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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물 먹은 우리들에게

'이번에는 잘되겠지'라는 희망은
또 다시 나에게 물을 먹이고
도전하는 일마다 물세례를 맞고
이력서 내는 족족 고배를 마신다.

내가 물 먹는 하마도 아니고
세상아, 왜 자꾸 내게 물을 먹이는 거냐. 
이러다가 헤엄도 칠 수 있겠다며 투덜대는 나에게
세상은 끝없이 소나기마냥 우두둑 우두둑 시련을 퍼붓는다.  
아아
물을 주신다 쑥쑥 자라라고.

청년실업이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청년실업이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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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번째인지도 잊은 취업 실패. 말로만 듣던 청년실업이 내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아버지의 호통과 어머니의 한숨 소리에 집 안이 조용할 날이 없다. 우리 집에는 취준생들이 있다. 취준생,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란 단어가 참 아프게 들린다. 다 큰 자식들과 손자까지 다 떠안고 버거워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할 말이 없다. 부모님께 무거운 주머니를 안겨드린 나는 캥거루족이다.

"늙은 사람들은 일하고, 젊은 사람들은 놀고 있네."

시댁에서는 나에게 지나가는 말로 했던 거지만, 참 가슴을 쿡쿡 찌르는 말이다. 아이를 가지고 입덧이 심하다. 아침에 깨서 첫 일과는 토하는 걸로 시작했다. 출산 전까지 일하고 싶었지만 아이와 나를 위해 포기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입덧이 잦아들고 임신 중기가 되자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는 애 둘을 키우고, 지금 임신까지 했는데도 나가서 일을 참 잘하더라."

한심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말에 서운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출산을 하고 나서는 꼭 취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되었다.

1. 일단 질러보자

무작정 지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날 안 써주겠지만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심정으로 냈던 곳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운이 좋게도 애를 보며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그나마 얼굴을 들 수 있었다.  

2. 수시로 구인 사이트를 살펴보기

구인 사이트에 '재택'이라고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있었다. 또 동네 근처에서 편한 시간마다 사무실에 들러서 일할 수 있는 '손부업'을 하는 분들도 있었다.

3. 내 관심분야 카페 가입하기

자신의 관심분야 카페에 가입해 구인구직게시판을 매일 확인하다보면 내 조건에 맞는 일자리들이 눈에 띄곤 한다. 지원한다고 좋은 결과가 나오진 않지만 이력서를 내본다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활기가 더 충전되는 느낌이다. 카페글을 보면 자신을 홍보하는 구직글들도 있다. 난 아직 구직글은 올려보진 못했지만 이것도 방법 중 하나인 듯하다.

하지만 지속적인 일을 구하긴 힘들었고, 육아를 하는 아줌마를 반기는 곳은 많지 않았다.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겠지만, 지금 이 시기에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까지 여전히 일을 찾고 있다.

주변 엄마들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기도 하고, 또 아이를 위해서 아이와 함께 하면서 일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어한다. 전업맘인 난 일하는 워킹맘들을 보면 힘들겠다 싶지만 내심 부럽다.

물론 '엄마'라는 직업도 다른 직업과 같이 바쁘고 보람된 일이다. 아이를 옆에 두고 오래도록 같이 있어줄 수 있는 형편이 된다는 건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마도 꿈이 있다.

아이가 다 자라고 나면 그때 나는 행복할 수 있을까. 과연 내가 일할 수 있을지 두렵다. 경력단절인 내가 설 자리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런 건 그때 가서 생각하라며 다 그렇게 사는 거지 별걸 다 걱정한다며 배부른 소리한다고들 한다.

늦게까지 일하면서 육아까지 해내는 워킹맘들의 스트레스와 고충은 얼마나 더 힘이 들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런 노고에 비하면 이런 나는 정말 복받은 셈이다.

하지만 배터진 소리래도 할 수가 없는 걸. 아이 하나 잘 키우는 게 돈 버는 일이라고들 하지만 적어도 부모님께 밥벌이를 하는 자식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보태드리며 떳떳하게 얼굴을 들고 싶다. 구인 사이트를 습관처럼 아침, 저녁으로 확인하며 다시 일할 수 있는 날을 꿈꿔본다.

너무 우울이 밀려올 때는 육아는 아이를 오래 돌볼 수 있는 곳에 맡기고, 나도 일에 올인을 해볼까 하는 극단적인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 그건 좋지 않은 생각인 것 같다. 욕심이더라도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꿈이 이뤄질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아봐야겠다.

소소하고, 사소한 도전을 계속한다면 작은 변화겠지만 조금씩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기리라 믿는다. 손 놓고 가만히 있다면 제자리걸음밖에 할 수 없으니.


태그:#엄마,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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