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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길원초의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학부모 설문지 가정통신문.
 서울길원초의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학부모 설문지 가정통신문.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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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서울지역 초등학교들이 방과후학교 운영권을 위탁 업체에 넘겨주기 위해 정답을 유도하는 편파설문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학교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위탁운영은 찬성만, 학교 운영은 단점만 늘어놓은 설문지

27일, 서울길원초가 만든 학부모 설문 가정통신문을 입수해 살펴봤다. 지난 21일자로 배포된 이 통신문은 "방과후학교의 프로그램 개선, 다양한 프로그램의 제공, 우수한 프로그램 강사의 보급을 위한 2017학년도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수요조사를 벌였다"면서 "학부모님들의 의사결정에 충분한 도움을 드리지 못하여 재설문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학교는 위탁운영의 장점 4가지를 열거했다. 단점에 대해서는 "수강료는 현재의 수강료 수준을 유지하도록 계약으로 반영할 것임"이라고 적어놓았을 뿐이다.

이 학교는 1차 설문에서 '전체 위탁운영 찬성' 학부모 비율이 30%에 그치자 다시 설문조사를 벌인 것이다. 설문 내용으로 방과후학교 위탁운영의 장점만 나열해 학부모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무시하고 특정 방향으로 정답을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학교 교감은 "위탁운영 찬성 쪽으로 유도하는 설문이었는지 설명내용을 살펴보겠다"면서도 "50% 이상의 학부모 찬성이 나왔기 때문에 내년부터 위탁운영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과후학교 위탁 운영이란 그동안 학교가 맡고 있던 방과후학교 업무를 외부 강사 소개업체에 넘겨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과후학교 교사들은 "업체에 방과후학교 운영을 맡기게 되면 수강료의 30∼60%에 이르는 수수료를 떼어가고 특정 교재 구입을 강요하는 등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된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서울구의초의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설문 가정통신문.
 서울구의초의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설문 가정통신문.
ⓒ 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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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자로 나온 서울구의초 가정통신문도 편파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이 학교는 '방과후 프로그램 전체 위탁 운영에 대한 학부모 설문조사' 가정통신문에서 "앞으로 보다 효율적이고 질 높은 방과후학교 운영을 위하여 방과후 전체 프로그램 위탁 운영에 관한 학부모님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설문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 배경설명 자체가 위탁운영의 찬성을 유도하는 내용이다. 게다가 표로 나타낸 업체 위탁운영과 학교 직접운영 비교사항도 편파적으로 작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탁운영에 대해서는 장점만 늘어놓은 반면, 학교운영에 대해서는 대부분 단점만을 부각시켰다. 전체 분량으로 봐도 위탁운영의 장점을 두 배가량 많이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위탁운영의 장점으로 들어놓은 '다양한 프로그램 개설', '시간별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설' 등의 내용은 학교 직접운영으로도 얼마든지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학교운영의 단점으로 적어놓은 '강사에 따라 수준차이 발생' 내용도 위탁운영에서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이 학교는 이 같은 설문을 통해 학부모의 86%가 위탁운영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학부모 눈속임 설문은 부당" 지적에 "교원 업무경감 위해서"

이에 대해 이진욱 공공운수노조 방과후학교 강사지부장은 "초등학교 교장들이 귀찮은 일을 줄이고자 위탁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강사들 처지에선 소개업체에 돈을 떼이는 절박한 문제"라면서 "더구나 공적 문서인 가정통신문을 통해 위탁운영을 유도하는 '학부모 눈속임' 설문을 벌이는 것은 학교가 해서는 안 되는 부당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구의초 교장은 "방과후학교 담당 교사가 학기 초엔 수업을 못 할 정도로 업무를 많이 해야 해서 교원 업무경감 차원에서 위탁운영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던 것"이라면서 "위탁 운영 설문을 진행한 주변 학교 가정통신문을 활용하다 보니 편파적이라는 지적을 받게 된 것은 사실이다. 위탁운영 방안을 1년간 유예하려고 한다"고 해명했다.


태그:#방과후학교 위탁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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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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