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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완주군 고산면 고산미소시장에서는 한우숯불구이 축제가 있었다.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완주군 고산면 고산미소시장에서는 한우숯불구이 축제가 있었다.
ⓒ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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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부터 6일까지 완주군 고산면에 있는 고산미소시장에서 한우숯불구이 축제가 있었다. 마침 연휴를 이용해 서울에서 손님이 오셔서 손님들을 모시고 축제가 열리고 있는 고산미소시장에 다녀왔다. 서울 손님들에게 고산미소 시장구경도 시켜드리고 축제도 즐기기 위해서였다.

고산미소시장은 생긴지 4년밖에 안 되었지만 매우 흥미로운 곳이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문화관광형 시장이라는 것인데, 문화관광형 시장이란 전통시장과 지역의 문화와 관광자원을 연결한 시장을 말한다.

미소시장은 베테랑 상인들과 이제 막 장사를 시작한 초보 청년 상인들이 어우러진 삶의 현장이다. 30여 개의 점포가 있다. 상인들이 파는 상품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있다는 점,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이 있다는 점, 그리고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한데 어우러지는 문화가 있다는 점을 인정 받아 문화관광시장으로 지정되었다.

고산면 엄마들의 사랑방 '서쪽 숲의 네발요정이 내린 커피'
 고산면 엄마들의 사랑방 '서쪽 숲의 네발요정이 내린 커피'
ⓒ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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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시장답게 미소시장엔 재미있는 가게들이 있다. 일단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카페 이름이 "서쪽 숲에 네발 요정이 내린 커피"이다. 이름이 참 독특하다. '왜 서쪽 숲일까?' '네발 요정이 내린 커피는 어떤 맛일까?'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름이다. 왠지 들어가서 커피한 잔 마시며 궁금증을 풀어야 할 것 같은 이름이다. 이곳은 고산지역 엄마들이 만나 수다도 떨고 정보도 공유하는 사랑방일 뿐만 아니라 작은 음악회나 인문학 강의도 수시로 기획, 진행하는 곳이다.

우리 일행의 목적지는 바로 "고산미소"이다. 이곳은 한우 농가들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소비자들에게 적정한 가격에 질 좋은 한우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생산자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정육식당이다. 평소에는 정육점 2층에서 갈비탕이나 한우비빔밥을 먹는데 축제기간에는 광장에 마련된 숯불구이 존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도록 천막으로 간이 식당을 만들어 놓았다. 이 간이 식당에 일행과 같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품질 좋은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여 숯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축제
 품질 좋은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여 숯불에 구워 먹을 수 있는 축제
ⓒ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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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잡은 후 정육점에 가서 먹고 싶은 고기를 사와서 간이식당 카운터에서 사람 수대로 상차림 비용을 지불하고 야채와 음료수를 샀다. 야채는 무한 리필이라 떨어지면 직접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셀프 시스템이다. 우리는 채끝 살과 등심을 샀는데 시중 가격의 반값으로 구매를 했다.

완주한우협동조합에서는 산지와 소비자 간의 가격 연동성이 낮아 산지의 한우 가격이 하락해도 소비자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한우 소비자 가격을 낮춰 판매하고 있다. 그래서 더 싸게 살 수 있었다. 거기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기 때문에 더 좋은 한우를 더 싸게 믿고 살 수 있는 것이다.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품질이 좋지 않거나 맛이 없으면 어쩌나 약간 걱정을 했는데 한 입 먹어본 순간 쓸데없는 기우였음이 증명되었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다. 일행들도 너무 맛있다고 말했다. 횡성 한우가 제일인 줄 알았는데 완주 한우가 더 맛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탁월한 선택이었다며 기뻐했다.

만경강이 품은 고산이야기
 만경강이 품은 고산이야기
ⓒ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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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찬찬히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축제기간 중 행운권 추첨이 있고 여기저기 체험부스도 열려서 제법 볼거리가 많았다. 기대 이상으로 미소시장에는 재미있는 가게들이 많았다.

청소년들의 공간인 '담벼락'이 인상적이었다. 인근의 청소년들이 언제든지 와서 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니 갈 곳 없어 방황하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아지트가 있는 셈이다. 아이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도 있다하니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보호받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창작공방 '소소'와 '마루'는 진로교육 지원센터의 지정 체험장이다. 이곳에서는 목공예와 가죽공예를 체험해 볼 수 있는데 아이들과 같이할 수 있어서 좋다. 이런 다양한 경험은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고 다양한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소품은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기념품이 될 것이다.

널리널리 '홍홍'은 아기자기한 소품을 무인 판매하고 있다. 커피와 차도 스스로 타서 마시고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물건 값도 스스로 계산하는데 사실 처음엔 살짝 당황했다. 앉아 계신 분이 주인인 줄 알았는데 손님이셨고 궁금한 것을 물어볼 대상이 없다는 것, 그리고 계산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게 많이 낯설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 익숙해지면 부담 없이 편하게 와서 책도 읽고 차도 마시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12시간을 숙성시켜 만든 요구르트와 지역 딸기로 만든 딸기잼 판매장
 12시간을 숙성시켜 만든 요구르트와 지역 딸기로 만든 딸기잼 판매장
ⓒ 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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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 판매점은 '홍홍' 말고도 또 있다. 발효 요구르트 가게인 '고산이모'이다. 이곳 요구르트는 완주군 로컬 푸드 매장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원래는 4천 원에 판매하는데 미소시장에서는 무인판매라 3천 원에 구입할 수 있다.

미소시장은 기존의 시장이라는 틀을 깬 아주 재미있는 공간이다. 도시와 농촌이 만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생하며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고 청소년이 놀 수 있는 문화가 있는 곳이다. 이런 공간이 많아지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 같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4일과 9일이 고산 5일장이라 하니 장날에 오면 시골장터도 체험할 수 있다.

고산에는 미소시장 말고도 가볼 곳이 제법 있다. 1398년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산향교, 설립된 지 100년이 넘은 고산읍교회, 덕암에너지자립마을, 생태공원까지 이번엔 시간이 없어서 다 둘러보지 못했는데 5일장에 맞추어 나들이 와서 여기저기 둘러봐야겠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는가보다. 모르고 있을 땐 볼게 뭐가 있나 싶었는데 알고 나니 이것저것 볼 것이 생긴다. 조만간 고산으로 나들이 가야겠다.

덧붙이는 글 | http://wanjublog.com/221001414230



태그:#완주군, #고산면, #고산미소시장, #한우숯불구이축제, #봄완주여행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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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티 인문학이란 저평가 되어 있는 지역의 역사, 문화, 관광자원을 발굴, 개발하여 스토리텔링 하는일이다. 이것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방법을 찾아서 더 행복한 지역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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