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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3시, 제주 4,3희생자유족 양윤경 회장, 오임종 상임 부회장, 양성홍 부회장, 양성주 사무처장, 홍성수 전 회장 등 5명이 청양군을 항의 방문, 송요찬 (1918~1980) 선양사업 철회를 요궇고 있다.
 7일 오후 3시, 제주 4,3희생자유족 양윤경 회장, 오임종 상임 부회장, 양성홍 부회장, 양성주 사무처장, 홍성수 전 회장 등 5명이 청양군을 항의 방문, 송요찬 (1918~1980) 선양사업 철회를 요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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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희생자 유족회' 임원들이 청양군수를 만나 송요찬 선양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석화 군수는 "의견을 반영해 지역주민들과 협의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7일 오후 3시, 제주 4,3희생자유족회(아래 유족회) 양윤경 회장, 오임종 상임 부회장, 양성홍 부회장, 양성주 사무처장, 홍성수 전 회장 등 5명이 청양군을 항의 방문했다. 지난달 말 청양군에 송요찬 (1918~1980) 선양사업 철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자 직접 답변을 듣기 위해 청양군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들은 군수 집무실에서 이 군수와 실·국장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송요찬은 제주 4.3사건 당시 9연대장으로 있으면서 전체 인명 피해의 80%를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6.25 한국전쟁 때에는 헌병 사령관으로 당시 형무소 수감자들을 집단학살을 직접 지시한 인물로 선양사업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청양군이 '6·25전쟁 영웅'이라며 동상 건립 등 선양사업을 하려는 대상 인물인 송요찬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출신으로 4.3 양민학살, 6.25 전쟁 때 형무소 재소자 학살 등 혐의로 반헌법 행위자로 비판받고 있다.

이석화 군수 "국무총리 3명 배출..관광산업 육성 차원에서 송요찬 선양사업 계획"

하지만 이 군수는 유족회 임원들에게 오히려 이해를 구했다. 이 군수는 "청양군은 인구 3만 3000명으로 220여 개 자치단체 중 21번째로 작은 곳"이라며 "청양군이 살길은 관광자원 개발"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광산업 육성 차원에서 송요찬 선양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군수는 "청양군에서 국무총리만 3명(송요찬, 이완구)이 나왔다"며 "먹고 살기 위한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 4.3 유가족을 욕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 군수는 이완구 전 총리의 집을 매입할 계획도 밝혔다.

이 군수는 "(같은 취지에서) 이완구 전 총리의 생가도 매입할 예정이고, 이해찬 전 총리 집 앞에는 표지석을 세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군수가 예산을 들여 이완구 전 총리의 생가를 매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유족회 임원들은 거듭 "'가능한 제주 도민의 처지가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수준이라도 답변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군수는 "이 자리에서 철회하겠다고 답하기 어렵다. 다만 오신 분들의 뜻을 군민들과 협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전병태 청양군 주민자치실장은 "선양사업은 민간차원에서 추진하는 일"이라며 "관에서는 민간 위원들에게 여러분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다못한 오임종 상임 부회장이 "(군이 주도해 추진하는 것으로) 다 알고 왔는데 빠져나가기 위해 기름 장어 같은 얘기만 하신다"며 쏘아 붙이기도 했다.

"이완구 전 총리의 생가 매입 계획"

유족회 임원들은 "곧 4.3 항쟁 70주년 범국민추진위원회 결성식이 있을 예정"이라며 "결성식 자리에서 사업 철회 소식을 도민들께 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청양군은 송요찬에 대해 "청양이 낳은 큰 인물로 6·25전쟁 당시 주요 전투에서 빛나는 전공을 세우고 5·16군사반란 직후 내각 수반을 맡아 국가와 국군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며 선양 사업(생가 복원, 동상 건립, 공원 조성) 등 선양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3억 9000만 원의 자체 예산도 확보했다. 이에 화답해 국가보훈처에서는 2억 7000만 원의 예산 지원을 확정했다. 충남도의 경우 논란이 일자 예산 지원 계획을 백지화했다.

아래는 이날 약 한 시간여 동안 있었던 간담회 대화요지다.

이석화 청양군수가  제주 4,3희생자유족회 양윤경 회장에게 송요찬 (1918~1980) 선양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완구 전 국무총리 생가 매입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석화 청양군수가 제주 4,3희생자유족회 양윤경 회장에게 송요찬 (1918~1980) 선양사업 추진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완구 전 국무총리 생가 매입계획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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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윤경 유족회장: 송요찬 선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오마이뉴스>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같은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국가에서 발행한 자료에 송요찬이 제주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봐라. 보도를 본 직후 국가보훈처와 충남도, 청양군에 각각 항의 문서와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충남도에서 예산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보훈처에서는 '일을 주로 추진하는 청양군 입장에 따르겠다'는 원론에 그쳤다. 청양군은 아직 공식 답변이 없다. 그래서 오늘 쉽지 않은 걸음을 했다.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를 해줄 것을 당부드린다.

- 이석화 군수: 먼 걸음 했다. 먼저 송요찬 선양 사업을 하게 된 취지를 말씀드리겠다. 사상적인 것 고려할 생각 안 했다. 청양군 특수성을 이해해달라. 인구 3만 3000명으로 220여 개 자치단체 중 21번째로 작은 곳이다. 재정자립도 10%가 안 된다. 그래서 인구증가, 시장경제 활성화, 부자 농촌 만들기에 주력해왔다. 청양군이 살길은 관광자원 개발이라고 생각했다.

인물에 대한 선양사업도 관광사업으로 시작했다. 청양군에서 국무총리만 3명 나왔다. 송요찬(박정희 5.16 쿠데타 직후 내각 수반) 외에 이완구, 이해찬 등 3명이다. 송요찬 장군, 제주 4.3 양민 학살과 관련해서는 전혀 생각 안 했다. 주민도, 실무부서 누구도 생각 못 했다. 청양이 낳은 대표 인물로 접근했다. 4.3유가족들을 욕되게 할 생각은 없었다. 이해해달라. 앞으로 이완구 전 총리의 생가도 매입할 예정이다. 이해찬 전 총리 집은 표지석을 세울 생각이다.

유족회 "과거 대통령도 공식사과"...이석화 군수 "어느 정도 위안이 되셨겠다"

- 오임종 유족회 상임 부회장: 4.3 항쟁 때 6명의 가족을 잃었다. 제주 3만여 명이 희생당했는데 송요찬이 9연대장으로 있던 6개월간 80% 주민이 학살당했다. 표선면 가시리의 경우 주민 전원이 집단학살 됐다. 송요찬은 역사적 심판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이런 인물을 평가절차 없이 선양사업을 추진할 수 있나. 용납 못 한다. 훈장을 박탈하고 역사적 평가를 받게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군수께서 오늘 이 자리에서 '잘못 판단했다, 역사적 평가가 내려질 때까지 안하겠다'는 견해를 밝혀달라.

- 이석화 군수: 앞서 청양군의 절박한 실상을 설명해 드리지 않았나. 청양군의 절박함이 있었다.

- 양성홍 유족회 부회장: 30만 인구 중 10%인 3만 명이 희생됐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나. 무참히 학살됐다. 보이는 대로 죽였다. 할 수 없이 한라산에 들어가 숨어 살았다. 우리 부친의 경우 내려오면 살려준다고 해 내려왔지만 7년 형을 받고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 6.25 전쟁이 나자 송요찬이 헌병 사령관을 맡아 또다시 살해를 지시, 대전 산내 골령골로 끌려가 학살됐다. 그 때문에 송요찬 선양 사업은 통탄할 수밖에 없다.

- 오임종 유족회 상임 부회장: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4.3 추모식에 참여해 국가 공권력을 남용한 데 대해 공식으로 사과했다. 대통령을 사과하게끔 한 장본인이 송요찬이다.

- 이석화 군수:
그랬으면 어느 정도 위안이 되셨겠다.

- 양성주 유족회 사무처장:
비참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는 69주년 4.3 추념식 때 제주 도민들이 데모하는 일이 없게 해달라.

- 이석화 군수:
이 자리에서 철회하겠다고 답하기 어렵다. 다만 앞으로 논의하겠다. 의견을 반영해 선양사업추진위원들, 주민들과 협의하겠다.

유족회 "사업 철회해라"... 이석화 군수 "먹고 살기 위한 차원에서 접근한 것"

7이 ㄹ오후 3시, 제주 4,3희생자유족회 임원들이 청양군수 등 실국장을 만나 송요찬 선양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7이 ㄹ오후 3시, 제주 4,3희생자유족회 임원들이 청양군수 등 실국장을 만나 송요찬 선양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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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윤경 유족회장:
'가능한 제주 도민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수준의 답변은 가능하지 않나?

- 이석화 군수: 폭넓게 군민과 협의해서 가겠다.

- 양윤경 유족회장:
청양군민도 제주도민도 대한민국 사람이다. 민간인 학살 책임자를 선양할 경우 관광사업이 아니라 오히려 (관광객이 발길을 끊는 곳으로) 역주행할 가능성이 높다. 좋은 쪽으로 방안을 찾아 달라. 좋은 판단이 있기를 바란다.

- 전병태 청양군 주민자치실장: 주민들에게 심도 있게 설명해서 시간을 두고 결정하겠다. 만약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면 100% 민간차원에서 추진할 것이다. 관에서는 위원으로도 들어가지 않았다. 여러분들의 뜻을 전달하겠다.

- 오임종 유족회 상임부회장:
(군이 주도해 추진하는 것으로) 다 알고 왔다. 실장님 말씀은 빠져나가기 위한 기름 장어 같은 얘기다. 일을 주도한 군청에서 책임지는 게 맞다.

- 이석화 군수:
일 추진 과정에서 마음을 상하게 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유족회의 명예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 먹고 살기 위한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다. 하지만 오신 분들의 뜻을 충분히 검토하겠다.

- 양성주 유족회 사무처장: 곧 4.3 항쟁 70주년 범국민추진위가 결성식이 있을 예정이다. 결성식 자리에서 사업 철회 소식을 도민들께 전할 수 있게 해달라.


태그:#청양군수, #이석화, #제주 4.3희생자유족회, #송요찬,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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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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