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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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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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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삼성ㆍ한화생명에 대한 제재를 다시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일부에선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제재와 관련해 오는 1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다시 열고, 제재수위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지난달 23일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이후 삼성ㆍ한화생명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장 단독으로 결정하기보다는 금감원장 자문기구이며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제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다시 들어보고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금감원은 덧붙였다.

당초 제재 이후 이달 중 금융위원회의 전체회의를 통한 최종 의결만 남겨둔 상황에서 금감원이 이에 앞서 제재를 재심의하기로 전격 결정한 것이다.

김봉진 금감원 보험준법검사국 부국장은 "제재 수위를 더 낮출지는 제재심에서 결정할 것"이라며 "삼성ㆍ한화생명은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했으니 미지급 문제가 해소됐다고 보고, 심사숙고 끝에 제재를 다시 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자살보험금을 일부 지급하기로 한 교보생명에 대해서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김 부국장은 덧붙였다.

금감원 '초강수' 제재 후 생보 빅3, 10년 만에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

이에 앞서 교보생명이 지난달 23일 금융당국 제재심을 앞두고 가장 먼저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지급 보험금 규모는 672억 원으로 전체 미지급금 1134억 원의 60% 수준이다. 이어서 삼성생명은 이달 2일, 한화생명은 3일 미지급 자살보험금 1740억 원, 910억 원을 각각 지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살보험금은 가입 2년 뒤 자살한 경우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을 말한다. 2010년 4월 생명보험 약관 개정 이전 대부분 생명보험상품은 자살 보험사고에 대해 계약 2년이 경과하면 재해사망특약에 의해 일반사망보험금이 아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게 돼 있었다. 2001~2010년 동안 판매된 이 보험 가입자들이 이에 해당해도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꺼리면서 최근까지 사회적 문제로 불거졌다.

지난 2007년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이를 미루며 눈치만 보던 삼성•한화•교보생명이 금융감독원의 '초강수' 제재심을 계기로 기존 입장을 바꿔 지급을 결정한 셈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 자살보험금 관련 삼성•한화•교보생명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다. 금감원은 삼성생명에 3개월, 한화생명 2개월, 교보생명에는 1개월의 영업정지 제재를 각각 내렸고 대표이사 제재의 경우 삼성ㆍ한화생명에는 문책경고, 교보생명에는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3억9000만~8억9000만 원 수준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제재심 직전에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린 교보생명은 중징계를 면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징계 수위를 경감받겠다는 의도로 뒤늦게 보험금 전액 지급이라는 결단을 내린 모양새다.

삼성•한화•교보생명은 그동안 자살보험금 관련 약관이 잘못 기재된 것이라는 이유로 최근까지 보험금 지급을 미뤄왔다. 원칙적으로 자살은 재해가 아니고, 생명보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중징계인 대표이사 문책경고가 떨어질 경우 신창재 회장의 연임이 불가능해져 이를 우려한 교보생명이 3사 중 가장 먼저 백기를 들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꾀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영업정지를 받게 될 경우 3년간 전환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해당 징계를 낮추고자 황급히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생명은 영업정지 때 보험설계사들의 생계 위협 등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던 2007년 이후 10년간 지급을 피해오던 생보사들이 결국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문제와 경영손실 우려에 입장을 바꾼 모양새다.

"매관매직 행위...대표이사 문책경고는 유지해야"

이들 생보사들의 움직임이 결국 금감원의 제재 재심의 결정을 불러온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에는 금감원 제재심에 대한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제재 수위를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자살보험금을 지급한 것이 맞다"며 "3만 명 보험설계사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이번 제재심과 관련한 입장을 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던 2007년 9월 전까지의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는 지급해야 할 법적 근거가 없지만 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며 "현재까지는 (전체 미지급금 중 일부를 지급하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매관매직 행위와 다름없다"며 "실형 받은 사람들이 돈을 주고 집행유예로 나오는 것과 같은 꼴"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 보험설계사들의 생계 문제가 걸린 영업정지 제재에 대해서는 경감하는 방향으로 가더라도 대표이사 문책경고는 유지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덧붙였다.


태그:#자살보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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