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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탄핵 정국에서 제일 열심히 했지만 제일 득을 본 못 정당이었다
 정의당은 탄핵 정국에서 제일 열심히 했지만 제일 득을 본 못 정당이었다
ⓒ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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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임박한 분위기다. 건국 이래 최대 스캔들이 펼쳐지면서 국회에서 탄핵을 당한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기다리고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야당들은 다가오는 대선을 준비하고 대선주자들은 국민들에게 점수를 올리려 애를 쓰고 있다. 각자의 공약을 펼치고 이미지를 보여주며 예비고사를 치르는 요즘의 정치권이지만 유독 존재감이 없는 정당이 하나 있다. 선거 때마다 선명성을 보여주려 했던 원내진보정당의 맥을 잇는 정의당은 이번 국면에서는 전혀 국민들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정의당은 박근혜 게이트가 터질 때 제일 기민하게 움직인 정당이었다. 정당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촛불 시민들 사이에서 깃발을 올렸다. 시민들에게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을 받고 국회 앞에서 노숙을 마다치 않으며 어느 당보다 열심히 했지만 국민들은 정의당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국회의원 숫자가 6명이 있는 원내 제일 작은 정당이라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없었으며 언론 노출도에서 타 정당에 현저히 밀려 야당 호재의 상황에서도 큰 이득을 못 취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의당도 대선 준비에 열심이다. 심상정 대표, 강상구 교육연수원 부원장이 당내 대선 경선에 출마하며 경쟁을 하는 중이다. 문제는 두 후보 중 누가 경선을 뚫고 나오더라도 대선에서 보여줄 수 있는 움직임이 지난 대선하고는 현저히 적을지도 모른다. 그 전망은 예전이라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인했다.

보수정당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진보정당

지난 20일 심상정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던 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시장도 대선 출마를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더구나 이재명 시장은 '노동자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공장에서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출신의 '철의 여인'이라는 호칭을 갖고 있던 심상정도 하지 못한 일을 자유주의 우파로 평가받던 더불어민주당의 후보가 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한 후보의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20일로 돌아가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에다 변호사를 하던 사람이 '노동자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외쳤을 때 정의당에서는 어떠한 반응도 내놓지 못했다. 노동자정당을 표방하는 정의당이 정작 '노동자 대통령'을 말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됐다. 예전 민노당 시절의 일이었으면 펄쩍 뛰었을 사람들이 어떠한 대응도 못하며 진보정당이 해야 할 포지셔닝을 손 한번 못 써보고 빼앗겼다. 10년 전, 5년 전 대선이라면 이런 상황을 누가 상상할 수 있었을까.

공약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요즘 많은 전문가들과 유권자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는 기본소득, 모병제, 육아휴직 3년 등의 공약은 정의당이 내세운 공약이 아니라 민주당이나 보수정당 후보들이 낸 공약이다. 과거에 진보정당 후보나 말할 수 있던 공약들을 다른 정당에서 선점하며 더 이상 정의당이 말할 수 있는 공약이 사라지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며 내세울 수 있었던 공약이나 메시지를 다른 정당에서 먼저 차지하며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은 점점 보여줄 수 있는 게 사라지고 있다. 예전이라면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찍어주었던 유권자들의 투표 이유가 이번 대선에는 없어지고 있다.

누가 당 후보가 되든 이번 대선은 역대 제일 어려운 선거가 될 전망이다
 누가 당 후보가 되든 이번 대선은 역대 제일 어려운 선거가 될 전망이다
ⓒ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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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조차도 몇 개 없는 대선을 치러야 하는 정의당

더욱 정의당이 궁지에 몰린 이유는 18대 대선처럼 후보 단일화를 무작정 염두에 둘 수 없게 된 상황인데, 보수 후보들이 몰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지지율 3% 전후를 왔다 갔다 하는 정의당을 무리해서 안을 이유가 야당 유력 주자들에게는 없다. 총선에서도 심한 사표 심리가 대선에서는 더욱더 강하게 작용할 터이니 거대 야당들이 정의당에 손을 내밀 이유가 당연히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정의당 대선 후보가 누가 되든 오로지 '개인 기량'으로만 대선을 치러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대선을 완주하냐, 안 하느냐라는 문제는 둘째로 밀어 놓더라도 성과를 남기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당의 존재 이유에 의문을 보내게 될 것이다. 냉정하게 보더라도 선거를 통해 메시지, 공약, 의미 등을 증명하지 못하는 당에게 앞으로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내줄 이유가 없다.

정의당은 창당 이후로 대선, 지방선거, 총선을 한 차례씩 치르며 선거의 한 사이클을 돈 상태다. 경험이 부족하다, 준비를 할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 없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번 대선부터는 당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고 당의 정체성을 국민들에게 증명해야 하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역대 대선 결과를 민주노동당 때부터 살펴보자. 2002년에는 3.9% 득표율로 의미 있는 선거를 만들었지만 2007년에는 3.1%의 결과를 맞이하며 지난 대선보다 퇴보한 득표율을 보여 진보신당을 만드는 분당의 씨앗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2년에 진보정의당은 후보도 내지 못하고 야권 단일화를 통해 공동정부 탄생에 한몫 하려 했으나 대선 패배를 맞이해 실패한 결과를 갖고 왔다. 대선 패배의 여파는 2014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져 결국 역사상 최악의 지방선거 결과를 낳았다(지역에서 기초자치의원 11명만이 당선되고 나머지는 모두 낙선).

과연 정의당은 이번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맞이할까. 어떤 상황이라도 정의당은 무조건 '무언가'라도 남겨야 하는 선거를 보여줘야 한다. 지난 대선과는 다르게 2017년 대선은 앞으로의 정의당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묻는 선거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의당이 쉽게 대선을 봐서는 안 되는 이유는 많지만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다. 여러모로 암울한 상황이다.


태그:#정의당,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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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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