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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 색깔은 매개체를 유혹하기 위한 유혹빛입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요즘 들녘은 알록달록, 각각의 색을 띤 꽃들로 만화방창 꽃 대궐입니다. 무심히 바라보면 그냥 식물이고 꽃들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면 궁금증이 넘쳐나고 비밀이 가득한 게 식물입니다.  

저 꽃은 왜 저렇게 생겼는지가 궁금하고, 저 꽃은 왜 저 색을 띠고 있는지도 궁금할 수 있습니다. 그 꽃이 그런 색깔을 띠고, 그렇게 생긴 건 그 꽃을 피워낸 식물이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자 맞춤식 유혹입니다.

맞습니다. 꽃은 유혹입니다. 인간들이 꽃을 보며 느끼는 막연한 추상적 유혹, 아름답다는 감상적 유혹이 아니라 성욕을 해소하기 위한 생태적 유혹입니다. 성욕이라는 표현이 민망스러우면 종족 번식을 위한 원초적 본능이라고 해도 좋을 겁니다.

꽃의 색깔은 유혹의 대상이 좋아하는 색깔입니다. 예를 들어 노란색이나 빨간색은 나비를, 하얀색은 나방을, 보라색은 벌을 유혹하는 꽃일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나비를 유혹하는 꽃은 꿀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데 이는 주둥이가 긴 나비에게만 꿀을 주기 위해서 이고, 나방을 유혹하는 꽃들은 대개 밋밋한 흰색을 띠고 있는데 이는 야행성인 나방에게 화려한 색깔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이러한 꽃들은 밤에 그윽한 향기를 내 시력이 좋지 않은 나방을 효과적으로 불러들이죠. 이처럼 꽃들에겐 자신이 원하는 대상이 분명히 있으며 그 대상이 좋아하는 형태, 색깔, 향기를 갖게 됩니다. - <녹색동물> 227쪽

동물의 성욕을 능가하는 식물 본능 <녹색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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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동물> / 지은이 손승우 /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 2017년 4월 5일 / 값 17,800원
ⓒ (주)위즈덤하우스	관련사진보기

<녹색동물>(지은이 손승우,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은 인간의 사고와 인간의 눈높이를 벗어나 살핀 식물의 세계입니다.

매일매일 봐 왔으면서도 눈치 채지 못한 현상, 너무나도 무심히 간과한 것들을 조목조목 짚어 정지화면처럼 보여주는 내용입니다. 

한 마디로 경이롭습니다. 식물들이 생존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각고는 인간들의 경쟁을 추월합니다. 종족 번식을 위한 노력은 유흥가의 유혹을 능가합니다.

식물 그 자체는 움직이지 못하고 돌아다니지 못하지만 생존과 종족번식을 위한 본능은 동물의 성욕에 모자라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질투 중에서 가장 큰 질투가 씨앗질투라고 합니다. 씨앗싸움엔 부처도 돌아앉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산수국은 씨앗질투는커녕 자신과 사랑을 나누던 매개체가 다른 꽃들을 찾게 하기위해 스스로를 장식하고 있던 꽃들을 접는다고 하니 사랑의 경지를 보는 듯합니다. 

'가짜 꽃잎의 역할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진짜 꽃들이 수정이 되면 산수국은 가짜 꽃잎을 뒤집습니다. 가짜 꽃잎은 유혹을 하는 꽃잎. 꽃잎을 뒤집었다는 것은 수분매개자인 벌 등이 오지 말라는 뜻이죠. 꽃잎을 뒤집는 것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입니다.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셈이죠. 왜 산수국은 일부러 가짜 꽃잎을 뒤집을까요?

산수국은 여러 포기가 함께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수정을 시켜줄 벌이 이미 수정된 꽃에 오는 것은 산수국에게 쓸데없는 일일 뿐만 아니라 수정이 안 된 다른 꽃이 수정될 기회까지 뺏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산수국은 가짜 꽃잎을 뒤집습니다. 벌이 수정이 된 꽃에는 오지 않도록 하고 수정이 안 된 꽃에게 가도록 하는 거죠.' - <녹색동물> 189

7년에 한 번 꽃피는 시체꽃, 700년을 기다렸다 싹을 틔운 아라홍련, 불이 나기만을 기다리는 뱅크스 소나무 등 기기묘묘한 식물들 세계도 경이롭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아주 흔하게 접하게 되는 땅콩과 토마토, 꿀풀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식물세계 역시 놀라움 자체입니다. 

식물들에 대해 알지 못했던 것을 눈으로 보며 알게 해줄 뿐 아니라 식물들이 생존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마음마저 겸손하게 해주는 신선한 교양으로 읽혀 질 거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