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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방패 역시 '몰랐다'였다.

31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임원들 사건의 3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마지막 준비기일인 만큼 재판부는 미리 쟁점을 정리하자고 주문했다. 핵심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최순실씨의 관계를 알았냐는 것.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여기에 단호하게 "몰랐다"고만 답했다. 뇌물 수수와 직권남용 등 모든 혐의를 부인한 박 전 대통령과 똑같은 태도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이 확정된 후 첫 조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검사무실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이 확정된 후 첫 조사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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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변호인단은 단 하나의 주장을 펼쳤다. '최순실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를 몰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특혜나 대가를 바라며 뇌물을 제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르재단과 K 스포츠 재단, 동계영재센터, 정유라의 승마 지원 등 모든 지원 역시 대가 없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특혜 바란 적 없다... 사회공헌활동이었을 뿐"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은 두 사람의 관계와 무관하게 미르·K스포츠재단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문화체육계 인재 양성 등을 꾀한다는 순수한 목적을 위해 두 재단에 모두 204억 원을 출연했다는 얘기였다. 이들은 또 "삼성과 피고인 이재용은 특혜를 받아 경영권 승계 문제 등을 해결할 생각이 없었고 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두 재단에 최순실씨가 연관된 것을 전혀 몰랐기에 특혜를 바랄 수도 없었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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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쪽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무엇으로 알았는가 하는 대목은 다른 공소사실과도 이어진다. 이 부회장은 재단 출연금뿐 아니라 ▲ 동계스포츠영재센터 기부금 ▲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비 ▲ 최씨 회사인 코어스포츠와 용역체결 등으로 뇌물 94억여 원을 더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실제 오고 간 금액 기준). 지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장 김진동 부장판사는 이 모든 돈을 최씨 쪽에 전달한 이유와 특검 주장대로 미르재단 등이 최씨의 사익추구수단임을 알았는지, 삼성과 코어스포츠간 용역계약의 허위인지 등을 물었다.

31일 이재용 부회장 쪽은 이 부분 역시 사회공헌활동이라고 해명했다. 변호인단은 "삼성은 노무현 정권 시절 대·중·소 기업 상생협력기금을 냈고, 이명박 정권 때는 미소금융재단을 지원했다"며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한 활동을 뇌물공여라고 하면 과거 정부 사업에 참여한 모든 대기업의 지원이 뇌물공여죄"라고 말했다.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비를 승마단 전지훈련비용으로 꾸몄다는 혐의를 두고는 억울함도 호소했다. 변호인단은 "본래 삼성은 올림픽을 대비해 여러 명의 선수를 지원하려 했다"며 "정유라 개인을 지원하려던 게 아닌데 최순실 방해로 변질됐다"고 했다.

"박근혜-최순실 몰랐다? 진술과 의견서 안 맞아"

특별검사팀은 이들의 주장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변호인 진술을 보면 피고인들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가 이뤄진) 2015년 7월 당시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모르고 있었다는데 변호인의 3번 의견서 8쪽에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사장이 그해 7월 29일 최씨 측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났을 때 박원오 전무가 둘의 관계를 말해줘 박상진 사장이 승마지원은 최씨와 관련 있음을 알았다고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연 피고인들이 2015년 7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관계를 인식했는지 못했는지 명백히 밝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또 '특검을 사실상 임명한 야당이 수사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변호인단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부회장 변호인으로 이 의견서를 작성한 문강배 변호사 역시 특검보 후보였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검은 '대기업에 적대적인 재야단체와 일부 언론의 시각이 수사에 반영됐다, 일부 언론이 특검관계자 말을 빌려 사건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는 주장을 두고도 "어떻게 사건이 변질됐고 일부 언론과 그 사례는 무엇이냐"고 했다. 변호인단이야말로 재판부에 선입견을 심어주고 있다는 취지였다.

준비기일에서도 팽팽하게 맞선 특검과 삼성은 더 치열한 본게임에 들어간다. 재판부는 이날로 준비절차를 마치고 4월 7일 오전 10시 1차 공판을 열고, 앞으로 주 2~3회씩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피고인 이재용'은 1차 공판부터 법정에 직접 나와 자신의 결백을 항변할 예정이다.



태그:#최순실, #이재용,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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