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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정부의 청년수당 직권취소에 항의하는 뜻으로 서울시가 서울도서관 외벽에 내건 대형 현수막.
 지난해 8월 정부의 청년수당 직권취소에 항의하는 뜻으로 서울시가 서울도서관 외벽에 내건 대형 현수막.
ⓒ 김경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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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청년수당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던 보건복지부가 결국 '동의' 결정을 내렸다. 재작년 11월 서울시가 발표한 이후 1년 5개월만이며, 지난 1월 재협의에 들어간지 4개월만이다.

이로써 서울시는 작년에 시행했다 중단됐던 청년수당의 지급을 오는 6월부터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그동안 법적 소송을 무릅쓰면서까지 청년수당에 대해 완강한 반대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정권교체를 앞두고 정부가 스스로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 "서울시가 정부의 보완 요구사항 충실히 반영했다"

보건복지부는 7일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견을 서울시 측에 최종 통보했다고 밝혔다.

청년수당은 서울 거주 19~29세 미취업자 중 활동의지를 가진 청년들에게 취업·창업 등 다양한 사회참여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5천 명에게 최대 6개월간 매월 5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청년수당 대상자를 선정할 때 소득기준(중위소득 150% 이하)이 마련됐으며, '진로탐색 및 역량강화 프로그램' 참여를 의무화해 대상자의 구직의지 및 구직활동계획 여부를 평가할 수 있게 됐다"며 "서울시가 정부의 보완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한 것으로 판단해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동의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즉각 복지부의 결정을 환영하는 입장문을 내고 "복지부와 지난한 논의를 끝내고 이제라도 청년수당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돼 기쁜 마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의 수정동의안을 바탕으로 고용노동부와의 협의 등을 거쳐 세부안을 마련하고 6월 중에 본격 시행할 수 있도록 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을 주관하는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도 이날 오후 기자브리핑에서 "복지부는 기존 정부사업 참여자를 청년수당 지급 대상자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고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카드지급, 저소득층 우선 지급 등을 권고했을 뿐 우리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8월 8일 보건복지부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직권취소와 관련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한다'며 브리핑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8월 8일 보건복지부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직권취소와 관련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한다'며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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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달라진 협상 분위기... "정권교체 분위기 탓 아니냐"

서울시가 절망에 빠진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활동을 지원하겠다며 청년수당을 포함한 청년활동보장 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15년 11월.

그러나 청년수당은 곧바로 "근로 능력이 있는 청년들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선심성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정부와 보수언론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보건복지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서울시가 "오전에 복지부와는 합의했는데 오후에 윗선의 압력으로 번복됐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이를 부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중앙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청년수당 1차분을 기습적으로 지급했으나 복지부의 직권취소로 인해 다음달 2차분 지급이 무산됐다. 이에 시는 대법원에 직권취소 취소 소송 및 가처분신청을 낸 바 있다.

이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거절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던 정부가 지난 1월 서울시가 재협의를 요청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후문이다.

전효관 기획관은 브리핑에서 "유사한 정책을 신청한 다른 지자체들과의 공통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시간이 좀 지체됐으나 협상 분위기가 작년과 다르게 전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분위기가 달라진 이유에 대해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발표한 이후 경기, 광주, 대전 등 9곳에 달하는 지자체들이 이어서 유사한 정책을 도입했고, 올해는 고용노동부마저 5천명에 한해 지원금 주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상황이 변했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부가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입장 변화에 대해 박 대통령 탄핵 여파로 조기대선이 임박하고 정권교체가 유력해졌기 때문 아니겠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서울시 한 고위 관계자는 "원래부터 중앙 부처의 실무자와는 큰 입장차가 없었다"며 "정권의 심술 때문에 위기에 처한 청년들만 골탕을 먹은 게 아니냐"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시는 일단 오는 4월 청년수당 희망자를 공모하고, 5월에 대상자를 선정한 다음 6월부터 지급한다는 일정을 정해놓고 있다.

시는 작년 12월 올해 청년수당 대상자를 기존 3000명에서 5000명으로 하고, 예산은 75억 원에서 150억 원으로 2배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 기획관은 작년 8월 1개월치만 지급받았던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당시 사업이 정부에 의한 직권취소로 무효화됐기 때문에 청년수당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다시 신청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들에게 가점을 주는 등 다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태그:#청년수당,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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