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여의도다.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하는 9일까지, 광화문의 촛불은 여의도로 옮겨간다. 탄핵 가부에 상관없이 광화문 촛불집회는 예정대로 열린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7일 '국회광장 유권자 시국대토론회' 계획을 발표했다. 8일과 9일 국회광장에서 주권자의 준엄한 요구를 전달하는 시국대토론의 장을 열어 탄핵 여부에 한 표 한 표를 행사할 국회의원들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퇴진행동'은 8일 오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9일 오후 1시 30분부터 국회 본회의 종료까지 국회 경내 의사당 앞 국회광장에서 시국대토론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시민 자유발언, 국회의원과의 토론회, 탄핵 표결절차 생중계 시청, 공연 등을 국회앞마당에서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광장에서 시국대토론회를 열려면 정세균 국회의장의 국회광장 개방 결단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 주변 100m는 집회가 금지돼 있고 국회광장은 국가적인 기념식 등 특별한 용도에 한해 개방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은 국회광장에서 열렸다.
퇴진행동의 공동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이태호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국회광장은 대통령 취임식이나 기념식,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주민들을 초청해 인사할 때는 열려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요구하러 갈 때엔 국회 담장 100m 앞에서 막힌다"고 지적하면서 "OECD 어느 나라도 국회를 담장으로 둘러치지 않는다. 역사적인 탄핵을 앞둔 국회의 앞마당만큼은 주권자인 국민에 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의장실에선 한번 국회광장을 열면 전례가 된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나쁜 전례는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며 "탄핵 의결하러 오는 의원들이 방해받을 걱정도 안 해도 된다. 탄핵과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국민들이 표결하러 하는 의원들의 안전을 보장했으면 했지, 왜 가로막겠느냐. 그런 걱정 하지 마시고 국민들에 광장을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정 의장은 국회개방 여부를 8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국회광장이 열리지 않아도 시국대토론회는 국회 100m 앞에 자리를 잡고 집회와 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8·9일 시국대토론회 말고도 국회의 탄핵가결을 압박하는 계획은 많다. 먼저, 퇴진행동이 매일 광화문에서 여는 촛불집회가 7일엔 여의도로 옮겨 새누리당사 앞에서 열린다.
8일 오후 3시부터는 '1000개의 만장, 만인의 바람'이 계획돼 있다. 탄핵이 가결될 때까지 시민들이 각 1개씩 1000여 개의 만장으로 국회를 포위하는 퍼포먼스가 준비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선 전국언론노조가 주관하고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하는 '박근혜 즉각 퇴진과 언론장악 분쇄를 위한 12.8 총궐기 투쟁'이 열린다.
정의당은 오후 6시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국정조사 일일보고대회 및 촛불시국연설회'를 연 뒤 노숙농성을 벌인다.
임시회 마지막 날이자 탄핵 표결 당일인 9일 오후 1시 30분부터 시국대토론회가 열리는 동안 민중연합당은 국회 앞에서 '박근혜 퇴진! 당원대회'를, 한국노총은 '박근혜 탄핵! 대표자 및 상근간부 결의대회'를 연다.
10월 말부터 매주 이어진 촛불집회는 탄핵 가부에 상관없이 열린다. '퇴진행동'은 10일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7차 촛불집회 명칭을 '박근혜 정권 끝장 내는 날'로 정했다. 탄핵이 되든 부결이 되든 박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는 요구를 청와대 100m 앞에서 외친다는 계획이다. 오후 6시 본집회 공연은 가수 이은미씨와 권진원/평화의나무합창단 등이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