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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 결정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문형표, 박근혜 탄핵심판 증인 출석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 결정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된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2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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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보건복지부는 긴밀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BH', 청와대가 있었다.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열린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의 4차 공판에선 이와 관련해 복지부가 청와대가 협의하며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재단 출연금 등을 요구했다는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 판단에 힘을 실어주는 단서들이었다.

이날 특검은 증인으로 나온 이아무개 전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에게 <위원별 대응전략>이라는 보고서를 제시했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국민연금공단 주식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아래 전문위) 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해 2015년 7월 7일 이 서류를 작성했다. 문 전 장관이 이 전 실장 등에게 "삼성물산 합병건은 100% 슈어(sure)하게 성사되어야 한다"며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다음날이었다.

여기에는 위원별로 삼성물산 합병건에 어떤 의견을 낼지 예측하는 내용과 반대나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인물들은 어떻게 '작업'해야할지가 담겨있다. 이 전 실장은 당시 이 문서를 문 전 장관에게 보고한 뒤 서류 한쪽에 'BH 협의'라고 적었다. 검사의 질문에 이 전 실장은 "문 전 장관의 지시를 반영한 메모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문형표 지시로 'BH 협의' 메모... 청와대에 상황도 보고해"

당시 전문위원 9명 가운데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사람은 5명이었다. 이 전 실장은 그럼에도 문 전 장관이 "조금 불안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있을 수 있는 사항을 철두철미(하게 준비하라)'는 글귀 역시 그의 지시를 받아 적은 것이라고 했다. 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합병건에 찬성해야 한다는 문 전 장관의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회의 때 들었다"고 증언했다.

결국 문 전 장관은 전문위에서 100% 찬성의결이 어렵다고 판단,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내부직원들로만 이뤄진 투자위원회(아래 투자위)에서 삼성물산 합병 여부를 의결하기로 한다. 이 전 실장은 "좀 더 확실한 방안을 찾아보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상황은 모두 청와대로 전달되고 있었다. 특검은 법정에서 복지부 백아무개 사무관과 청와대 김아무개 행정관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제시했다. 문 전 장관이 투자위 의결을 지시한 다음날인 7월 8일, 백 사무관은 두 차례에 걸쳐 이 내용을 청와대에 알렸다. '청와대에 보고하고, 그쪽도 이견이 없는지 확인한 것 아니냐'는 검사 질문에 이 전 실장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검사는 곧이어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문형표 피고인 지시에 따라 복지부 공무원들이 국민연금공단 의결권 행사에 불법적으로 개입, 삼성물산 합병건 찬성을 유도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잠시 주저하던 이 전 실장은 "글쎄요..."라며 적절한 단어를 찾다가 입을 열었다.

"네, 그렇게 볼 수 있다."

그는 문 전 장관이 퇴임 후 4개월 만에 자신이 원하던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오른 것을 보고 "좀 이례적"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이 전 실장은 문 전 장관의 이사장 취임은 삼성물산 합병건을 성사시킨 데에 따른 보상인 것 같냐는 검사 질문에도 "그랬을 수 있다"고 답했다.

문 전 장관 변호인은 "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잘못인가? 부적절한가? 아니면 적절한 감독권 행사인가?"라고 물으며 반격을 시도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이 전 실장은 "위법한지 부당한지는 법원이 판단해야 하지만, 감독권 행사 내에는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청와대에 잘 보이려는 공무원들이 자신을 배제한 채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했다는 문 전 장관의 주장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 그랬다면 백 사무관 등이 이득을 봐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며 반박했다.


태그:#문형표, #삼성, #박근혜, #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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