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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소통'을 강조하지만, 모두가 '불통'이라고 토로합니다. 이 간극은 왜 생겨나는 걸까요? 집에서, 직장에서 겪은 세대 간 소통 차이를 솔직하게 털어놨습니다. 차이를 살펴보면 답은 저절로 나올 테니까요. [편집자말]
"너 입술 색이 왜 그래, 쥐 잡아 먹었니? ㅎㅎ"
"살 좀 찐 것 같다? 관리 안 해?"
"너 그렇게 하면 남자들이 싫어해~"


예시를 드는 것만으로도 벌써 싫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무례한 말들이 막역한 친구 사이도 아닌-친구라도 조심해야 하는 말들이다-공적인 관계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핑계는 항상 같다. "다 너를 위해서, 내가 특별히 너를 아껴서 하는 말"이라는 것.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서, 공적인 관계 내에서 동료나 부하 직원과 '소통'이 힘들다면서 저런 말들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소통이란 사적인 영역을 갑자기 침범해 무례한 말을 일삼는 걸 말하나 보다.

직장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의 외모 지적을 일삼고 사적인 질문을 한다. "다 너를 위해서"가 얼마나 웃기지도 않은 말인지부터 보자. 살 찐 사람이 살 찐 것이 건강에 안 좋다는 걸 몰라서 살이 쪘나? 어떤 이의 옷 취향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내 취향으로 인도하는 것이 상대를 위한 것인가? 내 태도가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든 아니든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아니 무엇보다 누가 조언해달라고 부탁이라도 했냐는 말이다. 결국 "다 너를 위해서"라는 말은 아무 뜻도 없는 말일 뿐, 개인의 꼰대니즘, 오지랖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상대를 위한 말이라면 부하 직원이나 을이 상사나 갑에게 똑같은 말을 해도 문제가 안 되어야 한다. 하지만 "갑님 요새 더 늙어보이시네요. 관리 좀 해야할 것 같아요"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결국 권력차를 이용해 상대에게 무례를 범한 것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택시를 타면 "아가씨는 몇 살이야, 결혼 안 했어? 아이고 나이도 들었는데 결혼해야지" 등의 무례한 말을 듣는 일이 왕왕 있다. 이런 일에 대해서는 괜히 오지랖 부린다고 흉보는 이들마저도, 본인도 똑같다는 건 잘 모르는 것 같다.

"다 가족같아서 하는 말이야"... 직장에 범람하는 무례한 오지랖들

 직장생활을 다룬 <미생>의 한 장면.
 직장생활을 다룬 <미생>의 한 장면.
ⓒ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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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친밀감 좀 높이고 서로 소통하자는 건데 그렇게 받아들여?"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면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공적인 관계에서 사적인 친분을 맺을 필요는 전혀 없다. 어떤 프로젝트나 팀의 능률을 올리기 위해 팀원 간에, 직원 간에 소통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일적으로 마찰을 일으키는 부분에 관해서일 것이다. 도대체 무례한 말과 사적인 잡담을 주고 받으며 회식에 가서 술을 퍼 마시고 내면의 빤스를 내려 흔들어대는 것이 일의 능률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 나라는 그렇게 해야 서로 "가족 같은 끈끈함"이 생겨 일하기 좋다고 생각한다. "회식도 일의 연장"이라며 단합을 주장하지만, 당연히 회식에는 야근비가 따라오지 않을 뿐더러 이런 자리에서 나오는 얘기는 감정적인 것이 주를 이룬다. "속을 터 놓고 문제를 이야기해보자"고 하면서 내가 얼마나 힘들고 속상한지, "나는 사실 너와 친해지고 싶은데 오해가 생겨서, 사는 게 너무 거지 같아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소통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고 생각한다. 정작 일의 프로세스나, 그 과정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결국 이 "무례함이 가미된 사적인 친분"은 일의 능률과는 하등 상관없이 흘러간다.

그럼 여기에서 또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좀 친하게 지내자는데, 뭘 그렇게 굴어?" 다시 말하지만 공적인 관계에서 사적인 친분을 맺을 필요는 없다.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당연하단 듯이, 필수적으로 그럴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누군가가 당신과 사적인 친분을 맺을 생각이 없다고 해서 당신을 개인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근데 이 포인트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제 혼자 자존심이 상해서 끙끙대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다보니 "나 무시하냐? 내가 꼰대라서 얘기하는 게 아니고 진짜로 나 어릴 때는 말야~"는 식의, 꼰대로 가는 특급열차에 제 발로 탄다. 나는 꼰대가 아닌데,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너와 친해지려고 하는 말인데, 왜 나를 무시하냐고 혼자 억울해 한다.

나는 "소통"을 위해 노교수나 기업 대표가 갑자기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는 류의 그런 광고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존경할 만한 교수면 존경하고 배울 점이 많은 상사면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하겠지. 상대가 오래된 양복을 입었다고, 머리가 하얗게 샜다고 '구닥다리'라고 무시하다 염색을 하고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면 "와 나와 같이 놀 수도 있는 생각이 젊으신 분~같이 클럽가야겠다~~" 이러겠냐는 말이다.

그리고 누누히 말하지만 교수나 제자, 직장 상사와 부하 등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사적인 친분이 아니고 얼마나 배울 것이 많은지, 일을 어떻게 하는지 등이라는 것이다. 사적으로 친하지 않아도 충분히 긍정적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소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긴 이 나라는 공적인 일과 사적인 친분을 떼 놓을 수 없는 나라다. 능력이나 적합성보다는 사적인 친분으로 일을 진행한다. 그 결과 어떤 일에 대해 어이없을 정도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가 책임자로 올라가 있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

사생활이 왜 '사생활'이겠는가?

 직장생활의 애환을 그린 영화 <10분>
 직장생활의 애환을 그린 영화 <10분>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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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적인 친분을 거부한 이는 직장 생활에서, 비즈니스에서 피해를 입는 걸 감수해야 한다. 작게는 "쟤는 나를 무시한다"는 이상한 생각에서 나오는 이상한 행동을 받아줘야 하고, 크게는 나쁜 평가를 받고 어떤 일에서 배제될 수도, 무리한 업무를 떠안게 되는 수도 있다. 그리고 "소통"을 가장한 사적인 친분 강요, 무례를 범하는 이조차도 "소통이 힘들다"며 끊임없이 고통받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그러니 정말로 소통을 하고 싶다면, 무례를 범하지도 않도록 노력하고 사적인 친분을 맺을 생각이 없다 해서 혼자 무시당했다고 착각하지 말자. 소통은 꼭 사적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네 저에게는 일 이외의 사생활이 있답니다. 놀랍죠? 그리고 사생활을 말하지 않는 이유는 온갖 환락의 파티를 벌이며 범법행위를 일삼고 남는 시간에는 당신을 저주하기 위한 부두교의 의식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죠.' 뭐 이런 말이라도 원하는 걸까.

사생활을 공유할지 말지에 어떤 이유는 없다. 단지 개인의 마음이다. 도대체 그걸 왜 그렇게 나누길 원하고 궁금해하고 더 나아가 이상하게 생각하는 걸까. 애초에 사생활이 사생활이라 불리는 이유가 있지 않나. 그렇게 남의 사생활이 절실하면 남의 집 숟가락 수까지 다 알고 지내는 옛날식 생활 공동체라도 들어가야 할 문제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적인 자아와 사적인 자아가 다른 것이 이중적인 것, 가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는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친구나 애인, 가족한테 보일 사적인 빤스를 공적인 자리에서 내비치면 안 되는 것이고, 프로가 되기 위해 누구나 공적인 자아를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놈의 소통을 빙자한 오지랖 앞에서는 애초에 발전적인, 공적인 관계가 불가능 할 뿐 아니라 사생활도 침해 당한다.

정말 이상하게도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말이나 외모 지적 등의 무례한 말은 "너 좋으라고 하는 말"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 정작 공적인 부분의 오류를 이야기하면 그건 또 개인적인 비난으로 받아들여 분해 어쩔 줄 몰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일이야 대충 대충 서로의 잘못을 감싸주면서 술자리에서 얼싸안고 울면서 '불알친구'라도 하자는 걸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이렇게 써 놓으니 "소통"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고통스러운 단어인 것 같다. 그러니 소통한답시고 무례한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다면 다시 한 번 생각하자.

1. 소통은 사적인 영역을 갑자기 침범해 무례한 말을 일삼는 걸 말하는 것이 아니다.
2. 공적인 관계에서 사적인 친분을 맺을 필요는 하등 없다.
3. 누군가가 당신과 사적인 친분을 맺을 생각이 없다고 해서 당신을 개인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4. 누구나 사생활을 가질 수 있으며, 그걸 당신과 나눌 필요가 없다는 걸 받아들여라.
5. 공적인 관계에서 더 발전적인 소통을 원한다면 공적인 이야기를 나누자.
6. 그래도 상대가 나와 친해질 생각이 없는 것이 끝까지 억울해서 내면의 빤쓰를 내리고 싶다면 참아라. 끝끝내 못 참겠으면 자존감, 자의식과잉과 관련한 치료를 받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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