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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지난 5월 3일에서 5일까지 중국 대륙에 강한 황사가 습격했다. 중국의 절반을 휩쓸었고, 6일부터는 한국도 괴롭혔다. 이번 황사는 신장, 깐수, 네이멍구, 산시, 허베이, 베이징, 지린 등 북방 10개 성시 163평방킬로미터로 광범위하게 습격했고, 지역에 따라 미세먼지(PM10)가 2000마이크로미터에 달했으며, 베이징도 1000마이크로미터가 넘는 수준이었다.

황사 피해지역에 포함되지 않는 상하이 등 남방지방까지 황사의 공포를 느껴야 했다. 그런데 이 황사는 여러모로 특이했다. 중국 황사는 보통 2월 말부터 찾아와 4월에 절정을 이루고, 4월말부터 약화된다. 그런데 올해는 사실상 첫 황사가 5월초에 습격했다. 또 베이징을 습격한 황사는 곧바로 한국으로 넘어오지 않고, 중원을 방황하다가 3~4일 후 한국에 영향을 주었다.

에피소드 2. 지난 4월 11일 필자는 선친 제사를 모시기 위해 전남 영광으로 차를 몰았다. 올해 여의도의 벚꽃 만개 날짜가 4월 7일 전후여서 남쪽 지방은 벚꽃이 이미 졌으리라 생각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만난 경기도 지역은 이미 대부분 벚꽃이 만개해 있어 보기에 좋았다. 그런데 남쪽으로 갈수록 피지 않은 벚꽃나무가 많아졌다. 영광지역 벚꽃명소로 알려진 유명한 백수해안도로를 들렀을 때 벚꽃나무의 상당수는 꽃이 피지 않은 상태였다. 일반의 상식에서 벚꽃은 남쪽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향하는 것이지만 최근 이런 흐름은 사라졌다.

이 두 에피소드는 전혀 다른 지역에서 일어난 것 같지만, 그 근본에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지구의 기후 위기다. 올해는 늦겨울 폭설로 황사가 일어날 가능성은 줄었지만, 봄철의 급격한 온난화와 돌풍은 예기치 못한 5월 황사를 만들었다. 이제 황사는 특정한 시기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올 수 있는 기상현상이다.

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의 저서 <한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개의 복이 온다>. 지구 환경 문제에서부터 그 극복방안을 다룬다.
 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의 저서 <한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개의 복이 온다>. 지구 환경 문제에서부터 그 극복방안을 다룬다.
ⓒ 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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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나 단풍 지도를 만드는 일은 이제 무의미한 일이 되어 간다. 한반도의 급격한 온난화는 꽃과 나무에게 혼돈을 주기 때문이다. 이 원인에 지구의 기후 위기가 있다.

'환경 노벨상'으로 불리는 유엔 '생명의 토지상' 수상자인 푸른 아시아 오기출 총장의 저서 <한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개의 복이 온다>(사우 간)는 이런 기후 위기의 전반을 보여준다. 또 그 대안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움직인 그와 푸른 아시아의 활동에 대해 다룬다.

책을 처음 만나는 이들은 이 책이 그저 주례사식 자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활동보고서가 아니라 지구는 물론이고 환경이나 기후 전반을 통찰력 있게 보여주는 주요한 저작이다.

우선 이 책을 읽다보면 이제 기후 위기는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가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중국의 급격한 산업화가 황사나 미세먼지로 한국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피해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한 지역의 급격한 에너지 사용은 몽골의 영구동토층이나 에베레스트의 수자원을 고갈시키고 있다.

몽골 영구동토층이 사라지면서 거대한 호수들은 말라버리고, 그 인근에서 살던 거주민들은 도시 인근 빈민층으로 전락한다. 프롤로그에서 필자가 소개하는 타미르 남매도 그런 이유로 도시 빈민이 됐다. 아이들은 다가오는 쓰레기 트럭의 뒤에서 더 빨리 쓸모있는 쓰레기를 얻기 위해 경쟁하고, 결국은 쓰레기 더미에 매몰되어 사망하는 경우도 나오기 때문이다.

기후 이상에 의한 위기는 몽골에 사는 타미르 남매만의 이야기일까. 우리가 종교 분쟁이나 인종분쟁으로 인식하는 아프리카 다르푸르 분쟁이나 르완다, 수단 등도 기후 이상으로 인한 사헬화가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유엔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28억명이 사막화와 물부족으로 고통을 겪는데, 2025년이면 그 숫자가 전세계 인구의 5분의 3에 해당하는 53억명까지 확대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세계는 이 문제의 해결보다는 기업이나 국가의 이윤 창출에만 눈이 멀어 있다. 아프리카로 식량 확보에 나서는 스위스 네슬레나 중국의 선바이오, 한국의 대우 로지스틱스까지 이들은 권력들과 결탁해 결국 식량의 카르텔을 만들고, 현지인들을 소외시킨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저자는 우선 한국인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라고 말한다.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배출량은 12.5톤으로 영국(6.5톤), 일본(10.1톤)은 물론이고 중국(7.6톤)에 비해서도 많다.

이상 기후로 인한 재앙은 한두 가지가 아니고, 한국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4월에 30도를 넘어가는 기온도 있지만 국지적으로 엄청난 물을 쏟아붓는 폭우, 우박 등을 동반한 강풍 등도 이상기후가 만들어낸 결과다. 겨울과 봄부터 눈이 오지 않아 저수지가 마르는 현상도 더 확대될 것이다.

그간 이런 상황에 대해 가장 민감한 이들이 국제구호단체들이다. 그런데 이들 역시 진짜 구호가 필요한 장소와 방법에서 정확한지에 대해 필자는 묻는다. 보여주기식 구호와 일회용 구호는 오히려 현지 산업생태계를 파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런 전 지구적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문제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다. 얼마전 있었던 대선토론에서 한 후보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이고, 그 해결을 위해 중국을 공격하자는 방향으로 다른 후보에게 질문했다.

다행히 다른 후보는 미세먼지 근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국가간 협업이라는 근본적인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정리한 것을 봤다.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미세먼지나 황사 같은 재앙에 대해 근본적인 인식보다는 남 탓에 익숙하다.

중국은 수도권 지역(베이징, 톈진, 허베이)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2013년부터 5년간 한화 305조원을 투자해 미세먼지를 개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공장의 강제 폐쇄는 물론이고, 연탄 연료 가정의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온실가스에 대한 이해는 어느 수준일까. 우리나라는 파리 총회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37%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국가적으로 진행되는 사항은 거의 없다. 2023년에는 중간 점검도 있지만 국민들의 온실가스에 대한 이해는 이전과 다르지 않다.

이를 위해 저자는 에볼라를 퇴치했던 로파타운의 사례와 자신이 주도한 몽골의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피터 클라멘트가 로파타운에 찾아가 에볼라를 확산시키는 장례 문화를 바꾸었듯이 자신도 몽골에서 숲을 통해 재앙에 빠진 지역을 구한 사례를 소개한다.

20여년간 활동을 통해 숲의 복원과 마을의 복원을 만들었다
▲ 푸른아시아 몽골 활동 모습 20여년간 활동을 통해 숲의 복원과 마을의 복원을 만들었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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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출 총장이 이끈 푸른 아시아의 숲은 450헥타아르로 중국이 만드는 어마어마한 인공 숲에 비해 면적으로는 비교할 수 없지만 숲을 통해 도시 빈민이 될 뻔한 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유엔이 '생명의 토지상'을 수여한 것이다.

푸른 아시아가 생태 복원에서 가장 주목한 것은 환경의 개선도 있지만 마을의 건전한 복원이 있었다. 이런 복원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시 석관동의 한 아파트는 한해 15억원의 전기료(이산화탄소 발생량 4464톤)를 쓰는 지역이었지만, 공용전기의 LED 등 교체로 2억4000만 원의 전기료를 절감했고, 경비원의 일자리 환경을 개선해 대한민국 녹색기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 심는 나무이기도 하지만 세계 각국에 심는 것이다. 2006년 왕가리 마타이가 시작해 10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지만 그의 사후에 사라진 나무심기를 잇는 운동을 오기출 총장은 다시 시작하고 있다.

그는 지구를 파괴하는 사람들이 각성해 나무를 심는 것이 스스로 대통령이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직면한 파리기후협정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하는 실질적 책임자로서 대통령의 여정도 시작했다. 오기출 총장의 이번 책은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한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개의 복이 온다 | 오기출 저 | 사우 간>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 유엔 ‘환경노벨상’ 수상자가 들려주는 기후 위기 시대의 해법

오기출 지음, 사우(2017)


태그:#오기출, #푸른아시아, #몽골, #식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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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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