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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정보플랫폼 '웹툰인사이트' 주최로 웹툰 업계의 불공정 계약과 불이행 이슈 등에 대한 간담회가 지난달 30일 열렸다. 왼쪽은 웹툰인사이트 운영자 이세인, 오른쪽은 웹툰 리뷰 전문 팟캐스트 '웹투니스타' 운영자 이재민씨.
▲ 웹툰 업계의 불공정 계약과 불이행 이슈 등에 대한 간담회 웹툰정보플랫폼 '웹툰인사이트' 주최로 웹툰 업계의 불공정 계약과 불이행 이슈 등에 대한 간담회가 지난달 30일 열렸다. 왼쪽은 웹툰인사이트 운영자 이세인, 오른쪽은 웹툰 리뷰 전문 팟캐스트 '웹투니스타' 운영자 이재민씨.
ⓒ 웹툰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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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플랫폼들이 웹툰 작가에게 당초 계약과 달리 웹툰 연재의 회차를 줄이거나 연재를 종료할 것을 통보하는 등 계약을 불이행 했고 이 과정에서 별다른 설명도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웹툰 창작 관련자들이 모여 이같은 목소리를 낸 건 처음이다.

지난달 30일 웹툰정보플랫폼 '웹툰인사이트' 주최로 웹툰 작가들과 플랫폼 종사자, 독자들이 '웹툰 업계의 불공정 계약과 불이행 이슈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웹툰 플랫폼은 네이버웹툰·다음웹툰·레진코믹스·케이툰(KT) 등 웹툰을 게재하는 사이트들을 통칭한다. 이 자리에서 웹툰 리뷰 전문 팟캐스트 '웹투니스타' 운영자 이재민씨는 작가들이 겪은 계약 불이행 사례를 공개했다.

지난달 16일부터 29일까지 이씨가 작가들에게 받은 제보에 따르면 작가들은 당초 계약 내용과 달리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연재 회차를 줄이거나 종료할 것을 통보해 고통을 겪었다. 이씨는 "한 웹툰 작가는 당초 25회 계약을 했으나 플랫폼측이 일방적으로 5회를 단축하라고 요구하는 바람에 콘티를 급하게 수정해야 하는 등 고충을 겪었고 고료도 19회분만 지급받았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40회차 연재 예정이었던 웹툰을 29회로 종료할 것을 통보받았지만 그마저도 20회 작업을 진행하던 중 25회로 끝낼 것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하는 작가도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플랫폼의 계약 불이행으로 볼 여지가 있다.

물론 회사 사정상 플랫폼이 계약자인 웹툰 작가와 협의해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는 있다. 하지만 별다른 상의 없이 단축과 종료 등의 요구가 이뤄졌다는 게 작가들의 주장이다. 이 씨는 "작가들이 계약 변경 사유에 대해 물으면 회사는 내부사정이라며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하거나 작가가 지방에 있는데 서울 회사로 직접 와서 (계약서를) 확인하라는 플랫폼도 있었다고 한다"며 "작가 입장에선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웹툰 작가 "사후 통보는 갑질"

작가에게 결과만 통보하는 플랫폼의 행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5년 한 플랫폼은 작가의 수익에 직결되는 계약서 조항을 변경하면서 작가들에게 사전 설명이나 공지를 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해당 플랫폼은 수익과 상관없이 일정 금액을 보장해주는 '미니멈 개런티(MG)'를 높이는 대신 유료 결제수단인 '코인'의 작가 취득금액을 70원에서 50원으로 변경했다. 조항이 변경된 후 연재 계약을 하는 작가들은 50원으로 계약을 해야 한다.

작가들은 수익 비율이 변경된 건 차지하고서라도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플랫폼의 태도가 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날 간담회에 온 한 참석자는 "작가들에게 변경해야 하는 이유와 상황 등을 설명하고 설득을 시킨 뒤에 계약서를 바꾸고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설명해주는 간담회는커녕 앞으로 50원으로 바뀐다는 계약서도 메일로 오지 않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해당 플랫폼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MG를 높이는 대신 코인 수익의 비율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 계약은 이전 비율로 가고 신규 계약과 새 연재 계약 등에 이를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작가들에게 사전 설명을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작가님마다 MG도 다르고 개별적으로 계약 갱신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작가님들과 개별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웹툰 작가 미치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율이 변경된 사실도 당시 50원으로 바뀐 계약서로 사인한 작가가 말해서 알았다. 작가들이 항의하니까 그제야 1:1로 설명해줬다"며 "코인 수익이 줄어드는 건 월급을 깎겠다는 것과 같다. 이런 중요한 문제가 바뀌는데도 협의가 없었다는 건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같은 사후 통보는 갑질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작가들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성토했다.

기댈 곳 없는 웹툰 작가들

이 같은 웹툰 플랫폼의 '갑질'은 작가들이 내부고발을 하지 않는 이상 공론화되기 힘들다. 플랫폼은 한정돼 있지만 매년 웹툰 관련 학과에서 신인 작가들이 쏟아지는 구조상 작가는 상대적으로 '을'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 플랫폼 회사들이 '비밀유지조항'을 두고 있어 작가들이 계약서를 외부에 공개해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다. 이와 관련해 이재민씨도 "계약 관련 이슈는 대부분 작가의 내부고발로 문제제기가 시작되는데 공론화에 실패하면 커리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개인의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이 불공정 계약으로 피해를 입거나 계약 불이행을 당했을 때 기댈 곳도 마땅치 않다. 웹툰 작가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로 돼있어 고용노동부의 보호를 받기 힘들다. 지난 2월 서울시가 '문화예술 불공정피해상담센터'를 열었지만 그 사실을 아는 작가들은 많지 않다. 웹툰 작가들로만 이뤄진 한국웹툰작가협회도 지난달 27일에서야 꾸려졌다. 이와 관련해 작가 미치씨는 "만화가협회가 플랫폼에 개선할 것을 통보해도 강제성이 전혀 없다"며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작가가 원하는 건 동반자 의식"

웹툰 기획·제작사 '와지트'의 정용재 PD는 "모든 작품이 인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 기획보다 줄여서 연재를 종료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수익이 안 나오는 작품을 언제까지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면서도 "연재를 조정하는 일은 긴 시간을 두고 플랫폼과 작가가 대화를 나눠야 하는 부분인데 협의가 생략된 통보를 받으면 작가 입장에선 갑질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PD는 "가장 좋은 건 플랫폼과 작가가 협의를 잘해나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민씨도 "내 작품이 인기가 없어서 빨리 끝내는 건 작가 본인이 떠안아야 할 문제지만 그런 설명도 없이 끝내라는 건 예의가 없는 것이라는 게 작가들의 생각"이라며 "플랫폼들이 작가를 동반자라기보다는 수입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플랫폼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웹툰 작가 A씨는 "작가들이 연재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그 플랫폼에 소속감이 생기는데 별다른 설명도 없이 칼처럼 연재가 잘리면 소속감은 물론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며 "작가가 원하는 건 플랫폼의 따뜻함이다"고 말했다.


태그:#골방툰, #웹툰작가, #갑질, #케이툰, #레진코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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