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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의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이사장 조양호)이 오는 10일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1월 이사회는 2016년 마무리 추가경정예산을 다뤘고, 2월 이사회는 2017년 본예산과 인사를 다룰 예정이다.

2월 이사회가 다가오면서 최순자 인하대 총장의 재신임 여부가 관심사로 부각했다. 최 총장은 취임 초부터 정석인하학원의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강조했고, 지난해 말부터 학교 안팎에 중간평가 얘기가 돌았다.

특히 지난 1월에 대한항공이 조원태 사장을 중심으로 인사를 재편했는데, 조양호 한진 회장은 조원태 사장 체제로 전환하는 데 시동을 걸었다. 나머지 계열사 사장도 바뀌었고, 정석인하학원 부이사장도 바뀌면서 최순자 총장 재신임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11일자로 조원태 총괄 부사장을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강영식 부사장 등 임원 53명을 승진시켰다. 이 인사의 특징은 조원태 사장의 승진과 조 사장과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젊은 임원의 전면 배치다.

대한항공은 또, 한국공항 사장으로 승진한 강영식 전 부사장에게 정석인하학원 부이사장을 겸하게 했다. 그동안 정석인하학원 살림을 맡았던 최희선 전 부이사장은 조원태 사장 시대를 상징하는 인사에 맞춰 그만 두게 됐다.

총장 재신임 기정사실화에 학내 구성원 싸늘한 반응

이런 가운데 최근 최순장 총장은 인하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감사하다는 취지의 인사를 전하는 등, 사실상 학내에 '중간평가에서 재신임을 얻은'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인하대 교수회는 '최 총장의 교수평가제가 성과연봉제나 다름없다'며 반대하고 있고, 일방적인 '프라임 사업' 추진과 최순자 총장 식 구조조정에서 촉발한 학생들과 갈등 또한 여전하다.

정석인하학원은 2015년 초 총장 공모 시 총장 선임 기준 네 가지를 정했다. 학교(학생ㆍ교직원ㆍ동문)를 잘 아는 사람, 지역사회와 소통을 잘하는 사람, 행정 경험과 경영능력이 우수한 사람, 학교법인과 소통이 되는 사람이 기준이었다.

최 총장도 취임 때 학교 구성원과 소통, 지역사회와 소통, 재단(=한진)과 소통해 인하대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년 인하대에서 발생한 사건을 보면 '소통'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만다.

최 총장 소통 강조했지만 '논란과 갈등' 지속

최순자 인하대학교 총장.
▲ 최순자 총장 최순자 인하대학교 총장.
ⓒ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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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총장 취임 전 인하대 구성원들의 최대 화두는 송도캠퍼스 이전이었다. 최 총장 또한 취임 전 송도캠퍼스 이전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취임 후 입장을 바꿔 이전하지 않겠다고 해, 거센 반발을 야기했다.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존에 낸 땅 값만큼만 송도로 이전하겠다고 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계약 파기라고 반발했고, 지난달에는 인하대 대신 인하공전을 송도캠퍼스로 이전하겠다고 해, 파문이 일었다.

게다가 취임 후 약 6개월간 대외 공식 석상에 무분별하게 남편을 대동해 빈축을 사기도 했으며, 특히 주말 골프모임 때도 남편을 대동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 총장은 또, 취임 초 인하대병원 인근 옹진군 소유 건물 2개를 매입해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대학원 모집 정원이 축소된 의학전문대학원 교사(=학교 건물) 논란을 매듭짓겠다고 공언했지만, 학교법인과 소통 부족으로 물거품이 됐다.

이 같은 소통 없는 리더십은 최 총장 부임 4개월 만에 자신이 임명한 교학부총장과 대외부총장, 대외협력처장 등이 나란히 사표를 제출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학내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정치적 행보는 리더십 훼손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최 총장은 인천 민주평통자문회의 부의장을 하겠다고 나섰다가 낙마했다. 최 총장은 지난 2008년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민주평통자문회의 부의장에 도전한 게 뒤늦게 알려져 총장을 하면서도 정치에 미련을 두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민주평통자문회의 부의장직이면 인천시장의 뜻이 중요한데, 유정복 시장 인수위원장을 지낸 최 총장이 부의장에 도전했다가 실패하자, 유 시장과 소통마저 잘 안 되고 있다는 논란만 부추겼다.

아울러 최 총장은 2015년 8월엔 개교 60주년 기념관에 이승만 전 대통령 흉상을 설치하기로 했다가 일부 동문의 거센 반발을 야기했다.

"총장직을 걸고" 프라임 사업 추진했지만 탈락

인하대는 '프라임 사업'(교육부가 대학을 이공계 중심으로 재편하는 사업) 추진으로 2015년 11월부터 2016년 5월까지 홍역을 치렀다. 최 총장이 프라임 사업 추진을 위해 2015년 11월 문과대학을 사실상 폐지하는 안을 발표하면서 학내 갈등이 시작됐다.

이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문과대학장에게 언어폭력에 가까운 이메일을 보내 파문이 일었고, 문과대학에서 시작한 반발은 인하대 교수회 전체로 확산됐다.

인하대 총학생회는 일방적인 프라임 사업과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2015년 12월 단식농성 돌입했고, 인하대 교수회도 반대 성명을 발표하며 학내 갈등은 고조됐다. 지난해 5월 인하대가 프라임 사업에서 탈락할 때까지 학내 갈등이 지속됐다.

프라임 사업에 총장직을 걸었던 최 총장은 프라임 사업 탈락으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최순자 총장 식 대학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혀, 학내 갈등을 재점화했다.

최순자 총장 '갑질' 리더십 파문

2016년 4월 인하대학교 잔디밭에서 열린 졸업식 모습.
▲ 인하대 졸업식 2016년 4월 인하대학교 잔디밭에서 열린 졸업식 모습.
ⓒ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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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총장의 소통 부재 리더십은 '갑질' 논란으로 확산되며 더욱 빈축을 샀다. 2015년 10월 국내 언론이 IUT(=우즈베키스탄 타슈겐트 인하대학교)의 부실운영을 비판하는 기사를 보도하자, 최 총장이 아이유티에서 일했던 한 직원을 총장실로 불러 직접 추궁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직원은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고 부인했으나, 최 총장의 추궁은 계속됐다. 심지어 최 총장은 다른 교직원 4명을 더 불러 추궁하며 논란을 자초했다.

'갑질' 논란의 정점은 인하대가 2월 졸업식을 4월 졸업식으로 변경한 것을 비판한 대학원생을 상대로, 최 총장이 "이미 발급한 학위도 박탈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비판이 거세지자 최 총장은 엄포가 없었던 것처럼 댓글을 수정했는데, 이는 더 큰 파문을 불러왔다.

아울러 지난해 여름에는 예산을 절감한다며 학생들에게 강의실 야간 사용을 제한하고, 학생들이 '전기 대신 촛불'로 공부하는 동안 총장은 보직교수를 동행한 '수천만 원 외국 출장'을 다녀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또한, 최근에는 최 총장을 비판하는 언론사 기자의 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가서 목걸이 등 선물을 놓고 왔다가 해당 기자가 회사에 '김영란법' 위반으로 자진 신고하게 만드는 일이 발생했고, 심지어 해당 기자 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 인하대 직원 40명의 식사를 예약했다가 해당 기자의 항의를 받고 취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최순자 총장 지난 2년의 성과는?

최 총장 임기 2년간 논란과 갈등이 지속됐고, 이렇다 할 성과는 빈약하다. 그나마 내세울 만한 게 인하대가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0위를 기록했다는 것인데, 이는 평가를 앞두고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우즈베키스탄에 동행 출장한 사실이 드러나며 색이 바랬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성과는 '항공 산업 산학융합지구' 선정이다. 그러나 이 사업 또한 인하대가 주도해 일군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

산학융합지구는 인천시ㆍ인하대ㆍ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선정에 앞서 2015년 인천시와 인하대는 공동으로 산학융합지구를 추진했다. 하지만 년 당시 인하대가 200억 원을 내기로 했는데, 인하대가 재단과 소통 부재로 이를 포기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인하대는 시가 추진하는 산학융합지구에 자금을 내겠다고 해놓고, 같은 시기 추진한 프라임 사업에 '제2의 60주년 기념관' 건립 계획을 반영했다. 동일한 자금이 산학융합지구와 프라임 사업에 반영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고, 결국 그해 산학융합지구는 물거품이 됐다.

중간평가를 받겠다고 했던 최 총장의 임기 2년이 흘렀고, 정석인하학원은 2월 이사회를 앞두고 있다. 최 총장은 '중간평가 재신임'의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지난 2년을 보면 학교 구성원, 지역사회, 재단과 소통이 원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하대, #정석인하학원, #최순자 인하대 총장, #조양호, #조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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