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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사람들이 심리학에 대해 바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늘 표변하기 일쑤인 인간의 심리에 대한 조언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왜 이렇게 생겨 먹었는지, 관심 있는 이성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아야 하는지, 껄끄러운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원합니다. 다양한 형태로 출판된 수많은 대중적인 심리학 책들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을 한두 마디의 말이나 단순한 이론으로 설명하는 일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변수들을 다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나는 왜 오늘 저녁 폭식을 하게 되었는가'라는 간단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해도 고려해야 할 요인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단순히 점심을 부실하게 때웠기 때문에 저녁은 배불리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유난히 직장 상사가 까칠하게 굴어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오후 시간에 인터넷에서 맛집 기사를 찾아 본 것이 식욕을 돋우었기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요.

책 <딱딱한 심리학>의 저자 김민식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마음을 온전히 파악하는 일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단편적인 심리학적 지식이나 분석이 '과학으로서의 심리학'이라는 큰 그림을 못 보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심리학을 통해 마음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자동차 운전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죠.

일반 운전자들도 기본적인 자동차 구조와 기능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도 마음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는 이해하고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잘못된 마음의 운용(잘못된 판단이나 착각, 마음에 대한 비과학적 오류나 정신적으로 아프거나 부적응하게 되는 일 등)을 사전에 막거나 줄일 수 있다. - 서문 p. 16에서 인용.

<딱딱한 심리학>의 표지
 <딱딱한 심리학>의 표지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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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먼저 1부에서는 심리학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인간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너무나 많기 때문에 변인이 적절히 통제된 실험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연구 방법이 필요하며 실험 결과로부터 올바른 인과 관계를 도출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라면이 얼마나 해로운지를 알아 보기 위해 쥐에게 물도 안 주고 생라면만 먹여 건강이 나빠졌다는 실험처럼 설계를 잘못해서도 안 되고, 출신 지역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달리 나온 것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여 단순한 상관 관계에 불과한 것을 절대적인 인과 관계라고 해석해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어 2부에서는 마음이 하는 일 중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무의식적인 마음의 작용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알기 쉬운 예를 들어 자세히 설명합니다.

머리로 공부해서 아는 것보다 자전거나 수영처럼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것이 오래가는 현상, 어린이가 모국어를 학습할 때 원리를 몰라도 그냥 따라하다 보니 잘하게 되는 이유, 복잡한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를 풀 때는 그 문제에 무작정 몰입하기보다 다른 일을 한 다음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이 더 좋은 이유 등이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돼 있습니다.

마지막 3부는 의식할 수 있는 마음의 작용에 관해 다룹니다. 간단한 몇 가지 심리 실험을 통해, 생각보다 인간이 의식할 수 있는 범위가 크지 않다는 사실, 인간의 기억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상대적인 것이며 자기 멋대로 기억을 변형하기도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 줍니다.

그러면서 의식적 기억의 불완전함을 보완하기 위한 방법들도 제시합니다. 잠깐 머무르다 사라져 버리는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남겨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 그리고 많은 것을 기억해 놓을수록 정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능력이 향상되므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조언합니다.

마음과 관련해 문제를 겪는 사람들을 보면, 스스로 결정하고 기억하는 능력에 대해 지나치게 과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와는 다른 믿음을 굳게 지키려고 하기 때문에,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고 실패했을 때 크게 절망합니다.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큰 손해를 보거나 사기를 당하기도 하지요. 때로는 마음의 병을 크게 앓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치료제이자 위안이 될 것입니다. 인간의 마음은 참으로 그 전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마음의 도구마저도 많은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자신을 옥죄는 생각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 권오윤 시민 기자의 블로그 http://cinekwon.wordpress.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딱딱한 심리학>, 김민식 지음, 현암사 펴냄 (2016.10.30.)



딱딱한 심리학 - 달콤한 심리학이 놓친 마음의 본질

김민식 지음, 현암사(2016)


태그:#딱딱한 심리학, #김민식, #현암사, #인지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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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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