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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해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에이치해운 에이치해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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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선적 안 되면 불허했어야" 인천해수청에 '분통'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인천~백령' 항로를 운항하는 고려고속훼리(주)의 코리아킹호와 에이치해운의 하모니플라워호가 각각 2월 1일과 2일부터 휴항했다고 2일 밝혔다.

'인천~백령' 항로를 오가는 여객선 두 척이 동시에 정비를 이유로 휴항해,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를 잇는 뱃길이 더욱 어렵게 됐다. 대체 선박이 투입됐지만 화물을 실을 수 없어 섬사람들의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번 휴항은 5년마다 한 차례씩 받아야 하는 정기점검과 1년마다 받는 점검이 겹친 것으로, 하모니플라워호의 경우 40일, 코리아킹호의 경우 약 20일 소요될 예정이다. 문제는 두 척이 동시에 정기점검에 들어가 섬사람들의 불편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인천~백령' 항로엔 에이치해운과 고려고속훼리가 각각 오전 7시 50분과 8시 30분 인천 출발 백령도 행 여객선을 운항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같은 비수기 평일에는 여객이 적어 먼저 출발하는 에이치해운의 하모니플라워호가 여객 대부분을 태우기 때문에 고려고속훼리는 휴항하는 경우가 많다. 고려고속훼리는 비수기 때 이용객이 많은 주말에 운항하고, 또 평일 하모니플라워호에 이상이 생겼을 때 대체 투입되고 있다.

지난달 11일 아침 인천항 연안부두에서 백령도 행 여객선이 갑자기 고장 나 출항하지 못했을 때 대체 투입된 여객선이 바로 고려고속훼리의 코리아킹호다.

하지만 이번엔 두 여객선이 동시에 정비에 들어가는 바람에 에이치해운이 울릉도를 운항하던 씨플라워호를 대체 여객선으로 투입했다. 그런데 씨플라워호는 여객전용선이라 여객 이외에 차량과 수화물 선적이 불가능하다.

에이치해운은 씨플라워호를 투입하면서 승객이 간단하게 휴대할 수 있는 캐리어 내지 옷가방을 제외한 식음료ㆍ부식ㆍ수산물 등을 상자로 포장한 화물 반입을 제한했다.

배에 화물을 못 싣게 되니 생필품과 수산물 운송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섬사람들이 거칠게 항의하자, 인천해양수산청은 화물선인 미래해운의 미래9호를 이용하라고 했다.

하지만 미래9호는 일주일에 두 번만 운항하는 데다, 운반 시간이 하루 이상 걸리기 때문에 수산물 운송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또한 소규모 화물의 경우 이용료가 비싸기 때문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심지어 소청도의 경우 차량만 선적이 가능하고 일반화물은 받지 않겠다고 해 불편을 겪을 전망이다.

이에 소청도 사람들은 우체국택배라도 이용하려고 문의했지만, 우체국 또한 여객선 사정으로 2월 한 달은 택배 접수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터넷우체국 홈페이지에는 소포우편물 접수를 일시 중지한다는 공지 글이 올라온 상태다.

소청도 주민 박준복씨는 "섬 생활에 필요한 생필품 대부분을 뭍에서 구해 들어가는데, 몸에 휴대하고 갈 수 있는 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답답하기 그지없다"며 "인천해양수산청 또한 업체가 정비로 휴항하면 화물 선적이 가능한 선박을 대체 투입하게 하고, 아니면 불허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소청도 주민 70여 명은 4일 배로 인천에 올라온 뒤, 6일 오전 인천해양수산청을 방문해 항의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해양수산청 관계자는 "하모니플라워호는 5년마다 실시하는 정기 정비로 약 40일간 휴항하게 됐고, 코리아킹호는 1년마다 실시하는 정비로 약 20일간 휴항하게 됐다"며 "에이치해운이 백령발 아침배 사업을 사전에 검토하기 위해 가져온 배를 대체 투입한 상황에서, 코리아킹호 더러 비수기 때 (적자를 감수하며) 운항하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체투입 된 선박이 여객선전용이다 보니 백령도와 대청도 화물은 당분간 불편하더라도 미래해운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소청도 화물의 경우 선사와 우체국의 협조를 구해 여객공간 중 일부를 선적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며 "올 6월 백령발 인천행 아침배가 운항하면 어려움이 상당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여객선사 간 자존심 대결에 섬사람들만 불편

현재 에이치해운과 고려고속훼리는 인천해양수산청이 계획 중인 '백령 발 인천 행 아침 배' 운항을 두고 갈등하고 있다.

섬사람들이 불편을 겪게 된 것은, 표면적으로 볼 때 '인천~백령' 항로를 운항하는 두 선사가 동시에 정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선사가 '백령 발 인천 행 아침 배'를 두고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결국 애꿎은 주민들만 불편을 겪게 됐다는 게 주민들의 중론이다.

5년마다 하는 점검과 1년마다 하는 점검이 겹칠 경우, 두 선사가 충분히 점검기간가 중복 안 되게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나 몰라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인천해수청 또한 법적인 제재 방안이 없다고 해도, 조율을 게을리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지난 2014년 11월 백령도에서 출발하던 배가 적자를 이유로 사라져, 인천에서 아침에 백령으로 출발하는 배만 남았다. 인천에서 아침에 출발하는 배는 두 척이지만, 먼저 출발하는 배가 손님을 거의 다 태우고 가기 때문에 평일 아침 뒷배는 손님이 없어 휴항하기 일쑤라, 실제로 평일 '인천~백령' 항로는 한 척만 운항한다.

특히, 백령도에서 아침 배가 없어 섬사람들은 점심 배(아침에 인천에서 들어온 배)를 타고 저녁에 인천에 도착하는데, 이 경우 다음 날 오전 일을 마치더라도 배가 없기 때문에 그다음날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기상 악화로 배가 끊기면 며칠씩 못 나오거나 못 들어간다.

이에 '백령 발 인천 행 아침 배' 재 운항은 백령도와 대청도, 소청도 사람들의 숙원이나 다름없다. 아침 배로 나와 점심에 뭍에 도착해 그날 일을 본 뒤, 다음날 아침 배로 섬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백령 발 인천 행 아침 배'가 재 운항할 경우 인천에서 백령으로 향하는 배가 두 척이고, 백령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배가 한 척으로, 모두 세 척이 투입돼 공급과잉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하다. 특히, 가운데 낀 '인천 발 늦은 아침 배'의 타격이 크다.

이에 고려고속훼리는 '현재 우리가 인천 발 아침 늦은 배를 운항하고 있으니, 백령 발 아침 배를 우리가 운항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 뒤 옹진군ㆍ에이치해운 등과 노선 조정을 논의를 했으나 이견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즉, '백령 발 아침 배' 선정이 예정된 가운데 에이치해운 입장에선 고려고속훼리가 대체 선박을 운항하는 걸 용인하는 게 탐탁하지 않고, 고려고속훼리 입장에선 아쉬울 게 없다는 양쪽의 자존심이 부딪쳤다는 것이다.

세 척 투입 시 손실 불가피, 노선 조정 과제

인천해양수산청은 오는 13일까지 '백령 발 인천 행 아침 배' 재 운항을 위한 여객운송사업자를 모집한다고 지난 1일 밝혔다. 옹진군은 이 항로에 연간 최고 7억 원의 손실지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금을 받으려면 ▲350톤급 이상 ▲백령 오전 출항 1일 1회 왕복 ▲편도 4시간 30분 이내 운항 가능 선박 ▲운항 후 최소 연수 3년 ▲5톤 이상 또는 적정한 화물 적재 공간 확보 ▲도서민 표 100표 등의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이 공모에는 에이치해운과 고려고속훼리가 나란히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인천해양수산청은 사업수행능력, 사업계획, 신용도, 선박 확보계획 등을 평가하고 여객선 안전성을 검사해 6월에 운송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노선을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천~백령' 항로에 세 척을 투입할 경우 승객 분산에 따른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노선 조정이 과제다.

인천해양수산청도 이를 알고 있고, 섬사람들 또한 '인천 발 한 척과 백령 발 한 척'이 합리적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인천해수산청과 옹진군, 여객선사들이 이를 조율하는 게 핵심과제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해양수산청, #인천-백령 항로, #하모니플라워호, #소청도, #연안여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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