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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조교의 경우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조교의 경우도 업무형태를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행정조교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근로자성을 부정하기가 힘들다.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동국대 원총)가 22일,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동국대 임봉준(자광스님) 이사장과 한태식(보광스님) 총장을 노동부에 고발했다.

이번 고발 조치는 동국대 원총학생회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조교실태 설문조사'에 기초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대학원생 조교는 행정조교의 경우 근로기준법상(이하 근기법) 근로자성이 명백하다.

또 2008년 이전까지 멀쩡하게 지급되어오던 퇴직금이 돌연 중단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동국대 원총은 퇴직금 미지급 외에도 4대 보험 미적용, 최저임금 미적용, 근로계약서 미교부, 주휴수당 미부여, 연차유급휴가 미부여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동국대 원총)가 22일,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동국대 임봉준(자광스님) 이사장과 한태식(보광스님) 총장을 고발했다.
▲ 동국대 대학원생들, 동국대 고발 기자회견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동국대 원총)가 22일,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동국대 임봉준(자광스님) 이사장과 한태식(보광스님) 총장을 고발했다.
ⓒ 신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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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동국대 원총의 노동부 고발에서 법적 판단의 핵심은 결국 조교의 근로자성 인정 여부일 것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2조 제1호에서 퇴직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는 근로자를 근기법 제2조 제1항 제1호의 근로자("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근로계약서 작성, 주휴수당 지급, 연차유급휴가 부여, 4대 보험 적용, 최저임금 준수 등이 모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아야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판례가 설시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판단기준

근로자성 판단과 관련하여 판례는 일관되게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대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한다며 '사용종속관계' 유무를 그 실질에 있어 판단하고 있다.

또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⑦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위의 판례)라며 사용종속관계 판단의 실질적 지표들과 형식적 지표들을 나누어 설시하고 있다.

판례 지표로 살펴본 동국대 조교들의 근무실태

따라서 위 판례의 근로자성 판단지표들에 실제 동국대 대학원생 조교들의 근무실태를 대입해 살펴보면 조교가 사용종속관계를 가진 근기법상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이하에서는 여러 조교 형태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며 근로자성이 강하다고 판단되는 행정조교를 대상으로 하여 따져보도록 하겠다. 

신정욱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총학생회장이 고용노동부 서울지청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 신정욱 대표자, 동국대 고발장 접수 신정욱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총학생회장이 고용노동부 서울지청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 신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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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 동국대학교 조교는 취업규칙 등에 준하는 '조교임용규정'에 따라 임용된다. 업무수행과정에서 교직원이나 교수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다. 이들의 지휘·감독 아래 조교들은 재물조사, 취업통계 및 졸업생 취업현황조사 및 보고서 작성, 입학, 졸업, 전과, 편입생 관리, 강사임용 업무, 시간표 작성 및 강의실 배치, 장학금 지급 업무, 문의전화 응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 대다수의 대학원생 행정조교들이 9시에서 5시(혹은 6시) 사이에서 자신의 수업시간을 제한 나머지 시간 동안 학과 사무실 등 지정된 장소에서 근무한다. 특히 학과 행정조교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강사들의 학사업무를 조력해야 하므로 첫 수업이 시작하는 오전 9시 이전에 반드시 출근하여 학과 사무실에 상주해 있어야 한다. 또 전화응대가 주 업무이므로 근무장소를 벗어나서 근무하기도 어렵다.

③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 행정조교들이 업무수행에 사용하는 컴퓨터와 각종 비품 등은 모두 학교의 자산이다. 행정조교는 조교임용규정에 따라 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연구등록 중인 자로 자격이 제한되며, 임용절차를 거쳐서 채용이 확정된다. 업무내용의 기밀성 등으로 본인이 제3자를 고용하는 것은 조교임용규정에서 정한 직권면직사유이다. 업무를 대행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④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 행정조교들은 고정급 130만 원을 '근로장학금' 명목으로 지급받는다.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 근로에 대한 대가로 '근로장학금' 130만 원을 받는다. 여기서 근로장학금이란 명칭이 문제 되는데,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는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조교들이 지급받는 근로장학금이란 조교 근로의 대가로 지급받는 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은?

☞ 형식적 지표로 근로자성 판단에 유의미한 지표가 아니다. 행정조교의 경우 130만 원 기본급이 정해져 있으며, 근로소득세는 징수하지 않는다.

⑦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는?

☞ 형식적으로는 매 학기마다 조교임용 제청으로 조교 임기를 연장한다. 하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임기가 연장되는 게 일반적이다. 한편 특정 부서에 배치된 행정조교는 해당 부서에 전속되어 업무를 수행한다. 또 조교 임용 시 4대 보험 가입확인서의 제출을 요구하여 타 직장 취업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므로 학교의 해당 부서에 전속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 형식적 지표로 근로자성 판단에 유의미한 지표가 아니다.

대학원생 조교는 왜 근로자가 아니란 말인가?

이상의 판단을 종합해 볼 때, 대학원생 행정조교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고용노동부 질의회시에서도 사립대학교 조교가 대법원 판례가 설시한 근로자성 판단지표와 유사한 요건을 갖춘 경우 근기법상 근로자로 판단한 바 있다(근기 68207-452, '97.4.8).

또 대학원생 조교처럼 근로자 지위와 피교육자 지위가 병존하는 위탁실습생과 수련의의 경우도 근기법상 근로자성을 대법원이 인정한 바 있다(대판 1987.6.9., 86다카2920, 대판 1991.11.8., 91다27730).

물론 종속노동성이 약한 교육조교의 경우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가능성이 크다. 연구조교의 경우도 업무형태를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행정조교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근로자성을 부정하기가 힘들다.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동국대 원총)가 22일,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동국대 임봉준(자광스님) 이사장과 한태식(보광스님) 총장을 고발했다.
▲ 동국대 조교 노동권 고발 기자회견 모습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하 동국대 원총)가 22일, 대학원생 조교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동국대 임봉준(자광스님) 이사장과 한태식(보광스님) 총장을 고발했다.
ⓒ 신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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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동부 고발의 대표자인 신정욱 원총학생회장은 기자회견장에서 "조교에 대한 노동권 침해는 동국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전국의 대학 총장과 이사장은 언제든지 자신이 피고발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대학원생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고발은 동국대 원총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가 주체로 참여했으며,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 소속 학생회인 고려대 원총, 서강대 원총, 서울과학기술대 원총, 서울대 원총, 중앙대 원총, 한양대 원총, 홍익대 원총, 그리고 동국대 학부 총학생회가 연대 참석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공인노무사이며, 이 글은 이번 사건 고발장의 내용을 기초로 작성되었습니다.



태그:#동국대, #조교, #고발, #신정욱, #조교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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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반려견 '라떼' 아빠입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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