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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5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박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5일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박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 페이스북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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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여러분 고드름 되셨네요. 저도 발이 시리다 못해 아픕니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한파가 몰아친 지난 15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두툼한 겨울 점퍼와 귀마개로 무장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1시간가량의 집회를 마치고 수십 명의 지지자들과 시민에게 인사말을 했다.

박 시장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통과 전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후에는 장소를 광화문광장으로 옮겨 매일 저녁마다 집회를 열고 있다.

촛불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박 시장의 의지의 표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답보 상태를 걷고 있는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초조함과 절박함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많다.

촛불정국 이후 6위까지 추락... 이재명·안희정에게 뒤져

박 시장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후 최근 2개월여 동안 바닥을 헤매고 있다.

박 시장의 지지율은 '대통령 퇴진 촉구' 첫 집회가 시작된 지난 10월 말까지만 해도 6%대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 이어 4위권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그러나 '변방의 장수' 이재명 성남시장이 갑자기 치고 올라온 11월 초부터는 이 시장에 추월당해 5위로 내려앉았다.

12월 들어서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나 안희정 충남지사에게까지 밀려 6위로 추락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발표된 12월 15일자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지지율이 3.9%까지 떨어졌다.

작년 여름 메르스 사태 때 허둥지둥대던 정부와는 달리 다소 무리하다시피 적극적으로 대처해 여론조사 1위로 기염을 토하던 모습은 어느덧 감감한 옛날 일이다.

박 시장의 이같은 추락에 박 시장 주변 참모들은 다소 억울해하는 표정이다. 지난 5월 구의역 사고때 이미지 타격이 컸지만 실제 지지율은 큰 영향이 없었고 이후 큰 실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최순실 사태 이후 이어진 촛불정국에서도 박 시장의 대응은 크게 흠잡을 데 없었다. 조기대선이 치러지면 불리함을 무릅쓰고 "모든 것을 내려놨다"며 박 대통령의 즉각하야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고, 토요일이면 광화문광장에 직접 나가 시민들과 함께 호흡했다.

청와대 국무회의에 가서는 국무위원들의 면전에서 전원 사퇴할 것을 요구하는 결기를 보였고, 국회 시국토론회에서는 탄핵 이후 청와대·재벌·검찰 개혁방안 제시하는 장문의 발제를 내 '준비된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박 시장은 촛불집회에서 경찰 물대포에 물을 공급할 소화전 사용을 거부하는가 하면,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개장을 취소하고 지하철과 버스 운행시간을 연장한 바 있다. 또한 집회 현장 인근 개방화장실을 늘리는 등 촛불집회의 성공적인 진행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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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발언' 이재명 시장이 박 시장 지지율 다 가져간다?

촛불의 열기를 타고 은근히 지지율의 상승을 기대할 만 한데도 제자리 내지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이유는 뭘까.

박 시장 주변 사람들은 촛불정국에서 박 시장이 가져가야 할 지지를 이재명 시장이 다 챙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유의 선명하고 시의적절한 메시지가 담긴 '사이다 발언'으로 무장한 이 시장은 촛불집회가 시작된 10월 말까지만 해도 박 시장보다 지지율이 낮았다. 하지만 최근 일부 조사에서 18% 이상을 치고 올라가는 등 스스로 '형님'이라고 부르는 박 시장을 한참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촛불 국면에서 분노한 유권자들이 선명한 지도자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견고하고 충성심 높은 지지자가 적은 박 시장이 밀리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 센터장은 "박 시장이나 이 시장이나 저마다 분명하고 강경한 메시지도 던지고 있지만, 부드럽고 온화한 박 시장보다 이 시장이 보다 강경한 화법을 구사해 상대적으로 더 어필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한 측근도 "계속되는 외부 공격에 즉각 대응보다는 용서하고 넘어가는 '착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의 박 시장에 비해, 뭔가 단번에 시원하게 청산해버릴 것 같은 이재명 시장이 젊은 층에 먹혀들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박 시장의 아들 병역 문제나 동성애 옹호 같은 이슈가 진위와 관계없이 언론에 많이 회자된 것도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반면 주요 언론에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여질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현직 서울시장으로서 지명도가 있는 반면 정치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 시장은 세간에 출마가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명확히 출마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사퇴를 할 경우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고, 보궐선거에서 자칫 여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 등 박 시장의 5년 성과가 무위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어정쩡한 입장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광장 '국민주권수호대회' 무대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민이 이깁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광장 '국민주권수호대회' 무대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민이 이깁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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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들 "아직 기회는 있다, 곧 국면 바뀔 것"

그렇다면 박 시장의 지지율 회복은 가능할까.

윤희웅 센터장은 "지금은 야권 지지층을 문재인-이재명이 강고하게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박 시장이 끼어들 공간 자체가 없지만 기회가 소멸되지는 않았다고 본다"며 "촛불국면이 일단락된 뒤 앞선 두 주자의 지지율이 흔들릴 때 박 시장이 얼마나 준비된 모습을 보이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한 측근도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대중들이 지금은 감성적으로 호소력이 있는 이 시장을 선호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나고 조기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컨텐츠가 풍부하고 행정경험이 있는 안정된 후보를 찾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시 정무라인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회는 한번 더 있을 것이고 지금부터 시작된다고 본다"며 보다 빨리 지지율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헌재의 탄핵재판을 기다리면서 박근혜 퇴진 국면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대안제시 국면으로 급격히 옮겨갈 것"이라며 "새 대통령은 인수위 기간도 없이 당선된 다음날 바로 대통령이 되는 만큼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면서도 개혁을 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은 박 시장이 지난 5년간 서울시정을 해온 부분을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17일 올해 3번째로 광주를 찾아 망월동 5·18묘역 백남기 농민 묘를 참배하고 지지자들과 무등산을 등반한 다음 저녁에는 금남로에 열리는 박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정무라인 관계자는 "광주에서 대권도전 의지를 좀 더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박원순, #이재명, #지지율, #안희정,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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