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빨간 색으로 정열적인 동백꽃.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
 빨간 색으로 정열적인 동백꽃.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장사익의 목소리로 들은 노래 '동백아가씨'다.

지난 4월 8일, 자동차를 운전하던 길이었다. 때마침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 '동백아가씨'가 온몸에 전율이 일게 했다. 더 이상 운전을 계속할 수가 없었다. 하릴없이 도로 한쪽에 차를 세웠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검색했다. '동백아가씨'를 검색했더니, 여러 사람의 노래가 걸려든다. 이미자와 임태경의 목소리로 노래를 다시 한 번 들었다. 해금과 색소폰으로 연주하는 연주음악도 가슴에 와닿는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이 든 동백꽃. 강진 백련사의 동백꽃이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이 든 동백꽃. 강진 백련사의 동백꽃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예부터 시인묵객들의 작품 소재가 된 동백꽃. 그리움의 상징 꽃이다.
 예부터 시인묵객들의 작품 소재가 된 동백꽃. 그리움의 상징 꽃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빨갛게 멍이 든 동백꽃을 보러가지 않을 수 없다. 동백꽃은 일반적인 꽃과 달리, 활짝 피었을 때는 물론 꽃잎 떨군 풍경도 아름답다. 낙화 풍경이 뿌리칠 수 없는 유혹으로 다가서는 꽃이다.

하여, 동백꽃은 두 번 봐야 한다. 꽃이 필 때 한 번 보고, 꽃이 떨어질 때 또 한 번... 그러면 동백꽃 제대로 봤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꽃말을 찾아봤더니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이다. 꽃의 생김새만큼이나 정열적인 꽃말이다.

나주 금사정의 동백나무. 500년 전 개혁을 꿈꿨던 유생들의 뜨거운 소망과 절의를 담고 있다. 나무 한 그루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나주 금사정의 동백나무. 500년 전 개혁을 꿈꿨던 유생들의 뜨거운 소망과 절의를 담고 있다. 나무 한 그루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나주 금사정의 동백나무. 무수히 많은 꽃망울을 달고 있다. 옛 선비들의 개혁정치를 향한 열망을 담고 있다.
 나주 금사정의 동백나무. 무수히 많은 꽃망울을 달고 있다. 옛 선비들의 개혁정치를 향한 열망을 담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먼저 찾은 곳은 금사정이다. 전라남도 나주시 왕곡면 송죽리에 있다. 금사정은 '누정'보다 '동백나무'다. 누정의 건축미는 그다지 볼 것 없다.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동백나무의 품세도 위풍당당하지도 않다. 나무에 스민 정신이 남다르다.

기묘사화로 피바람이 몰아치던 조선 중종 때의 일이다. 개혁정치를 꿈꿨던 정암 조광조가 전라도 화순 능주로 유배된다. 정암을 따르던 유생 200여 명이 죽음을 무릅쓰고 정암의 구명을 요구하는 상소를 올린다.

그럼에도 조광조가 능주에서 사약을 받고 죽자, 뜻을 이루지 못한 유생들 가운데 일부가 한데 모인다. 임붕, 나일손, 정문손, 김식, 진이손, 김인복 등 11명이 개혁정치의 꿈을 접고 나주로 내려온다.

나주 금사정과 동백나무. 금사정의 진면목은 누정보다 동백나무에 있다. 옛 선비들의 절의가 깃든 나무다.
 나주 금사정과 동백나무. 금사정의 진면목은 누정보다 동백나무에 있다. 옛 선비들의 절의가 깃든 나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나주 금사정의 동백나무. 500년 전 선비들의 절개가 스며있다. 나무 아래에 핏빛 선연한 동백꽃이 떨어져 있다.
 나주 금사정의 동백나무. 500년 전 선비들의 절개가 스며있다. 나무 아래에 핏빛 선연한 동백꽃이 떨어져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그들이 나주에서 절개와 의리를 맹세하며 누정을 지었다. 금사정이다. 그 누정 앞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는데, 지금의 동백나무다. 금사정의 동백나무는 500년 전 개혁을 꿈꿨던 유생들의 뜨거운 소망과 절의를 담고 있는 셈이다. 변치 않는 절개를 상징하는 이 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금사정의 동백나무에 동백꽃이 활짝 피어있다. 여느 나무보다 짙은 빨간색의 꽃을 피우고 있다. 나무 아래에도 수없이 많은 동백꽃이 떨어져 있다. 개혁을 열망하던 옛 유생들의 핏빛처럼 선연하다.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강진 만덕산 백련사. 오래 전 백련결사의 터전으로 삼았던 절집이다.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하고 있는 강진 만덕산 백련사. 오래 전 백련결사의 터전으로 삼았던 절집이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강진 백련사의 동백나무 숲. 부도밭에 꽃잎 떨군 동백꽃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강진 백련사의 동백나무 숲. 부도밭에 꽃잎 떨군 동백꽃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꽃잎 떨군 동백은 강진 백련사에도 흐드러져 있다. 뚝뚝 떨어진 붉은 꽃망울이 지천에 널려, '꽃탄자'처럼 깔렸다. 그 풍경이 황홀하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동백의 으뜸이 설중동백(雪中冬栢)이라지만, 땅에서 핀 지중동백(地中冬栢)이 한 수 위 같다.

목이 부러지듯 떨어진 붉은 꽃망울이 언뜻 슬프게도 보인다. 예부터 많은 시인묵객들의 작품 소재가 된 것도 이런 연유일 게다. 장사익이 부른 '동백아가씨'가 처연하게 들린 것도 그 때문이리라.

백련사 동백숲 조그마한 계곡에 떨어진 동백꽃. 물의 흐름에 따라 춤추는 동백꽃이 한 편의 선율을 선사한다.
 백련사 동백숲 조그마한 계곡에 떨어진 동백꽃. 물의 흐름에 따라 춤추는 동백꽃이 한 편의 선율을 선사한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백련사 부도에 떨어진 동백꽃. 부도밭과 어우러진 동백나무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백련사 부도에 떨어진 동백꽃. 부도밭과 어우러진 동백나무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백련사의 동백꽃은 절집의 부도밭과 어우러져 더 아름답다. 청태 낀 부도에 동백 꽃봉오리가 뚝-뚝- 떨어져 있다. 동백숲의 조그마한 계곡에도 꽃이 흩어져 있다. 계곡물을 따라 유람하는 동백꽃의 모습도 한 편의 선율이 된다.

땅에도, 하늘에도 동백꽃 물결을 이루는 백련사다. 백련사 동백숲은 동백나무 1500여 그루로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우거진 동백나무가 하늘을 가려 한낮에도 어두울 정도다. 수령이 300년 안팎이다. 동백나무 군락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백련사의 동백꽃. 꽃무더기 뒤로 백련사를 찾은 여행객들이 절집을 둘러보고 있다.
 백련사의 동백꽃. 꽃무더기 뒤로 백련사를 찾은 여행객들이 절집을 둘러보고 있다.
ⓒ 이돈삼

관련사진보기




태그:#동백꽃, #동백나무, #금사정, #백련사, #기묘사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