다.

노동자 없이는 소상공인도 살아갈 수는 없다. 소상공인은 노동자들의 부모형제이거나, 미래의 모습이다. 노동자의 임금인상은 소상공인들의 자식들의 운명과 결부되며, 소상공인들의 생존은 노동자들이 퇴사한 후 살아가야 할 새로운 인생이다. 그러므로 노동자와 소상공인들은 임금인상의 과정을 공유해야 한다. 경제생태계의 동료로서, 동지로서 노동현장을 지켜주고, 자영업시장의 보호·육성에 함께하는 동반자로서 새롭게 관계를 세워야 한다. 재벌권력 앞에 모두 숨죽여 사는 타락한 세상을 함께 바꿔 나가야 한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일만원을 지지하는 우리의 입장은 바로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어지는 기사 : 맥도날드와 맞짱, 맥 빠지더라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입니다.



태그:#최저임금,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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