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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문재인 대통령한테 편지를 보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문재인 대통령한테 편지를 보냈다.
ⓒ 이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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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60~80대 주민들이 문재인 대통령한테 편지를 보내 "가슴에 맺힌 엉어리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15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13일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문 대통령한테 전한 주민 27명의 편지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에게 편지를 전달하던 날, 밀양 주민 71명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행동'을 벌였다.

이 편지는 대부분 70대, 80대 고령의 주민들이 지난 12년간 수많은 고통을 겪으면서도 한국전력공사가 주는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고, 공권력이 가하는 폭력과 송전탑에 찬성하는 마을 주민들과의 갈등을 견디며 싸우는 이유가 감동적으로 담겨 있다.

밀양대책위는 "이 편지들은 국가폭력을 견디고 맞서 싸우며 양심을 지키고, 삶의 터전을 수호해 온 주민들의 감동적인 인간 기록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편지에서 밀양 부북면 위양마을에 사는 숭진댁 박윤순(83) 할머니는 "송전탑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박 할머니의 편지 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많이 배우지도 못했지만 그래도 좋고 나쁜 것은 알고 있습니다.
무(무엇이)가 올(옳)고 무(무엇이)가 나쁜 것인지요.
송전탑이 건강에 안 좋다는 것
한전의 마을 돈 잔치
경찰의 무지막(지)하게 철거한 움막
밀양시청 공무원의 마을 주민 이간시키는 것 말이요
올고 좋은 것은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것 그리고 원전 짓는 건 중단하는 것 그리고 나쁜 짓하는 놈들 잡아넣는 것 문재인 대통령님 재발 나쁜 것 확실히 조사하여 가슴에 매친(맺힌) 엉어리 좀 풀어주십시요 그리고 필요 없는 밀양송전탑 뽑아 주십시오"

또 같은 마을에 사는 동래댁 정임출(76) 할머니는 "진실은 언제가 밝혀지고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다음은 정 할머니의 편지 전문.

"저는 요즘 세상이 바뀌는 재미에 등실 등실 춤을 추고 싶습니다. 왜야고요. 석탄발전소, 원전건설 중단 계획 중단 뉴스를 보고 너무 좋아 마을 주민에게 전화를 해서 좋아 했답니다.

이렇게 바꿀 수 있는데 지난 12년 세월, 정말 분하고 원통하고 억울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세월 두 분이 밀양송전탑 반대를 외치며 돌아 가셨을 땐 희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 땅과 숲 그리고 자연을 잠시 일생동안 빌려 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후세를 위해 깨끗이 쓰고 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송전탑이 건설된 고향에 누가 살려 들어오겠습니까.

송전탑의 재산상, 건강상의 피해는 누구보다 잘 아실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월호, 강정마을, 용산참사, 쌍용차, 기륭전자, 유성기업 등 이 나라의 아픔이 있는 곳에 찾아가 서로 위로하며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졌습니다. 진실은 언제가 밝혀지고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밀양대책위는 "이 편지를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인수위에 전달하는 것 외에, 당사자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편지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금 짓고 있는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6호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경남 창녕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였고, 밀양 주민들 150여세대는 한국전력공사와 합의를 거부하며 '송전탑 철거 투쟁'을 벌이고 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인 강순자(84, 용회마을)씨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편지를 보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인 강순자(84, 용회마을)씨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편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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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인 손희경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편지를 보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인 손희경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편지를 보냈다.
ⓒ 이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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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주민인 이금자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보낸 편지.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인 이금자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보낸 편지.
ⓒ 이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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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주민 이옥희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보낸 편지.
 밀양 송전탑 반대주민 이옥희 할머니가 문재인 대통령한테 보낸 편지.
ⓒ 이계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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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송전탑,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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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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