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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심판 선고 직전까지 아무도 '문재인 대세론'을 꺾지 못했다.

유력주자였던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지지율 추락을 막지 못하고 귀국 20일 만에 중도 하차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경쟁자로 급부상한 안희정 충청남도지사 역시 '선의' 발언 논란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탄핵정국으로 시작된 올해 대선 레이스의 1라운드 승자는 문 전 대표인 셈이다.

정치권의 눈은 다음 라운드인 '포스트 탄핵' 정국을 향하고 있다. 10일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벚꽃대선'이 가시화되면 과연 누가 문 전 대표의 뒤를 쫓게 될지, '문재인 대세론'을 뛰어넘을 세력이 나타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반기문과 안희정 추격 막아낸 문재인, 3주째 지지율 선두

여야 주요 대선주자 지지율 추이
 여야 주요 대선주자 지지율 추이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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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30%대까지 치솟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바라는 민심이 문 전 대표 지지로 쏠리면서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10~12일 전국 유권자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31%로 탄핵안이 가결되기 직전의 지지율(20%)보다 무려 11%p 올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인 2월 7~9일 조사에서는 전주 대비 조금 하락(32%→29%)했지만, 바로 다음 주에 다시 상승하며 3주 연속 1위 (33%→32%→34%)로 달리고 있다. 리얼미터의 6~8일 조사에서는 문재인 지지율이 36.1%까지 나왔다.

문재인 캠프 핵심 관계자는 "다자구도에서는 지지율 35% 정도가 탄핵 전까지 캠프가 만들 맥시멈(최고치)이라고 봤다"며 "34%까지 나왔으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안희정 지사는 중도 하차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을 일부 흡수하면서 한순간에 2위 주자로 떠올랐다. 2월 7~9일 조사에서 가파르게 오름세를 타더니(전주 10%에서 19%로 상승) 그다음 주에는 22%까지 기록하며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좁혔다.

그러나 안 지사의 지지율은 같은 달 19일 이른바 '선의' 발언을 기점으로 2주째 부침(21%→15%)을 겪었다. 중도층을 끌어안으려는 안 지사의 발언과 행보가 오히려 민주당 지지층을 실망시켰고, 이를 만회하려 '좌클릭'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중도층마저 이탈했다.

한때 문 전 대표를 턱밑까지 따라잡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 시장은 지난해 12월 6~8일 조사에서 18%까지 오르며 문 전 대표(20%)를 단 2%p 차로 추격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선명한 메시지로 대응해 진보 진영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덕이었다. 그러나 탄핵정국으로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더니 최근 조사에서는 8%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문 전 대표 지지율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여권의 대선주자로 부상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두 달 넘게 8~10% 박스권에서 맴돌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지지율은 1~3%대로 문 전 대표를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문재인의 고비는 '경선'과 '제3지대'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세계여성의날 기념행사 참석한 문재인-안철수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3회 한국여성대회’에서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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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관심은 35% 고지를 점령한 문 전 대표의 지지율 향방이다. 탄핵이 인용돼 박근혜 정부 심판이 일정 정도 이뤄졌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긴장도가 느슨해지면서 자연스럽게 2위 그룹으로 관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문 전 대표 쪽은 '선두 유지'를 목표로 지지율 이탈을 막기 위한 '방어전'을 계속 펼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캠프 핵심관계자는 "전략의 기본은 공격보다 방어를 잘하는 것"이라며 "(1위 주자가)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권심판 기류가 강할 때는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과 경쟁한 문 전 대표가 유리하지만, 심판이 끝나면 후보 선택의 기준은 다양해질 수 있기 때문에 지지율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지율의 1차  변곡점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다. 만약 문 전 대표가 후보로 결정되면 경쟁자인 안 지사와 이 시장 지지층의 일부 이탈이 불가피하다. 특히 안 지사를 선호했던 중도층은 문 전 대표를 향한 반감으로 본선에서 비민주당 후보를 지지할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안 지사의 지지율은 중도·보수층으로의 확장성을 지닌 안철수 의원이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재명 지지층의 일부도 정의당 심상정 후보 쪽으로 흘러갈 공산이 높다.

한편으로는 민주당 경선을 관망하던 지지층들에게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문 전 대표 쪽으로 지지층이 더 붙을 수 있다. 문재인 캠프에서는 "경선이 끝날 즈음부터 40%대를 자연스럽게 돌파하고 정권교체의 목소리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2차 변곡점은 '반문(반문재인)연대'의 성사다. 최근 문 전 대표를 '비토'하며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는 제3지대에서 '문재인 저지'와 '분권형 개헌'을 고리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를 끌어안는 '빅텐트'를 칠 심산인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문 전 대표와 양자 구도를 만들어 지난 대선처럼 51:49의 세력 싸움을 치러보겠다는 구상이다.

정치권에서는 '반문연대'의 그림을 그릴 만한 인사로 김 전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을 꼽고 있다. 특히 후자의 두 사람이 각 정당 주자들과의 교감 속에 '반문연대'로 의기투합할 경우 대선 막판에 문재인 대 비문재인 구도로 박빙 승부를 벌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확정되면 지지율이 35%에 갇혀 제3지대에 유리한 국면이 형성될 것"이라며 "제3지대가 '비박(비박근혜)' 보수층까지 끌어오는 세력 통합에 성공할 경우,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은 45%까지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물론 안 전 대표가 제3지대에 합류한다는 게 전제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개헌을 매개로 한 제3지대가 여론의 지지로 탄력을 받고 여기에 안 전 대표가 합류하게 되면 문 전 대표 지지율을 역전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자구도 되면 '반문재인' 후보 역전 어려워"

반면, 제3지대가 안 전 대표 등과의 연대에 실패해 3자구도가 펼쳐지면 지금의 판세에서 큰 변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다자구도로 2·3위 표가 분산되면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선 레이스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유창선 박사는 "김종인 본인이 제3지대에서 '킹(독자 출마)'을 도모하면 구심력이 떨어져 대선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된다"며 "결과적으로는 선두인 문 전 대표를 안 전 대표가 추격하는 흐름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안철수 의원이 바른정당 등 나머지 세력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통합을 이루지 않는 이상 지지율로 문 전 대표를 위협하긴 어렵다"며 "서로 악수하는 형식의 연대로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내다봤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9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방문해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대화 나누고 있다. 두 사람 뒤로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 탄핵 선고 하루 전 만난 인명진-홍준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9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방문해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대화 나누고 있다. 두 사람 뒤로 탄핵심판 선고를 하루 앞둔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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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은 보수진영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지지율 20%를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고 대체로 입을 모았다. 오히려 보수층이 '친박(친박근혜)'와 비박 등으로 나뉘어 지지율이 분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신율 교수는 "탄핵이 인용되면 기각·각하를 주장한 강경보수층이 집결해 황교안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조금 오르기는 하겠지만 문 전 대표와 대결 구도를 형성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관측했다.

박상병 박사도 "홍준표 지사 같이 확장성이 있는 인물이 나선다 해도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크기 때문에 범여권은 당분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대선 막판에 가서는 사표가 되는 걸 막기 위해 문재인을 저지하는 후보 쪽으로 보수층이 분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탄핵, #대선, #문재인, #안철수,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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