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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시그네틱스, 풍산마이크로텍, 콜트악기, 파인텍(구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경총 해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기형적인 노동관과 노사관을 가지고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기 위해 정권과 결탁해 정권을 움직이며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경총은 청산되어야 할 노동적폐의 본산이다”고 규탄했다.
▲ 기습 시위 나선 해고노동자 "경총 해체하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시그네틱스, 풍산마이크로텍, 콜트악기, 파인텍(구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경총 해체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이들은 “기형적인 노동관과 노사관을 가지고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기 위해 정권과 결탁해 정권을 움직이며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경총은 청산되어야 할 노동적폐의 본산이다”고 규탄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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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한 장짜리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몸싸움 벌이고 삿대질, 고성, 욕설을 주고받아야 한다.

13일 경총에 항의서한을 전달한 해고 노동자들이 겪은 일이다. 시그네틱스, 풍산마이크로텍, 콜트악기, 파인텍 등에서 해고된 노동자 1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을 찾았다.

최근 경총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나타내면서 재계를 대변하고 있다. 또한 "강성 노동 운동으로 인해 대기업 임금 인상이 급격히 이뤄졌다"(김영배 부회장)면서 반노조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관련기사 : '강성노조' 탓하는 경총 부회장의 삐뚤어진 인식).

해고노동자들이 1층 로비에서 경비원들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왔다고 하자, 곧 수십 명의 경총 직원이 내려왔다.

이들이 한 일은 엘리베이터를 가로막는 것이었다. 신우범 경총 경영지원본부장은 "항의서한을 받지 않겠다", "나가달라"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해고노동자들과 경총 직원들이 서로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았다.

해고노동자들은 1층 로비에 앉은 뒤 "노동적폐청산 경총은 해체하라", "최저임금 인상 가로막는 경총을 해체하라"라고 외쳤다. 한 노동자는 "(기업들이) 사람을 자르고, (그것 때문에) 죽은 사람이 몇 명인지 아느냐"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방종운 금속노조 콜트악기지회장은 신우범 본부장을 향해 종이를 집어던졌다. 경총 기관지 <경영계> 2012년 11월호에 실린 경총 노사대책본부의 글을 인쇄한 종이였다. 여기엔 "콜트·콜텍과 같이 노조가 회사의 어려움을 도외시한 채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갈등을 야기한다면 노사 모두가 공멸할 수밖에 없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악기회사 콜트·콜텍의 공장 해외 이전은 노조 탓이 아니었다. 관련 내용을 보도했던 보수 언론은 정정 보도를 냈고, 이를 인용한 정치인들은 고개를 숙였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해 8월 공개적으로 노조에 사과했다. 방종운 지회장은 경총 직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경총은 무슨 권한으로 노조에 한 마디 물어보지 않고 콜트·콜텍 악질자본들이 말한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가 활자화했느냐고 묻고 싶다. (중략) 김무성 전 대표는 사과했는데, (경총은) 악의적인 글을 써놓고 왜 사과하지 않느냐."

"뭐가 부끄러워서 항의서한을 못 받는 건가"

50분 동안 1층 로비에서 농성한 해고노동자들은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엘리베이터 쪽으로 갔다. 경총 직원들이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해고노동자들은 "뭐가 부끄러워서 항의서한을 못 받는 거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나와서 받아가라. 내려와서 공식적으로 못 받겠다고 얘기해라"라고 소리쳤지만, 직원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실랑이가 계속되자, 경찰은 경총이 항의서한을 받도록 설득했다. 이후 경찰의 중재로, 노동자 한 명만 경총 사무실에 올라가 기자 없이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경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총 해체를 요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시그네틱스, 풍산마이크로텍, 콜트악기, 파인텍(구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경총 해체 등을 요구하며 항의서한을 전달하려자, 경총관계자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 “적폐 온상 경총 해체하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시그네틱스, 풍산마이크로텍, 콜트악기, 파인텍(구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경총 해체 등을 요구하며 항의서한을 전달하려자, 경총관계자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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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시그네틱스, 풍산마이크로텍, 콜트악기, 파인텍(구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경총 해체 등을 요구하며 항의서한을 전달하려자, 경총관계자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 “적폐 온상 경총 해체하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시그네틱스, 풍산마이크로텍, 콜트악기, 파인텍(구 스타케미칼) 해고노동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경총 해체 등을 요구하며 항의서한을 전달하려자, 경총관계자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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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경총이 그토록 받고 싶어 하지 않았던 항의서한 전문이다.

청산의 대상이 사회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노동적폐의 온상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반성하고 해체하라!!!

지난 가을과 겨울 그리고 새로운 봄을 거치며 우리는 우리 사회의 대개혁을 요구하며 거대한 촛불의 바다를 이뤘고 결국 부패한 불법정권을 끌어내리고 법의 심판대에 올렸다. 아울러 대한민국 재벌집단의 상징인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손을 잡고 우리 사회를 망가트린 시간이 해방이후 지금까지 그 긴 시간동안 탐욕의 곳간을 채우기 위해 온갖 부정과 부패, 반칙을 일삼은 시간과 일치한다.

우리는 단순히 나쁜 대통령 하나. 삼성그룹의 이재용 하나 구속시키는 것으로 쌓여 온 적폐의 청산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아니 이제부터 우리 사회를 바르게 끌고 가기 위한 출발점에 서있음을 선언한다.

그 출발의 지점과 끝이 바로 노동적폐의 청산이고 그 노동적폐의 본산이 이곳 경총임을 확인한다. 기형적인 노동관과 노사관을 가지고 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기 위해 정권과 결탁하고 정권을 움직이며 철저하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킨 경총이 청산되어야 할 노동적폐의 본산임을 선언한다.

자본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구조조정을 일삼으며 정리해고의 칼을 휘두른... 심지어 조직적으로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돈과 조직을 제공하기까지 그간 경총이 저질러온 해악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국민들의 촛불항쟁이 벌어질 때는 혹여 자신들에게 불똥이 튈까 죽은 듯 몸을 사리던 경총이 최근 '일자리 위원회'와 관련한 조직적 반발과 최저임금 일만원 인상에 대한 수용불가의 입장천명 등 다시 스스로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음에 결코 이 집단은 스스로 치유와 치료가 불가능한 집단임을 확인한다.

이제 구시대의 유물인 경총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야 한다. 노동적폐의 온상인 경총은 지금까지 저질러온 범죄행위에 대한 죄 값을 치러야 한다. 이는 경총의 완전한 해체이다. 최순실 -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확인된 재벌 대기업의 이익집단인 전경련과 더불어 더 광범위한 조직과 구성을 가지고 더한 짓을 저질러 온 경총도 해체의 대상이고 법적 처벌의 대상이다.

우리 노동자들은 최근 경총이 벌이고 있는 일련의 반노동 반개혁 책동에 엄중한 경고를 보내며 더 이상 사회대개혁의 걸림돌이 되지 말고 스스로 해체할 것을 요구한다. 노동적폐 청산의 과정과 노동존중 평등세상으로 나가는 사회와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여 스스로 해체의 길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2017년 6월 1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태그:#경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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