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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으로 대략 50만원어치 구입했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중고책 20만원어치 구입했다. 또한 국가정보원 진실위원회에서 만든 보고서 제본하는데 20만원이 들어 총 423만
423만 원

하루에 만원어치 책을 읽으면 1년에 365만 원이다. 2015년에 이어 2016년에도 죽기 살기로 책을 읽었다. 책 구입비용을 계산해보니 30년 동안 단골거래처인 민사랑에서 구매한 것이 333만 원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음은 인터넷으로 대략 50만원 어치를 구입했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 중고책 20만원 어치를 구입했다. 또한 국가정보원 진실위원회에서 만든 보고서 제본하는데 20만 원이 들어 총 423만 원이 도서구매비용으로 지출되었다.

결과적으로 하루 만 원 이상을 책 구매 비용으로 지출했다. 독서는 친일인명사전을 시작으로 한국 근현대사와 문학에 집중해 234권의 책을 읽었다. 2015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462권의 책을 읽었다. 작년에 읽은 책 중 감동있게 읽은 책 10권(분야)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민족문제연구소, <친일인명사전>, 2009

친일인명사전
 친일인명사전
ⓒ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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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에 꽃혀 있는 책은 읽은 책과 읽을 책, 그리고 장식용 책으로 나뉜다. 30년간 독서에 심취하면서 굳이 장식용 책을 구분한 적은 없으나 구매한 지, 3년이상 되면 자연스럽게 읽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3년이 아니라 7년이나 장식용으로 꽃혀 있던 책이 <친일인명사전>이다. "사전은 필요한 부분만 읽는 것"이라며 스스로를 위안 삼았지만, 막상 읽지는 않게 된다. 또한 책 분량이 가히 위협적이다.

3권으로 구성된 책은 깨알 같은 글씨에 2882페이지에 이른다. 책 크기도 4*6배판으로 보통 출판되는 국배판보다 훨씬 크다. <친일인명사전> 3권의 분량은 300페이지의 평범한 책 24권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분량의 위세에 눌려 30만 원이라는 고가(高價)의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이 어떤 책인가? 1949년 반민특위가 이승만 정권에 의해 강제로 해체당한 후, 친일파청산이라는 민족적 과제는 물거품이 되었다.

<친일인명사전>은 반민특위가 해체된 지 60년, 조선이 일본에 강제 합병된 지 100년 만에 나온 것으로, 189명의 편찬 및 집필위원이 참여해 만든 책이다. 집단창작의 결과물로 100년에 한권 나올까 말까한 책이다. 이런 책을 소장용으로 방치한다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기분이어서 구매한 지 7년 만에 책을 펼쳐들었다.

2. 대하실록 제주민중운동사 <4·3은 말한다>

이 책이 처음 나왔던 1994년에 "꼭 읽어봐야지"라는 생각은 했지만 선뜻 책을 펼치지는 못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제주4·3은 역사의 잊힌 존재였고, 4.3을 말하면 빨갱이로 오인받았다. 87년 민주화 이후 4.3문제는 지상으로 드러났다.

'제주 4·3연구소'가 출범해, 피해조사와 증언채록, 유적지 발굴을 했다. 그러다가 제민일보(濟民日報)가 사고를 쳤다. 제민일보는 4·3 취재반을 구성해, 위 사건에 대한 체계적인 증언과 자료를 수집했다.

제민일보 취재반은 '1990년대 JTBC의 손석희'라 할 수 있다. 취재반은 제주도 전역을 다니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났고, 군·경 관련자료를 수집했으며, 미국에까지 가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자료를 입수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역사의 올곧은 진행을 위해, 우리는 "만약 그때 이랬다면..."하고 상상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역사의 가정을 생각한다. 제2권 부록에 실린 김익렬 장군의 회고록을 보며 "1948년 4월 김달삼과 김익렬의 평화협상이 성공했더라면..." 하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그랬다면 약 3만명의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평화협상을 방해한 조병옥과 이승만, 미국이 제주의 역사를 악의 구렁텅이로 내몬 것이다. 1994년 1권을 출판한 이 책은 1998년에 5권을 완간했다.

3~4. 내 안의 폭력, 탁영호 <도바리> / 펑지차이, <백 사람의 십년>

도바리
 도바리
ⓒ 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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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바리'는 독재정권의 수배를 피해 도망 다니며 민주화 운동을 하던 대학생들을 이르는 말이다. 주인공 김인권은 1980년 광주항쟁을 앞두고 군부독재의 수배를 받아 섬으로 피신한다.

섬에서 마을 남성주민들이 정신지체장애여성에 대한 집단 성폭력을 해 임신말기에 이른 것을 목격하지만, 자신의 수배자신분 때문에 침묵한다. 결국 폭력을 집적 행하지 않아도 이에 가담하게 된 것을 깨닫는다.

다시 피신한 다른 마을에서도 '개발'을 둘러싼 폭력이 난무한다. 이 책은 평화를 향한 외침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해 준다. 또한 광주민주화운동 전개과정에 대해서도 그림으로 진실을 밝혀준다.

소련의 혁명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한 마오쩌둥이 중국식 사회주의의 나침반으로 제시한 것이 문화대혁명이다. 1966년부터 시작된 역사적 재앙은 마오쩌둥이 사망한 1976년까지 진행되었다. 이 시기에는 학교를 폐쇄하고, 홍위병에게 전통적인 가치와  부르주아적인 것을 공격하게 했다.

또한 당의 관료와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당성(黨性)을 심사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고, 고통을 겪었다. 고통 속에서 살아온 민초들의 이야기가 도처에 널려있다.

5. 아! 조정래 역사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은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는데 하나의 이정표다. 조정래는 대하소설을 쓰기 전에 여러 권의 중·단편과 장편을 썼으며, 최근에는 청소년 교육문제를 다룬 <풀꽃도 꽃이다>를 썼다.

"조정래의 책을 읽으면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확신이 있다. 왜냐면 그는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쓴다.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들이 읽더라도 누구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글을 쓴다. 절로 머리가 숙여지는 작가이다.

6~8.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지영 <동학사> / 황광우 엮음 <박효선 전집 1~3> / 최상훈 외, <노근리다리>

박효선 전집
 박효선 전집
ⓒ 연극과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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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접과 북접의 화해와 단결을 수차례 시도한 동학지도자 오지영은 1938년 4월 <동학사(東學史)>를 집필했다. 조선이 백척간두의 위기에 섰던 19세기 말 민중들의 자주적인 힘과 실천으로 사회를 바꾸려고 했던 것은 1894년 동학농민혁명과 1898년 11월에 창립한 만민공동회였다.

2016년 가을과 겨울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집회의 원조라 할 수 있다.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해 소개된 책자는 굉장히 많은데, 동학농민혁명의 당사자가 직접 쓴 책은 이것이 유일하다. 동학농민혁명의 쓰라린 패배 이후 동학이 천도교로 변천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서술했다.

"박효선이 남자였어?"

극단 '광대'의 대표 박효선이 남자인 줄은 작년 5월에 알았다. 정말 나의 무식함에 자괴심이 절로 들었다. 80년 5월 광주에서 시민군 홍보부장을 맡고, 도청 앞 민주화집회를 이끌었던 문화운동가 박효선. 그는 연극인이면서, 작가이고, 연출가였다.

그는 광주에서 죽어간 동료, 시민들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게끔 광주를 연극과 영화, 다큐로 재생했다. 그가 1998년 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모란꽃>, <금희의 5월> 대본을 직접 쓰고, 연출까지 도맡았다. 그의 정신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전집 5질을 구입했다.

"노근리사건 피해자는 양민(良民)인가?"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충북 영동군의 임계리, 주곡리 주민들과 서울과 대전 등지의 피난민들이 미군의 판단실수로 양민들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미군은 "전선에 보이는 민간인들을 무조건 적으로 간주해 사살하라"는 명령을 조직적으로 내렸다. 노근리사건은 영동에서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전국 170여 곳에서 있었다.

1999년 AP통신은 노근리 사건을 전 세계에 타전했고, 미군의 전쟁범죄가 화두(話頭)가 되었다. 최상훈 기자와 미국인 기자 팔스 헨리, 마사 멘도자가 공동으로 쓴 <노근리다리>는 훌륭한 역사서이다.

9~10. "나는 너네가 반백년 전에 한 짓을 알고 있다"
함세웅·주진우 <악마기자 정의사제> / 신기철, <아무도 모르는 누구나 아는 죽음>

아무도 모르는 누구나 아는 죽음
 아무도 모르는 누구나 아는 죽음
ⓒ 인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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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웅 신부와 주진우 기자의 '속 시원한 현대사 콘서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를 숨 가쁘게 돌며 절망에 빠졌던 이들을 만나 현대사 얘기를 나눴다.

20년 동안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사건 조사와 연구에 천착해 온 신기철 선생이 다섯 번째 책을 썼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실화해위원회'에서 6년간 일한 저자는 한국전쟁기에 억울하게 학살당한 보도연맹원, 형무소 정치범, 부역혐의자, 전쟁 전 숙군된 군인들을 역사적으로 복원했다.

저자의 끈질긴 노력은 역사의 정의를 세우기 위한 힘찬 발자국이다.

덧붙이는 글 | 박만순 (함께사는우리 대표)



태그:#독서, #친일인명사전, #노근리, #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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