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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선택한 다양한 색깔로 칠한 조림초등학교 전경.
 학생들이 선택한 다양한 색깔로 칠한 조림초등학교 전경.
ⓒ <무한정보>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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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동체와 지역사회가 포기하지 않으면 꿈나무들의 배움터이자 지역의 보루인 학교를 되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학생 수 부족으로 복식학급(둘 이상의 다른 학년이 하나의 학급이나 교사에 의하여 운영되는 학급)을 운영하던 충남 예산군 신암면 조림초등학교(교장 김영숙)는 지난 1월 26일 '2017학년도 6학급 편성 확정' 공문을 받았다. 2007년 3월부터 3~4학급을 운영해온 지 꼭 10년 만의 경사다. 특히 이는 학교와 학부모를 비롯해 지자체, 교육청의 예산·정책지원이 이뤄낸 말 그대로 '쾌거'여서 더 의미가 있다.

조림초는 통폐합 정책이 본격화되던 1998년 처음 1·2학년이 복식학급으로 구성돼 5학급으로 축소됐고, 이후 2002년에는 4학급으로 규모가 더 줄었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동안 6학급으로 환원됐지만, 2007년부터 다시 복식학급을 운영했고, 급기야 2010년부터는 3학급 규모로 최소단위가 됐다.

폐교에 대한 압박도 컸다. 교육감 직선제가 실시되기 전까지는 매년 군내 폐교대상 1순위로 지목돼 학년 초마다 '통폐합 찬반 설문'을 벌여 불안감을 키웠다. 정부의 적극적인 통폐합 정책으로 예산군 내만 해도 무려 10개 학교가 없어지는 동안 학부모, 동창회는 똘똘 뭉쳐 학교를 지켜냈다.

교직원들도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통학버스가 없어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물꼬는 예산군이 터줬다. 2014년 2월, 예산군은 교육경비 중 2000만 원을 조림초 통학버스 운영비로 전격 배정했다. 충남도교육청이 2015년 실시한 통학구역 일방향 조정 등 작은 학교 지원 정책도 한몫했다.

재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교사들의 열정과 사랑, 체계화된 교육과정에 만족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밖으로 나가던 학구 내 학생들이 전원 입학하고, 예산읍 학교에서도 전학생이 하나둘 늘어 오늘에 이르렀다.

김영숙 교장과 최병훈 교사가 1954년 개교 당시부터 현재까지 기록해오고 있는 <학교연혁>을 살펴보며 복식학급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김영숙 교장과 최병훈 교사가 1954년 개교 당시부터 현재까지 기록해오고 있는 <학교연혁>을 살펴보며 복식학급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 <무한정보>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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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교장은 지난 1월 9일 취학아동 예비소집 뒤 복식학급 해제 가능성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우리가 학생 1명을 데려오기 위해 가정방문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부모와 학생들이 스스로 찾아온 결과라는 점에서 더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전교생 35명,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지속해서 만족도를 이끌기 위해 더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이어 "전학해 생활하는 3학년 학생에게 가장 큰 변화를 물으니 '관심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 자존감을 높여주는 교육, 그게 바로 작은 학교의 강점이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교사의 열정이다. 복식학급이고 업무량이 많아 기피지역인데 일단 몸을 담근 뒤에는 교직원들이 학교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면서 "문화예술소외지역인 게 오히려 약이 됐다. 사교육 여건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학교에서 내실 있고 체계화된 교육을 통해 졸업할 때는 1인 3악기를 한다"고 자랑했다.

이 학교로 초임발령을 받아 6년 동안 근무한 최병훈 교사는 "우리 학교는 최고의 분위기다. 학부모가 교사를 믿고 학생들이 잘 따르고 관리자인 교장 또한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니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내 학교', '내 자식'이 돼있더라. '학교를 살리겠다'는 사명감이 있었다기보다 교사로서 교육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조림초가 너무 좋아 근무기한을 연장하면서까지 남게 됐다"며 "우리 학교 교육과정은 복식학급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더 촘촘히 짜였다. 또 방과후 학교 등 최적화 프로그램을 갖췄기 때문에 앞으로 더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폐교, #통폐합 , #조림초, #복식학급,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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