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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첫 재판 출석하는 이재용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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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앞에선 재계 1위, 글로벌 대기업도 정말 소용없었을까.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뇌물죄 사건 1차 공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쪽은 자신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최순실씨의 위세에 눌렸다고 항변했다. "최씨를 도와주지 않으면 해코지할 것 같았다(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전 대한승마협회 회장, 2016년 11월 12일 검찰 진술)"는 얘기였다.

삼성은 사건 초기부터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문제를 다룬 7일 재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대통령 요청이 이 사건 계기가 됐는데, 최씨가 (우리를) 겁박해 어쩔 수 없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양쪽의 겁박이 이 승마지원의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왜 최순실 앞에서 작아졌나

이들이 말하는 사건의 중대한 분기점은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면담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약 30분 동안 이뤄진 이날 면담에서 15분간 승마 얘기를 꺼냈다. 2014년 9월 15일 1차 단독면담 때 자신의 부탁으로 삼성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긴 했지만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승마는 말이 중요하므로 좋은 말도 사야하고 올림픽에 대비해 전지훈련에 가야 하는데 (삼성이) 전혀 안 했다, (이전 회장사인) 한화만도 못하다"며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 독대 후 박상진 전 사장과 최지성 전 실장을 만난 이 부회장이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빔 같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 할 정도였다. 박 전 사장은 곧바로 수습에 나섰고, 그제야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았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관련 기사 : "박근혜 만난 이재용 '레이저 빔' 뭔지 알겠다").

이후 삼성은 서둘러 승마훈련 지원 계획을 세웠고, 2015년 8월 26일 '코어스포츠'라는 회사와 훈련 등에 관한 용역 계약을 체결한다. 이 회사는 최씨 모녀가 모든 지분을 소유해 유령회사로 의심받는 곳이다. 최씨는 새로 얻은 말들의 소유가 삼성전자로 돼있다고 역정을 내기도 했고, 코어스포츠에 지급할 용역대금을 빨리 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박상진 전 사장과 그를 보좌한 황성수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스포츠기획팀장은 수시로 독일을 드나들며 최씨를 달랬다.

권순익 변호사는 이 과정들을 설명하며 "대통령의 권한도 있지만, 최씨가 삼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봐 거절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정씨 지원 사실을 감추기 위해 코어스포츠와 허위 계약을 맺었다는 공소사실을 두고도 "계약 당시엔 6명을 지원하려고 했다"며 "허위로 계약하려 했다면 당시에 삼성 법무실 변호사도 나갔겠냐"고 반문했다.

피해자인가, 뇌물공여자인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이 열린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법정에 참석하려는 방청객들이 줄을 서 있다. 2017.4.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이 열린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법정에 참석하려는 방청객들이 줄을 서 있다. 20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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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삼성이 처음부터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며 반격했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진술이 무기였다.

김 전 차관은 특검 조사에서 "2015년 6월 24일 만났을 때 박상진 전 사장이 '정유라를 지원할 준비가 언제라도 돼 있는데 정유라가 최근 출산해서 지원을 못하고 있다, 몸 상태가 호전되면 곧바로 지원할 예정'이라더라"고 말했다. 또 이미 승마계에는 정씨가 최순실씨 딸이란 것이 알려졌고, 삼성은 2014년 연말 승마협회 행사에 정씨가 불참한 사실을 내부에서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말 세탁' 의혹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삼성은 2016년 8월 22일, 독일 현지 말중개상에게 정씨 훈련용으로 쓰던 말 세 마리(비타나V, 살시도, 라우싱1233)를 팔기로 했다. 정씨는 이 말을 계속 보유했고 덴마크로 이동할 때도 데려갔다. 또 최씨는 마음대로 비타나V를 블라디미르란 말로 바꿨다. 삼성은 두 모녀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다만 '6개월 내에 블라디미르를 매각하라' 등을 요구했을 뿐이다.

삼성은 또 자신들이 코어스포츠에 용역대금으로 보낸 돈을 최씨가 호텔 구입과 정씨 육아용품 구입에 썼는데도 그 용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변호인단은 '최순실씨의 비협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특검은 코어스포츠와 맺은 계약 자체가 가짜였고, 말 매각 역시 언론추적을 피하기 위한 허위계약이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도 약간 의문을 드러냈다. 변호인단은 2016년 8월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승마지원을 중단하면서 용역대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말 매각 등을 추진하면서 최씨 쪽과 밀당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김진동 부장판사는 "최순실씨가 해코지할 것 같았다는데, 겁박을 당했으면 어떻게 밀고당기기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변호인단은 "언론보도로 상황이 바뀌었다"며 "별도 의견서로 설명하겠다"고 했다.

7대 8로 붙은 특검과 삼성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수사팀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 이재용·삼성 재판 직접 등판하는 특검팀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수사팀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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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과 변호인단은 '그림'에서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법무법인 태평양을 중심으로 꾸려진 삼성의 변호인단은 화려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곁에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 송우철 변호사, 특검보 후보였던 문강배 변호사 등 8명이 포진했다. 여기에 맞서 특검 쪽에선 박영수 특검이 직접 법정에 나왔다. 그의 옆자리에는 사건을 전담해온 양재식 특검보가, 뒷줄에는 윤석열 수사팀장이 앉아있었고, 파견검사 4명도 자리를 지켰다.

박영수 특검은 모두진술 때 직접 나서 "국정농단사건은 민간인 최씨의 국정개입과 사익추구를 위한 정경유착이라는 두 가지 고리로 이뤄짐을 확인했다"며 "그 핵심이 삼성 뇌물사건"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이며 전형적인 정경유착 범죄"라며 "이 재판으로 국민들이 법치주의에 신뢰를 갖고 미래에 희망을 키워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뇌물사건 2차 공판은 4월 1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태그:#이재용, #박근혜, #최순실,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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