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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소년들의 로망 '메텔'과 '하록선장'을 만나다

마쓰모토레이지 은하철도 999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회
17.04.07 14:52l

검토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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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 은하철도 999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 포스터 ⓒ 한가람 미술관

그 시절 소년들의 로망이었던 <은하철도 999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전>을 관람하고 왔다. <은하철도 999>를 만든 마쓰모토 레이지는 <천년여왕><우주해적 캡틴하록><퀸에메랄다스>의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대표작중 하나인 <은하철도 999>는 80~90년대를 살았던 우리 세대에게 아주 특별한 애니메이션중 하나다.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콧물 흘리던 시골 소년의 상상력을 지구 한귀퉁이의 좁은 골목에서 무한한 우주로 확장시켜준 <은하철도 999>가 없었다면 나의 소년 시절은 결코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필 <은하철도 999>의 남자 주인공 이름이 나와 같은 '철이'(데쓰조) 였던 탓에 더 몰입 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가수 김국환이 애절한 목소리로 부르던 주제가가 흘러나오면 <은하철도 999>는 또 하나의 정거장을 벗어나 우주의 뒤편으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앞으로 앞으로 달린다. 엄마 잃은 철이는, 엄마를 닮은 메텔과 함께 정거장(행성)을 하나씩 거칠때마다 조금씩 성장했고 그것은 곧 또 다른 철이(나)의 성장기이도 했다.

전시장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이다

은하철도 999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정보 은하철도 999 발표 40부년 기념 전시정보 ⓒ 한가람 미술관

전시장 입구 뒤쪽에는 캐릭터 T셔츠와 모형을 판매하는 아트샵도 있다. 전시회 관람을 온 기념으로 은하철도 999 캐릭터가 새겨진 T셔츠를 한장 살까 했는데 가격이 꽤 비쌌다. 엽서나 열쇠고리등 다른 상품들도 상당히 비싼 편이었다.

은하철도 999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 은하철도 999발표 40부년 기념 전시회 아트샵. 캐릭터가 그려진 T셔츠와 엽서, 열쇠고리등을 판매하고 있다. ⓒ 김인철

매표소 직원은 표를 건네면서 한번 나오면 다시 들어 갈 수 없으니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둘러보란다. 사진촬영은 금지란다. 전시장 입구에 섰다. 꼭 첫사랑을 만나러 들어가는 문 앞에 선것처럼 마음이 설렌다.

전시장 입구 은하철도 999 발표 40부년 기념 전시장 입구 ⓒ 김인철

전시회의 주요 구성들.

전시장에는 작가의 <은하철도999> 직필원고, 작가의 성장과정과 그의 사람들 이야기, 작품속 모형모델과 다양한 피규어, 작가의 초판물 전시, 그리고 작품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스토리보드등이 짜임새 있게 전시되어있다.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먼저 작가의 생애와 작품이 연대 순으로 나열되어 있다. 또한 전시장 한쪽에는 작가가 직접 원화를 채색하는 장면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 <은하철도999>가 제작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도 있다.

전시회 주요 작품들

메텔의 실제 모델이었던 마쓰모토레이지의 사촌과 관련된 일화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전시실 안에는 영상과 원화 외에도 다양한 피규어도 전시되어 있어서 관람하는 동안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받는듯한 경험을 준다.

은하철도 999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 은하철도 999발표 40주년 기념 전시회 주요 작품들 ⓒ 한가람 미술관

<은하철도 999>의 주옥같은 대사들

가수 김국환이 부르던 <은하철도 999> 주제가가 영상과 함께 끊임없이 흘러나오는데 꼭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주제가와 함께 주옥같은 대사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서 관람을 하는 동안 소년과 어른을 왔다갔다 한다. 다양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익숙한 음성의 성우가 들려주는 나레이션과 등장인물들의 주옥같은 대사는 어쩌다 어른이 된 지금 들어도 철학적이다. 

"시간은 꿈을 배반하지 않아 네 꿈이 시간을 배반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운명은 누구도 모른다. 자신조차 모른다. 그러나 운명에 거스르며 살아가려 하는것이 인간이다"
"친구여, 네가 멋진 여행을 하게되길 빌게."
"친구여 네가 멋진 미래를 맞이하게 될수 있길 빌게."
"친구여, 하루빨리 시간과 빛을 초월해서 달릴수 있게 되길 빌게."
-FROM 은하철도999-

인간이 된 기계, 기계가 된 인간

작품의 배경은 2,221년의 기계화된 인간이 사는 지구다. 영원한 삶을 얻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죽어가는 인간과, 영원한 삶을 얻었지만 오히려 진정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기계인간들. 그래서 철이에게 시간을 초월하고 빛을 초월하라는 감독의 말은 단지 <기계화된 몸>을 의미 하는게 아닐것이다. 유한한 삶을 긍정하고 그 시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일것이다. 만화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그 자신이 빛으로 남았으며, 그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통해 시간을 초월해서 살고 있듯이.

인공지능이 대세가 되고 있는 지금 인류는 작품속 배경보다 훨신더 가까운 미래에 기계화된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최근 오시이마모루의 애니메이션을 실사영화로 만든 <공각기동대>처럼 전뇌화된 공각기동대의 여주인공<메이져, 스칼렛요한슨 분>은 사건을 해결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뇌한다. 은하철도의 기계인간도 마찬가지다. 기계부품이 아닌 살아있는 뼈와 살과 세포들의 온전한 나!로서 정체성을 유지하고 산다는게 미래의 후손들에겐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일일지도 모를 일이다.

순수와 동심 파괴의 사이의 작품들

어릴적 재미있게 보았던 애니메이션의 공통적인 특징은 대부분 그 결말을 잘 모른다는 점이다. <요술공주밍키>, <모래요정바람돌이>, <이상한 나라의 폴>. <꼬마자동차 붕붕>의 결말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추운 겨울 어느날 성당에서 파트라슈와 함께 천사가 된 <플란다스의 개>만이 유일하게 결말이 기억난다. 그리고 마냥 순수하게만 보였던 그 애니메이션들의 이면을 살펴보면 잔인하고 끔찍한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은하철도 999> 1화의 장면이다. 철이의 엄마는 차가운 눈 위에서 기계백작에게 잔인하게 살해된다. 그리고 상반신이 박제되어 잊혀진 시간의 혹성에 전시된다. 우리나라 TV(KBS)판에선 그 장면이 편집된 채 방송 되었다. 꿈과 희망을 심어주던 <요술공주 밍키>의 결말도 알고 보면 잔인하다. 작가가 결말을 잔인하게 끝낸 이유도 알고보면 씁쓸하다. 그 사실은 소년 소녀를 웃기고 울렸던 숱한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출생지가 일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때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라이팅보드>로 원화 따라 그리기

전시장 끝부분에는 관람객들이 원화를 따라서 그릴수 있는 <라이팅보드>도 마련되어 있어서 메텔과 하록선장을 직접 따라서 그려 볼 수도 있다. 그 시절 소년들의, 아니 오직 내 청춘의 로망이었던 '메텔'을 따라서 그려봤다. 어릴땐 제법 잘 그렸었는데 지금은 그냥 원화를 따라 그리기만 하는데도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래도 긴머리 휘날리는 메텔의 이미지가 조금씩 완성될수록 기분이 묘했다. 바로 내 앞에 엄마를 따라온 소년이 하록 선장을 어떻게 그리는지 묻는다.

라이팅보드 마쓰모토레이지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를 따라서 그려봤다. ⓒ 김인철

남자중의 남자 하록선장도 있다. 항상 검은 상복을 입고 긴머리 휘날리던 메텔이 한 여인을 향한 소년의 순수한 로망이었다면 우주해적 캡틴 하록은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가 되고 싶었던 소년의 로망이다. 캡틴 하록은 황폐화된 지구의 땅속을 뚫고 광활한 우주를 향해 힘차게 솟아 오르던 '데스셰도우'<죽음의 그림자>호의 카리스마 넘치던 선장이다. 무시무시한 해골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데스쉐도우의 선장, 하록의 원화도 따라서 그려봤다. 수십년이 흘렀지만 초등학교 반친구들에게 만화를 그려주던 즐거움과 설렘이 다시 떠오른다.

전시장 바깥에는 관람객을 위한 사진촬영공간도 마련되어있다. 초광속을 내는 <은하철도 999>의 화려한 엔진룸을 배경으로 마쓰모토 레이지 버스의 세계관을 연결하는 애니메이션의 주요인물인 <캡틴하록>, <철이>, 그리고 <메텔>이 모델이 되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마침 관람을 온 어르신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해서 <은하철도 999>에 탑승했다. 아, 나도 철이처럼 메텔과 함께 은하철도를 타고 안드로메다로 가고 싶다. 그곳에서 한낱 기계<부속품>은 되고 싶지 않지만.

철이와 메텔, 그리고 또 다른 철이들

전시장 방문 기념으로 원화를 따라 그린 하록선장과 표, 그리고 전시회 리플렛과 티켓을 액자로 만들었다.

"안녕, 메텔....지금 수많은 추억을 안고 기적이 운다. 안녕...은하철도999"
"안녕...소년의 날이여"

마침내 철이는 메텔과 함께 안드로메다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은 철이가 엄마를 잃고 영원한 삶을 꿈꾸던 지상낙원이 아니었다. 철이는 프로메슘(메텔의 어머니)를 배신한 메텔과 철이보다 앞서 안드로메다에 왔던 수많은 철이의 도움으로 괴물이 되어 버린 안드로메다를 파괴한다. 그것은 곧 순수했던 소년시절과의 영원한 이별이었으며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는 의미였다. 그리고 메텔과 함께 다시 지구로 귀환한다. 그러나 이별은 하나만이 아니었다. 때로는 어머니같던, 연인같던 메텔과도 안녕. "안녕 철아. 안녕 소년의 날이여." 더이상 소년일수 없는 나는 안드로메다의 여정에서 과연 어디쯤 와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인철 시민기자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릴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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