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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백혈병환우회는 매년 송년회를 열어 백혈병을 이겨낸 사람들과 현재 투병 중인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겨울밤 행복 이야기'를 연다. 올해에는 12월 17일, 교대 인근 큐브아고라에서 '2016 겨울밤 행복 이야기'를 진행했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의 사회로 참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먼저 이시유 어린이 가족이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2014년에 골수이형성증후군 진단을 받은 시유는 그해 7월에 타인으로부터 조혈모세포 이식수술을 받은 지 2년 반이 지나 행사에 참석했다. 시유 엄마는 "시유가 올해부터 유치원에 다니고 얼마 전에는 취학통지서도 나왔다"면서 "환우회 행사가 어른들 중심이라고 생각해 나오기가 꺼려졌는데 나와 보니 가족들이 참여하기 좋은 행사 같다"고 감상을 밝혔다.

행사 참가자 중 가장 연장자인 정판배씨는 1994년 2월에 위암 절제수술을 받고 1999년 10월에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 받은 경우다. 이후 5년 동안 주사로 항암치료를 하다 재발해 글리벡 복용을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이날 함께 참석한 정씨의 아내는 "남편이 처음 아팠을 때가 기억난다. 그때 아이들이 8살, 7살로 초등학교 입학 때였는데 어느덧 큰 딸이 서른 살이 되었다"면서 "우리 부부의 내년 소망은 큰 딸을 시집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보다 긍정 바이러스 강한 '겨울밤 행복 이야기'

이날 '겨울밤 행복 이야기'에는 처음 참석한 참가자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충북 청주에서 직장생활 하다가 치료를 받으러 서울에 왔다는 김성균(가명)씨 모자 역시 한국백혈병환우회 행사에 처음 참석한 이들이었다. 김씨는 올해 초 건강검진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고 결국 10월 골수형성이상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얼마 전인 11월 22일에 타인으로부터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경우였다.

"TV를 보더라도 예능이나 드라마 같은 프로그램만 봐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TV를 봐도 답답한 일들이 많잖아요. 그러던 중에 한국백혈병환우회 홈페이지에서 행사에 대한 안내를 보았어요. 이거야말로 예능보다 효과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를 했어요. 오늘 참석하신 완치되신 환우분들 중에 언제 이식받았는지 기억 안 나신다는 얘기 듣고 부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6 겨울밤 행복이야기'에 참가한 한국백혈병환우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 한국백혈병환우회의 상근자들과 회원들이 소망을 적은 타임캡슐을 상자에 넣고 있다.(아래)
 '2016 겨울밤 행복이야기'에 참가한 한국백혈병환우회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 한국백혈병환우회의 상근자들과 회원들이 소망을 적은 타임캡슐을 상자에 넣고 있다.(아래)
ⓒ 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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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송년회에 처음 참석했다는 정나리(가명)씨는 2012년 2월에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았지만 7명이나 되는 형제 중 이식 조건이 맞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정씨는 큰 아들에게서 조혈모세포를 반일치로 이식받아 수술을 했고 부작용에도 시달렸다. 특히 몸무게가 급증해 78kg이나 나갔지만 운동과 식단 조절로 현재는 50kg까지 빼서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정씨는 "잘 버티니까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희망을 잃지 말고 내년에도 이 시간에, 이 자리에서 얼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치료 효과 좋다고 건강관리 소홀하면 안 돼"

한국백혈병환우회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상명씨 가족들에게 올 한해는 특히 힘든 해였던 모양이다. 이상명씨는 2011년 3월에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자매로부터 동종 이식을 받았고 올해 8월에 치료를 종료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합병증으로 쿠싱증후군을 앓게 되었다. 약 복용은 점점 늘었고 그만큼 부작용도 많아졌다.

"한국백혈병환우회를 알게 되면서 많은 희망과 도움을 받았어요. 올해 몸이 좋지 않아서 힘들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으려고 해요. 한국백혈병환우회를 알게 되면서 얻은 것 중 가장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앞으로도 한국백혈병환우회와 참석하신 여러분들과 함께 행복한 추억 많이 쌓고 싶습니다."

올해는 특히 독감 때문에 고생하는 환우들이 많았다. 3년 전, 막 치료가 끝난 상태에서 송년회 행사에 처음 참석했다던 강석민(가명)씨는 독감에 걸려 마스크를 끼고 행사에 참석했다. 강 씨는 "독감 주사도 맞았지만 결국 이렇게 됐다. 돌이켜보건대 그간 건강에 좀 소홀했던 것 같다. 최근 3년간 살아왔던 것과 다르게 앞으로는 좀 더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울타리상' 수상자는 클린카 2호 기사 권순철씨

매년 송년회에서 이루어지는 '울타리상' 시상식도 진행되었다. 올해 수상자는 무균차량 클린카 운전봉사를 하는 권순철 씨다. 권씨는 2014년 만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후 현재까지 치료 관찰 중이다.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고 잘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 치료를 안 하고 있다는 권 씨는 "좋은 상 주셔서 책임감을 느끼지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 같다."면서 "내년에도 건강하게 웃는 얼굴도 만나자"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날 참가자들은 내년 '겨울밤 행복 이야기'에서 개봉할 타임캡슐을 작성해 상자에 넣었다. 각자의 상황과 현실은 다르겠지만 어떤 소망을 바라고 있을지, 타임캡슐에 적힐 내용이 무엇인지 알 것도 같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좌측)가 '2016 울타리상' 수상자인 권순철 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백혈병환우회 대표(좌측)가 '2016 울타리상' 수상자인 권순철 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한국백혈병환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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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백혈병환우회, #겨울밤 행복이야기, #백혈병 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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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노동자. 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작업을 해왔으나 암 진단을 받은 후 2022년 <아프지만, 살아야겠어>, 2023년 <나의 낯선 친구들>(공저)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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