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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사의 진짜 보물(珍寶)을 보러 들어가다

법문사진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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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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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관은 2층으로 되어 있다. 건물 앞에 1층 계단이 있어 건물 높이는 3층이 된다. 그러므로 이곳에서는 진신보탑과 합십사리탑을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을 눈높이에서 살펴본 나는 진짜 보물을 보러 안으로 들어간다. 진보관 1층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보물이 고리가 12개 달린 석장이다. 불교계 최고권위자가 진신사리를 영접할 때 사용하는 지팡이로 8중보함 앞에 놓여 있다.

8중보함(八重寶函)은 말 그대로 진신사리를 보관하는 8개의 보배로운 함(상자)이다. 당나라 의종(懿宗)이 법문사에 바친 공물로, 진보관 최고의 보물이다. 가장 바깥 1중이 단향목보함(檀香木寶函)이다. 나무로 만들어져 출토시 이미 거의 훼손된 상태였다. 2중부터는 금과 은으로 만든 보함으로 장식과 조각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2중은 금은보함으로 4천왕상이 양각되어 있다. 북방대성비사문천왕(北方大聖毗沙門天王)이라는 글자도 보인다.

5중보함의 팔이 6개 있는 관음보살
 5중보함의 팔이 6개 있는 관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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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은 은보함으로 특이하게 장식과 조각이 없다. 4중은 금은보함으로 여래설법도가 양각되어 있다. 나머지 3면에는 보리수 아래 석가여래, 문수보살, 보현보살이 양각되어 있다. 5중은 순금보함으로 팔이 6개 있는 관음보살이 양각되어 있다. 나머지 3면에는 대일여래, 아미타여래, 약사여래가 양각되어 있다.

6중부터는 내곽을 형성해선지 장식이 달라진다. 더 이상 불상이 없고, 꽃과 새로 장식하고 진주를 달았다. 그래서 공향함의 느낌이 난다. 6중은 꽃무늬 장식에 진주를 단 순금보함이다. 7중은 새와 꽃무늬를 장식하고 거기에 진주를 단 옥돌보함(珷玞石寶函)이다. 8중은 진신사리를 넣기 위해 순금탑으로 만들어져 있다. 탑에는 사방에 문이 있고, 그 안에 사리를 안치했다. 사리는 길이 4㎝ 지름 2㎝의 원통형이었다고 한다.

금동부도
 금동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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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관에서 중요한 것이 아육왕탑(阿育王塔)과 금동부도(金銅浮屠)이다. 아육왕탑은 당나라 의종 때 사리를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탑신에 기둥과 문을 설치하고 문 양쪽에 협시보살을 배치했다. 금동부도는 당나라 목탑과 누각 형식이 결합된 특이한 유물이다. 부도라는 명칭으로 보아 사리가 안치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진보관에는 또한 지궁의 사방을 지키는 호법천왕이 진열되어 있다.

5중보함과 진신보살을 찾아서

8중보함 다음으로 중요한 유물이 5중보함이다. 5중보함 역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상자로 5중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바깥의 1중은 쇠로 만든 철보함(鐵寶函)이다. 발견 당시 검게 녹이 슬었고, 그 때문인지 이곳에 전시되어 있지 않다. 철보함 안에 금도금한 은보함이 있다. 이 금은보함이 5중보함에서는 2중으로, 학술적 예술적으로 가장 중요한 유물이다. 그것은 보함에 새겨진 명문과 문양 때문이다.

5중보함의 5존불상
 5중보함의 5존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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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을 통해 당나라 함통(咸通) 12년(871) 10월 6일에 불제자 비구 지영(智英)이 석가모니 진신사리보함으로 만들어 바쳤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보함에 양각된 그림은 금강계대만다라성신회조상(金剛界大曼茶羅成身會造像)이다. <금강정경>을 토대로 대일여래의 지혜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보함의 사면에는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한 5존(五尊)이 표현되어 있다.

가운데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4보살, 4대명왕, 지수화풍 4대신 등이 호위하고 있는 형태다. 이 보함은 중국 밀교의 성격과 특징을 아는 데 아주 중요하다. 3중은 단향목함으로 발견 당시 많이 훼손된 상태였다. 그러나 외부에서 인물과 꽃문양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단향목함 안에 2중인 수정관(水晶棺)이 들어 있었다. 수정관은 둥근 지붕의 상자 형태로 반투명이다. 그 안에 1중인 백옥관이 들어 있었다.

수정관
 수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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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옥관 역시 둥근 지붕의 상자형태로 길이가 6.5㎝ 폭이 3.1㎝ 높이가 4.8㎝이다. 그 안에 3.7㎝의 불지사리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백옥관은 유백색이어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진신사리를 봉안한 또 다른 유물로는 백옥영장이 있다. 백옥영장은 4중보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은 중종(中宗)이 사리를 봉안해 바친 신령스런 유물상자다. 그러한 사실은 경룡(景龍) 2년(708) 무신(戊申)이라는 명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4중보함은 백옥함(白玉函), 철함(鐵函) 목합(木盒) 은관(銀棺)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곳에는 쌍봉문은관(雙鳳紋銀棺)만 전시되어 있다. 쌍봉문은관은 금도금이 되어 있으며, 장식이 8중보함이나 5중보함 만큼 화려하지 않다. 관은 집과 같은 형태로, 기단부에 사다리꼴 형태로 벽을 올리고 그 위에 지붕을 얹은 양식이다. 은관 속에 2개의 진신사리가 안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기단부는 하트형 구멍을 뚫어 장식성을 더했다. 벽에 쌍봉문이 있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비천상으로 보인다.

진신보살
 진신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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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나는 진신보살을 살펴본다. 보살이 연화좌(蓮華座) 위에 무릎을 꿇고 진신사리를 바치는 형상이다. 871년 의종의 39세 생일을 맞아 황제의 만수무강을 비는 뜻에서 만들어 바쳤다. 정교하게 제작되어 예술성이 뛰어나고, 장식이 화려하며 금박이 휘황찬란하다. 보살은 머리와 목 그리고 팔목에 구슬장식을 해서 화려함을 더했다. 공양을 한다는 점에서 보살상이 아닌 공양상으로 볼 수도 있다.

보살을 받치고 있는 연화좌는 상단에 금강계(金剛界)를, 중하단에 태장계(胎藏界)를 양각으로 표현했다. 상단 금강계에는 정문(定門) 16존과 혜문(慧門) 16존을 새겨 넣었다. 중단에는 4대천왕을 새겨 넣었다. 하단에는 상부에 8판의 복련을 새기고 그 안에 범자(梵字)로 청원(請願)을 새겼다. 하부에는 8대명왕을 새겨 넣었다. 중국의 밀교는 이처럼 금강계와 태장계를 융합하는 대만다라(大曼茶羅)를 추구했다. 

당나라 때 황실에서 바친 공물은 어떤 게 있을까?

금구형은합
 금구형은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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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보관하고 있던 보함들을 다 보았다. 이제는 당나라 때 황실에서 법문사에 바친 불구와 공양구를 보러 대당진보관으로 간다. 입구에 사자가 지키고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관광객들이 많다. 요즘 중국의 경제가 좋아져 관광지마다 중국인들이 많은 편이다. 그 때문에 유물을 자세히 살펴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이곳에는 불교와 관련된 세속유물이 대부분이다. 식기, 다구, 향로, 복식, 화폐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금과 은으로 만든 기물(器物)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당 의종(859-873 재위)때 제작되어 바쳐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금구형은합(金龜形銀盒), 쌍사자문은합, 쌍봉문은합, 연화문은완(銀碗)과 연화문은합, 금은 향주머니(香囊), 금은 향로, 금은 바구니(籠子), 금제 발우(鉢盂), 은제 항아리, 은제 화로, 은등(銀燈)과 은안(銀案), 금은여의(如意), 도자기, 유리기, 다구(茶具) 등이다.

금은 향낭
 금은 향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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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구형 은합은 은으로 만든 거북모양의 합으로, 박물관 입구에 있는 거북 동상의 원형이다. 금은 향낭은 2개가 있는데, 큰 것에는 화문이 작은 것에는 기러기 문양이 투각되어 있다. 투각이어서 그런지 더욱 화려하게 느껴진다. 금은 향로는 장식과 문양이 화려한 편이다. 금은 바구니도 결구 바깥으로 기러기를 만들어 붙여 예술성을 더했다.

금제 발우에서는 정말 금빛이 난다. 은제 항아리와 화로 등이 실제 많이 쓰였을 것 같다. 그래선지 이들은 장식성도 훌륭하지만 실용성이 돋보인다. 도자기는 은은한 비색이 감돌고, 유리기는 로마와 사산조 페르시아 등 유럽과 이슬람권에서 유입된 것이다. 그래선지 문양이 중국적이기보다는 서구적이다. 다구로는 차를 담아놓는 금은제 서랍장과 차를 가는 다연(茶碾)이 있다.

다연
 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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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들 다구의 장식이 정교하고 아름답다. 서랍장에는 학을 타고 노는 선인(駕鶴仙人), 구름과 삼신산 등이 선각되어 있다. 다연에는 비마상, 화문, 운문이 선각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들 부분에 금도금이 되어 있다. 이를 통해 당나라 시대 절에서 차문화가 상당히 번성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외 수를 놓은 의복과 동전 등이 있지만, 금은기에 몰두하다 보니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법문사를 효율적으로 보는 방법

법문사 거북동상과 진신보탑 앞에서의 단체사진
 법문사 거북동상과 진신보탑 앞에서의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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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문사를 한나절 봤지만 아직도 보지 못한 것이 있다. 보함 안에 들어있던 진신사리다. 그러나 그것은 시절 인연이 닿아야 볼 수 있다고 한다. 진신사리를 담고 있던 보함을 본 것에 만족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불상과 불화를 전시한 불존각(佛尊閣)에 들러 근현대 작품을 잠시 살펴본다. 그리고 나오면서 거북이상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다. 법문사 정문을 나오니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법문사 문화경구, 법문사, 법문사 진보박물관을 다 보았다. 불광대로의 북쪽 끝에 있는 합십사리탑에만 들어가질 못한 셈이다. 법문사를 찾는 사람은 좀 더 시간 여유를 가지고 관람을 해야 한다. 현대에 와서 조성된 법문사 문화경구와 역사 속의 법문사와 박물관을 나누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적 가치로 보면 법문사와 법문사박물관에 훨씬 더 귀중한 것이 많다. 그러므로 먼저 법문사와 박물관을 보고, 시간이 나면 법문사 문화경구를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태그:#법문사박물관, #8중보함, #5중보함, #금은기, #도자기와 유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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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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