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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걀은 우유와 함께 완전식품에 가까운 대표적인 음식. 조류 인플루엔자 탓에 잊고 있던 달걀의 진가 재확인 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호기심 많은 우리 집 멍멍이, '망울이'는 평소 닭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망울이는 특히 달걀 노른자를 좋아합니다.
▲ 나도 먹고 싶어 호기심 많은 우리 집 멍멍이, '망울이'는 평소 닭장에 관심이 많습니다. 망울이는 특히 달걀 노른자를 좋아합니다.
ⓒ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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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인플루엔자가 새삼 달걀의 존재감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유정란을 그것도 방사해서 받아 먹는지라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남는 달걀을 나눠주며 생색을 좀 내고 있습니다. "재벌 '이아무개'도 이런 달걀을 못 먹을 걸"이라고 하면, 거개가 달걀을 받아들면서 "아니 이 귀한 걸"하며 반색을 합니다.

시골에서 사는 처지이니 닭을 키워 달걀을 내먹는 건 당연합니다. 조류 인플루엔자의 유행, 이에  따른 달걀 가격 상승을 예상해서 닭을 키운 건 아닙니다. 물론 방사 유정란을 먹겠다는 의지는 시골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확고했습니다. 무엇보다 방사 유정란이 슈퍼마켓에서 사먹는 달걀보다 비린 맛이 없거나 덜해서였습니다.

달걀은 아마도 중장년들에겐 한국판 '소울 푸드'가 아닌가 합니다. 소풍 길이나 기차여행을 할 때면 찐 달걀 한 두 개쯤 먹어보지 않은 중장년층은 없을 것입니다. 달걀이 귀했던 60~70년대 달걀 요리는 집안 어른들의 우선 차지곤 했지요.

80년대 들어 대량 유통되면서 달걀은 값은 싸지만, 주요 단백질원으로 식탁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80년대 중반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민을 갔던 한 친구는 "이민 초기 1년 동안은 하루 평균 달걀만 15개쯤 먹었던 것 같다"고 털어 놓은 적도 있습니다. 쪄먹고, 프라이 해먹고, 국에 풀어먹고, 쌀밥에 날로 넣어서 비벼 먹고, 라면에 넣기도 하고, 스크램블드 에그로 빵과 함께 먹는 등 달걀을 주식으로 삼은 적이 있었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했습니다.

닭 키우기 전 달걀에 품은 의문

암탉이 6마리인데 하루 평균 4~5개를 낳습니다. 지난 24일 토요일에는 5개를 낳았네요. 기특합니다.
▲ 오늘은 다섯개 암탉이 6마리인데 하루 평균 4~5개를 낳습니다. 지난 24일 토요일에는 5개를 낳았네요. 기특합니다.
ⓒ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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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니더라도 달걀은 단백질원으로써 가장 싼 축에 속하는 음식재료입니다. 달걀을 사서 먹지 않은 지 꽤 돼서 요즘 달걀이 얼마 하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기 전에 개당 300~500원쯤 하지 않았나요. 미국에서 싼 달걀은 12개들이 한 판에 2달러 미만인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돈으로 200원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과거 10개월여 북미 노숙여행을 하면서 저 또한 하루 20개 가까이 달걀을 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싸다는 이유로 어딘가 하찮게 여겨지는 느낌도 있습니다만, 달걀이 이렇게 싸게 공급될 수 있나 하는 의문은 닭을 직접 키우기 전부터 들곤 했습니다. 실제로 키워보니 의문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커졌습니다. 제 '닭계부'를 슬쩍 공개해 보겠습니다.

달걀 개당 단백질과 지방은 15g 정도라고 합니다. 12개면 고기 한근에 맞먹을듯 합니다.
▲ 냉장고 속의 달걀 달걀 개당 단백질과 지방은 15g 정도라고 합니다. 12개면 고기 한근에 맞먹을듯 합니다.
ⓒ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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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쯤은 애완동물인 우리 닭은 총 8마리입니다. 암탉이 6마리, 나머지 두 마리는 수탉입니다. 마당 앞에 자리한 텃밭의 한 구석에 바닥 면적 40평 규모의 닭장에서 뛰놉니다. 이 정도면 일단 방사라고 할 수 있는지 기준은 잘 모르겠습니다. 한 마리당 5평 정도를 차지하니, 아파트 큰 방 하나쯤 되는 공간이 각자에게 돌아가는 셈입니다.

6마리의 암탉이 낳는 달걀을 정확히 세보진 않았지만 하루 4~5개꼴입니다. 한달로 치면 130개쯤 되지 않을까 하는데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왕성하게 알을 잘 낳는 닭들은 일주일에 5개, 즉 한달 스무 개 남짓, 연간으로 따지면 260개 정도를 낳는다고 합니다. 우리집의 사랑스런 반 애완 닭들, 특히 그중에서도 암탉들이 묵묵히 각각의 몫을 하는 듯합니다.

멀리 녹색 그물로 울타리를 한 닭장. 40평 정도 되는 공간에서 8마리가 삽니다.
▲ 텃밭 한쪽에 닭장 멀리 녹색 그물로 울타리를 한 닭장. 40평 정도 되는 공간에서 8마리가 삽니다.
ⓒ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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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만 놔둬도 닭들이 알을 낳는 건 아니지요. 아침과 오후 늦게 하루 두 차례, 어떤 때는 바빠서 한 차례일 때도 있지만 모이를 줍니다. 모이는 옥수수가 주성분인 배합사료와 부엌과 식탁에서 나오는 음식 자투리입니다. 육수를 빼고 난 멸치, 기름을 짜고 난 깻묵, 사과 씨 근처 과육, 고기 먹다 남은 것 등등이지요. 봄 여름 가을과 초겨울까지는 푸성귀나 풀을 뜯어서 닭장 안으로 던져주기도 합니다.

음식 자투리를 제외하고 돈 주고 사오는 건 옥수수 중심의 배합사료, 어쩌다 밀기울 같은 건데요. 옥수수 배합사료는 두 달에 7포대쯤 사는 것 같습니다. 한 포대 가격이 1만3000원이니 7포대면 9만1000원입니다. 두 달에 드는 가격이므로 한 달로 나누면 4만5500원이겠네요.

아무리 낮춰 잡아도 달걀 1개당 '생산원가' 400원 넘어

주방과 식탁에서 나온 음식자투리 등을 먹고 있습니다. 뒤편으로 보이는 수탉은 무리로부터 항상 따돌림을 당해서인지 신경이 예민합니다.
▲ 자투리 음식 재활용 주방과 식탁에서 나온 음식자투리 등을 먹고 있습니다. 뒤편으로 보이는 수탉은 무리로부터 항상 따돌림을 당해서인지 신경이 예민합니다.
ⓒ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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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마리 암탉으로부터 한 달에 얻는 달걀이 130개라고 가정하면 정확히 달걀 한 개 생산비용이 350원입니다. 물론 버릴 음식 자투리와 내 밭에서 나는 푸성귀 풀들을 뽑아 주긴 하지만, 돈으로 환산하면 아무리 낮춰 잡아도 달걀 1개 생산 먹이 값은 400원입니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어떤 분이 자연방사 유정란을 개당 1000원에 먹고 있다는 글을 올렸더라고요. 슈퍼마켓보다 훨씬 비싼 가격인데, 이 분은 개당 1000원씩이나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가 전무했습니다. 달걀을 수집하고, 이를 포장해서 택배 등으로 발송까지 해야 한다면 '생산 원가'는 400원을 훨씬 넘어 600~700원까지도 할 수 있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충분히 납득이 간다는 답글이 달렸더라고요.

농협에서 구입한 배합사료와 들기름을 짜고 난 깻묵을 배합한 먹이입니다.
▲ 닭 모이 농협에서 구입한 배합사료와 들기름을 짜고 난 깻묵을 배합한 먹이입니다.
ⓒ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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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생산 농가를 감싸거나 편들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저 자신 엉성하기 짝이 없는 솜씨로 닭을 키우는 엉터리 농부니까요. 더구나 달걀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농가에서 어떤 방식으로 먹이를 주고 달걀을 얻는지에 대해서도 지식이 전무하니, 어쩌고저쩌고 말할 자격 자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달걀이 싸고 비싸고를 떠나, 훌륭한 영양원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합니다. 맛에 대한 호불호는 떠나서 말입니다. 달걀 한 개 크기는 보통 짧은 쪽 직경이 4cm , 긴 쪽이 6cm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무게는 평균적으로 60~65g쯤이라고 합니다. 전체 무게 가운데 단백질과 지방을 합하면 1/4이라고 하니, 개당 15g 정도일 것입니다.

닭에게 고맙기만 합니다 

대략 40평 크기의 닭장에 8마리를 풀어 놨습니다. 방사 기준을 만족시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희들끼리 장난치고 싸우고 운동은 충분히 합니다.
▲ 방사 대략 40평 크기의 닭장에 8마리를 풀어 놨습니다. 방사 기준을 만족시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희들끼리 장난치고 싸우고 운동은 충분히 합니다.
ⓒ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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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나 소고기의 경우 음식점에서 보통 200g을 1인분으로 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달걀 12개 남짓입니다. 고기도 값 나름이겠지만, 가격만을 기준으로 한다면 달걀이 압도적으로 싸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달걀은 우유와 함께 비교적 완전식품에 가까운 대표적인 음식이죠. 이런 저런 영양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달걀에는 12종의 비타민, 6~7종의 무기질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콜레스테롤 함량도 적지 않아서, 순전히 달걀만으로 한 두달씩 끼니를 때운다면 건강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달걀은 연간 1조개 이상이 생산된다는 추정이 있습니다. 세계 인구를 75억 명이라고 하면, 연간 인구 1인당 '배정'될 수 있는 달걀은 130개 남짓입니다. 대략 일주일 2개씩이라는 얘기인데, 어떻습니까? 이보다 더 드시나요, 덜 드시나요? 사실 달걀은 부엌에서 찜이나 프라이로만 먹는 것은 아닙니다. 제과 제빵 과정에 사용되는 것은 물론, 독감 백신 의약품 등을 만드는 데만도 연간 수백만 개가 소모됩니다.

조류 인플루엔자 탓에 어쩌면 평소 잊고 있던 달걀의 진가를 확인하게 되는 건 일종의 아이러니입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모이 챙겨주는 일이 솔직히 말하면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에는 추운 날씨 때문에, 또 여름에는 고약한 닭똥 냄새로 말이죠. 그래도  새삼 녀석들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요즘 주변 사람들한테 거들먹거리면서 인심 좀 쓰고 있는 건 순전히 닭 때문이니까요. 저에게는 닭이 이렇듯 고맙기만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 카페 '땅과 사는 이야기'(cafe.daum.net/yourlot)에도 비슷한 글이 있습니다.



태그:#조류인플루엔자, #닭, #유정란, #달걀, #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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