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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김 모 씨가 타워팰리스로 들어간 비결은 바로..."
"경악! 30대 공무원이 갑자기 사표 낸 이유는?"
"20대 여직원 강남에 외제 차 몰고 등장... 충격!"
"첨단 예측시스템 진가증명! 로또 사상 첫 1등 2명 동시배출!"

타워팰리스, 사표, 강남, 외제 차, 1등 당첨…. 단어만 들어도 설렌다. 게다가 매주 당첨예상번호 조합 수십 개를 평생 제공해준단다. 'OO수 법칙'과 '랜덤OO 법칙' 등 단계별 과학적 분석을 통해 당첨번호를 정확히 제시한다고 유혹하는 사이트. 당첨 후기는 물론, 함께 구매한 로또 원본사진과 당첨금 지급명세확인서까지 첨부되어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당첨을 보장한다는 광고 대부분은 터무니없는 사기라는 것이 결국 공식적으로 밝혀졌다.

지난 14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자기들만의 첨단 분석시스템에 의한 당첨확률 번호를 제공한다며 고가의 유료회원제로 운영해온 로또예측 사이트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이들은 "1~2년 이내에 당첨이 되지 않으면 구매비용을 환급해 주겠다"라며 회원 수천 명을 모아 수십억 원의 가입비를 챙겼다. 특히 특별 회원이라며 최고 650만 원까지 회비를 요구하며 더 높은 확률의 당첨번호를 준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무작위 번호 생성 프로그램으로 번호를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러한 철퇴에도 불구, 아직도 '로또'나 '로또 당첨번호' 등의 검색어만 치면 로또분석사이트의 검색 광고가 우선하여 노출된다. 또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기사형 광고로 이런 사이트들을 마치 공신력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일반인들이 이들의 유혹을 피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복권을 사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당첨이 잘 되느냐'다. 누구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으로 복권을 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당첨 확률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그 방법은 절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평균 회귀분석, 그룹화, 숫자조합제어, 제외수, 고정수 기법 등 통계학 전공자들도 울고 갈 이들 사이트가 주장하는 첨단기법은 정말로 믿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또 번호는 예측이 절대 불가하다. 상식적으로 로또 1등 번호를 예측할 수 있는 회사가 그걸 남에게 알려준다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자기들이 로또 당첨번호를 예측할 수 있다면 왜 그걸 남에게 알려주나. 로또는 전적으로 '운'이다. 이번 주 번호가 다음 주에 똑같이 또 나올 수 있다. 평생 5등 번호를 한 번도 못 맞출 수도 있다. 지금까지 로또 추첨 회차가 1천회도 안 되는데 수백만분의 1에 달하는 확률의 답을 낼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신의 영역이다.

나눔로또 복권통합포털 초기화면.
 나눔로또 복권통합포털 초기화면.
ⓒ www.nlott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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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10만 원씩 로또를 사도 3120년에 한번 당첨될까 말까

우선 당첨 확률부터 다시 살펴보자. 로또복권은 경제학적으로 확률이란 개념이 도입된 일종의 게임이다. 앞뒤가 대칭인 동전을 한번 던지면 50%(2분의 1)의 확률로 앞이 나올 수도 혹은 뒤가 나올 수 있다. 또, 주사위를 던졌을 때 특정한 면이 나타나는 확률은 1/6이다. 하지만, 복권은 동전 한번 던지는 것처럼 그리 단순하지 않다.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춰야 하는 1등 복권 당첨 확률은 무려 814만 5,060분의 1이다. 그렇다면 이 확률은 얼마나 높은 것일까. 정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하늘의 별을 따올 수 있을까? 별은커녕 미세먼지도 못 따올 것이다. 굳이 확률로 따진다면, 0.00001%에 불과하다.

1등 당첨 확률이 1억 4,610만 7,962분의 1인 미국의 파워볼, 1억 7,571만1536분의 1인 메가밀리언즈. 그리고 당첨확률 6억2261만4630 분의 1인 이탈리아 로또는 한국 로또보다 확률로 보면 76배나 더 낮다. 여기에 비하면 우리나라 로또는 그나마 당첨 확률이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나치게 많은 당첨자가 나올 경우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수학적으로는 엄연히 814만5060분의 1의 확률에 근접하게 된다. 당첨확률은 콤비네이션(조합)이라는 수학적 방법으로 구할 수 있다.

콤비네이션(조합)은 '서로 다른 여러개 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 뽑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숫자 1부터 5중에서 2개를 골라 뽑는 방법이라면 1과 2를 선택한 것과 2와 1을 선택한 것이 같은 경우가 된다. 로또 공 45개 중에서 무작위로 한 개를 뽑는데, 이중 특정 숫자(예를 들어 3)를 뽑을 확률은 전체 45개 공 가운데 1개가 되므로 1/45이다. 그렇다면 45개 중에서 무작위로 여섯 가지를 뽑을 경우 모든 경우의 수는 어떻게 될까. 이때 사용되는 방법이 콤비네이션(조합)이다.

nCr=nPr/r!={n ☓ (n-1) ☓ (n-2) ☓ ... ☓ (n-r)} / { r ☓ (r-1) ☓ (r-2) ☓ ... ☓ 2 ☓ 1}

이 복잡한 수식을 쉽게 설명하면, 우선 n부터 차례로 1씩 뺀 작은 수를 r번 곱하고, r부터 차례로 1까지 내림차순으로 곱해 간다. 먼저 계산한 수를 나중 계산한 수로 나눈다. 45개에서 6개를 무작위를 뽑으므로, 45C6을 계산하면 된다. 45부터 1씩 빼가면서 6번 곱한 후 (45 ☓ 44 ☓ 43 ☓ 42 ☓ 41 ☓ 40), 이 숫자를 6부터 1씩 빼가면서 곱한 수(6 ☓ 5 ☓ 4 ☓ 3 ☓ 2 ☓ 1)로 나눈다. 계산하면 58억6444만3200 / 720 = 814만5060 이 되는 것이다.(45C6=45P6/6!) 결과는 다음과 같다.

▲1등 : 6개 번호일치 1/814만5060(확률 0.000012277%, 총 당첨금 중 4등과 5등 금액을 제외한 금액의 75%) ▲2등 : 5개 번호일치+보너스 번호일치 1/135만7510(확률 0.000073664%, 총 당첨금 중 4등과 5등 금액을 제외한 금액의 12.5%) ▲3등 : 5개 번호일치 1/3만5724(확률 0.0027992%, 총 당첨금 중 4등과 5등 금액을 제외한 금액의 12.5%) ▲4등 : 4개 번호일치 1/733(0.13646%, 50,000원 정액 지급) ▲5등 : 3개 번호일치 1/45 (2.24406%, 5,000원 정액 지급) ▲등외 : 2개 숫자 맞출 확률 15.1474%, 1개 숫자를 맞출 확률 42.4127%, 모두 틀릴 확률 40.05649%

통계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매년 1천 명 이상이 벼락에 맞아 죽는다고 한다. 지구 인구를 60억 명이라고 가정하면 벼락에 맞을 확률은 600만분의 1이다. 하지만 로또를 1년(52주) 동안 매주 한 번씩만 산다 해도 1등 당첨 확률은 15만7000분의 1로 상승한다. 1년 동안 꾸준히 로또 복권을 산다면 벼락에 맞는 것보다 로또에 당첨될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이론상이다. 실제로 매주 10만 원씩 로또 복권을 산다 해도 자손 대대로 3120년 동안 사야 한번 1등에 당첨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당첨확률은 복권구매자/814만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구매자 개개인별로 1/814만이 적용되므로, 같은 번호를 중복선택 할 경우 등을 고려하면 오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례로 지난 755회차(5월 20일 추첨)에서는 7130만 명이 로또를 구매하여 8명이 22억 원에 당첨되었고, 확률은 1/891만이었다. 그렇다면 '낙타 바늘구멍 뚫기'보다 더 어려운 로또의 당첨확률을 올리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뜻밖에 방법은 간단하다.

과거 데이터에서 복권 당첨번호의 상관관계 찾는다?

다른 번호로 여러 장을 사면 된다. 10장을 사면 10배의 확률, 100장을 사면 100배의 확률을 반드시 보장한다. 그러나 이렇게 약간의 당첨 확률을 높였다고 가정하자. 그래 봤자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갈 확률보다 더 희박하다. 1등 당첨은 하늘의 운이지 결코 분석력으로 당첨될 수는 없다. 로또분석으로 대박 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정 번호가 연속으로 나왔던 적도 있지만, 이것 또한 별로 큰 의미는 없다. 애초부터 확률게임인데 분석 자체가 헛수고다.

과거 일부 종합편성채널과 인터넷 언론사 몇 곳은 로또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법칙을 소개했다. 이들이 소개한 로또 1등에 당첨되는 확률을 정리해보면 ▲조상 꿈을 꿨을 때 ▲목요일에 로또 명당으로 달려가 ▲'1번'과 '27번'이 포함된 로또 번호를 찍기만 하면 1등에 당첨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그러나 복권 당첨번호를 과거 데이터에서 상관관계를 찾는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이다. 그게 정말로 가능하다면 통계학자들은 아마 지금 전부 부자가 되어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로또 번호를 분석하여 당첨패턴을 통해 '핫넘버'를 찾고 '콜드넘버'를 찾고 '이번엔 홀수가 더 많이 나올 것이다', '높은 번호가 나올 가능성이 크겠다'라고 하는 예측은 어림없는 소리다. 로또는 신도 못 맞춘다. 조물주도 예측할 수 없으리라.

나눔로또 복권통합포털에 게시된 당첨금 배분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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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로또 명당? 많이 사니까 그만큼 확률 높아질 뿐

로또 번호 분석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서 실제로 1등 당첨자가 나올 수도 있다. 그 이치는 뜻밖에 간단하다. 주사위를 굴려 눈이 1이 나오면 이기는 게임이 있다. 주사위를 열 번 굴렸을 때 1이 나올 확률은 보통 1~2번에 불과하지만 1000번을 굴렸다고 가정하면 아무리 못해도 100번은 나오기 마련이다. 회원이 많을수록 1등 당첨자가 확률적으로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자체 분석시스템이라는 명목으로 매주 수만 개의 번호 세트를 뿌리고 그중에 딱 한 번만 1등이 되어도 수지맞는 장사다.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는 하나만으로도 두고두고 우려먹으며 회원들까지 늘어나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기다.

10원짜리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나올 확률은 50%다. 실제로는 안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동전을 몇 개를 가지고 던지든, 동전을 몇 번 던지든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동전이 앞면이나 뒷면이 나오지 않고 가운데로 서버리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극히 경우의 수가 적기 때문에 무시했던 그 무시무시한 경우의 수가 바로 로또 1등의 확률과 같다고 보면 된다. 혹자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도로에 동전을 일렬로 늘어놓은 뒤 이 가운데 하나를 맞추는 확률과 비슷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로또 명당'도 같은 이치다. 명당이라고 알려진 판매점은 많게는 수십만 명 이상이 로또를 사가므로 그만큼 1등의 당첨 확률은 높아진다. 동네의 로또 판매점의 이용자가 천명이라고 가정할 때, 로또 명당이라고 알려진 판매점은 수만 명 이상이 로또를 사므로 그만큼 확률이 높아지는 이치다.

로또 1등 당첨은 그 확률이 극히 희박한 만큼 어떠한 분석방법을 써도 무용지물이다. 로또 번호 분석사이트의 예측과 유치원생이 고른 로또 번호의 당첨 확률은 정확히 같다. 814만분의 1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로또 1등 번호를 예측할 수 있는 회사가 그걸 알면 본인들이 사지, 왜 그걸 알려주겠나. 그래도 로또분석사이트의 유혹이 끌리는가. 그렇다면 회원 가입할 돈으로 차라리 한 장을 더 사시라.

정권도 바뀌었고 일한 만큼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는 약속도 했다. 이런 멋진 정권에서 로또로 인생역전을 꿈꾸기보다는 게임으로 즐기고, 즐긴 후에는 맡은 바 일에 열중하자. 막연한 희망을 꿈꾸는 것이야말로 잠시나마 행복을 안겨줄 수 있는 위안이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답이 없다. 그러나 노력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에 몰방하여 요행을 바라는 것이 진정한 헛일이라는 걸 깨달아야 한다.



태그:#로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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