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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부모 허흥환(오른쪽)씨와 박은미씨가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부모 허흥환(오른쪽)씨와 박은미씨가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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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엄마 박은미씨가 남편 허흥환씨와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엄마 박은미씨가 남편 허흥환씨와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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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부모 허흥환(오른쪽)씨와 박은미씨가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부모 허흥환(오른쪽)씨와 박은미씨가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둘러보고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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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팩(배낭)을 메고 갔어. 그 안에 여벌 옷이랑 갈아입을 속옷, 세면도구, 시계, 반지, 다 가져갔지. 차 키(열쇠)는 또 왜 가져갔대. 남자들은 습관적으로 항상 차 키를 달고 다니잖아. 그 남자들 바지에 고리에."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인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의 아내 유백형씨는 인양된 세월호 안에서 나올 남편의 유류품을 미리 머릿속에 정리해두고 있었다. 우선 시신을 찾아야 하지만 남편의 유류품도 놓쳐선 안 된다. 그렇게 3년여가 다 되도록 남편의 소지품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팽목항을 떠난 지 4일째인 지난 2일 세월호가 얹힌 반잠수식 선박 위에서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여권과 카드, 통장이 담긴 손가방 등 유류품 48점이 발견됐다. 유씨는 "그것도 웃기데. 세월호 참사 때 (이 선장이) 가장 먼저 나오더니, 유류품도 제일 빨리 나온다"고 혀를 차며 "이준석 선장은 이름도 듣기 싫다"고 했다.

당시, 유류품과 함께 동물 뼈도 발견됐다. 해수부가 동물 뼈로 확인되기 전 미수습자 가족들부터 부르는 바람에 가족들은 또 한 번 오열하고 말았다. 유씨는 "이제는 동물 뼈가 나왔다면 선체 수색까지는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 놀라니까"라고 밝혔다.

온수도 없고 세탁도 못해... "구치소에 있는 것 같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목포신항 부두 안의 컨테이너 숙소에 기거하고 있다. 지난 31일 세월호가 목포신항으로 옮겨질 때 진도 팽목항에서 옮겨온 숙소다. 숙소에서 문 열고 나오면 밑바닥을 드러내고 누운 세월호가 보인다.

오랫동안 기거하던 곳이라 컨테이너 숙소가 크게 불편하진 않다. 전기 패널이 깔려 바닥은 따뜻하다. 하지만 씻을 때 쓸 온수는 안 나온다. 해수부가 부두 안에 마련한 샤워실은 숙소로부터 100여m 떨어져 있다. 가족들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는 찬물로 양치만 하는 정도다.

샤워실 근처에 세탁기 2대가 설치됐지만, 3일 현재까지 수도 연결이 안 돼 있다. 찬물에 꼭 필요한 빨래만 해서 따뜻한 전기 패널 위에 올려놓고 말려 입는다. 가까운 곳엔 식당도 없어 해수부와 안산시청 공무원들과 차를 타고 멀리 떨어진 식당을 왔다 갔다 하며 식사를 해결한다.

한 미수습자 가족은 "구치소에 갇힌 것 같다. 답답하다. 밥 먹고 나면 숙소 들어가고"라고 했다. 씻는 것도, 빨래도, 식사도 불편해진 상황이고, 할 수 있다면 직접 들어가 찾아보기라도 할 텐데 작업 진행 상황을 하루하루 기다리는 날이 반복되고, 또 그런 상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마치 감옥에 있는 듯하다는 얘기다.

유씨는 "(시신을) 온전한 상태로 찾길 바라는데, 그건 또 저기고(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고), 그래도 (시신이) 한 자리에 그대로 있어서 그대로 찾으면 좋은데"라며 "그런데 어느 신체 한 부분만, 팔 한쪽 뼈만 찾으면 또 다른 곳도 찾아야 하고, 찾고 또 찾아야 하지 않겠나. DNA 분석도 한 달이나 걸린다는데, 찾아도 또 한 달 기다려야 해"라고 성토했다.

"아직 비 안 왔잖아요, 하늘도 도와주고 있어요" 

세월호 미수습자 박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씨(맨오른쪽)가 1일 오후 전남 목포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거치된 화이트마린호 위에서 펄 제거작업을 참관하기 위해 설명을 듣던 중 고개를 떨구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박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씨(맨오른쪽)가 1일 오후 전남 목포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거치된 화이트마린호 위에서 펄 제거작업을 참관하기 위해 설명을 듣던 중 고개를 떨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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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허다윤 어머니 박은미씨는 미수습자 가족들 중에서도 잘 버텨내고 있는 편이다. 샤워실 이용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오로지 세월호 인양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박씨는 "(세월호) 육상거치가 빨리 돼야 돼요. 나는 저기에만 집중하고 있으니까, 먹는 거, 씻는 거, 자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저기에 자식을 놔두고 있는데"라고 했다.

여러 불편한 문제에 대해서도 "해수부가 지금 정신이 없으니까... 하나하나 잡아가고 있어요"라며 "저희야 밥 먹으러 나가는 게 불편하죠. 그런데, 먹는 게 중요하지 않아요"라고 했다. 하지만 박씨 역시 돌아가며 인양작업을 참관하고 있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하는 점은 안타까워했다. 박씨는 "아버님들 아침에 작업현장에 들어가는데 빈속으로 보내기가 좀 그렇더라"며 "거기 가면 아빠들 마음이 어떻겠나. 마음이 안 좋아서 어떻겠나. 아침에 한 숟가락씩 뜨시라고 하고 싶은데..."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양작업과 미수습자 수색이 하루라도, 한시라도 빨리 이뤄지는 것이다. 박씨는 빠른 수습을 위해선 전문가들과 해수부의 의견이 일치되는 부분은 조금이라도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펄과 해수 등을 빼내기 위해 세월호 선체에 구멍 21개를 새로 뚫겠다는 해수부와 선체조사위원회의 방침에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돼 있는 부분인데 왜 미리 협의하지 않았느냐'는 희생자 유가족들과는 입장이 다르다. 

박씨는 "(펄과 해수 등을 빼내기 위해) 선체에 천공을 뚫는 문제도 우리가 해라 마라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저기 계신 전문가들이 어차피 이번 소조기에 (세월호를) 육상 거치하는 게 중요하잖아요"라면서 "빨리 육상거치하고 방역처리 하고, 안전 검사를 하고, 인원을 빨리 투입해서 사람부터 찾아야 하지 않겠어요? 그게 가장 중요하잖아요"라고 했다. 

박씨는 간절했다. 그는 "일단 무게를 빨리 빼야 한다니까, 배 무게를. 펄이 굳기 전에 빨리해야죠"라면서 "감사한 건 인양작업을 잘할 수 있게 하늘이 도와주고 있다는 거예요. 비가 오면 배 무게가 더 무거워질 텐데 아직은 안 왔잖아요. 날씨도 잘 될 거에요"라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미수습자, #목포신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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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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