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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의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대통령은 '여러분의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신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이제 중학생이 되었을 이들 어린 학생들은 이미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한 약속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만일 자신들의 얼굴이 박 대통령을 홍보하는 사진 속에서 이곳에 버젓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어린 학생들의 초상권도 보호해 주어야 한다."

(사)3·15의거열사김주열기념사업회, (사)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400여개 단체로 구성된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는 2일 국가보훈처 산하 국립3·15민주묘지 관리소장한테 '박 대통령의 대형사진'과 '박정희․박근혜 영상'의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창원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청와대 녹지원에서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창원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5월 5일 어린이날에 청와대 녹지원에서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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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운동본부는 지난 11월 28일 3·15민주묘지관리사무소를 항의방문한 데 이어 이날 공문을 보냈다.

3·15민주묘지 기념관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5월 5일 어린이날 청와대 녹지원에서 어린이들과 찍은 대형 사진이 걸려 있고, '3·15의거 이후 우리나라의 발전상'에는 박정희정권 당시 사진과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슬라이드 영상으로 나온다.

3·15민주묘지 조성․준공과 관련 있는 고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은 나오지 않는다. 3․15의거는 1960년 3월 15일 이승만자유당정권의 부정투표에 항거해 일어났던 민주항쟁으로, 전․현직 대통령은 성격에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15기념관에는 다른 대통령도 안 돼"

경남운동본부 등 단체들은 공문에서 "우리 고장은 1960년 마산 3·15와 4·11민주항쟁으로 4·19혁명이라는 위대한 민권승리의 역사를 만든 도시이며, 1979년 부마민주항쟁으로 박정희 18년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역사적 도시로서 창원시민들은 자신들의 고장이 민주성지라는 크나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3·15의거 기념관에 대해, 이들은 "자유와 민주를 외치며 불의한 독재정권에 피흘리며 싸운 시민들의 희생과 그 정신을 기리기 위한 성스러운 공간"이라며 "3·15의거 정신은 헌법전문에 명시된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의 원천"이라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곳에 5·16군사 쿠데타로 3·15와 4·19혁명을 짓밟고 18년 동안 독재권력을 휘두른 박정희와, 헌정파괴와 국정농단으로 현재 95%의 국민들로부터 퇴진을 요구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이 두 사람을 미화하고 칭송하는 동영상을 연속 상영하고, 또 박근혜 대통령의  대형사진을 게시해 놓은 것은 3.15의거를 모독하고 시민들을 모욕하는 일"이라 했다.

창원 국립3.15민주묘지 내 기념관에서 보여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을 김영만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가리키고 있다.
 창원 국립3.15민주묘지 내 기념관에서 보여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영상을 김영만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가리키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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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통령 사진도 안 된다는 것. 경남운동본부는 "박정희, 박근혜뿐만 아니라 국립3·15민주묘지 조성에 공로가 있다고 할 수 있는 고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는 동영상과 대형사진이 게시되어 있다 해도 우리는 분명히 반대할 것"이라 했다.

이어 "그건 대통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며 묘지 조성에 소요된 모든 재정은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이라며 "만일 그들의 치적을 홍보하고 싶다면 당사자의 이름이 붙은 개별기념관에 설치하며 될 일이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사진 철거를 언급했다. 이들은 "지금 전국 곳곳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하는 대구, 경북에서조차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시민들이 분노와 증오의 대상이 되어 모두 철거하고 있다"고 했다.

관리소장에 대해, 이들은 "지난 11월 28일 항의방문 사실과 철거요구의 뜻을 국가보훈처에 알리고, 또한 3·15기념관 관련 자문위원회와 상의하여 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언급했다.

개관 당시 전문위원은 누구?

경남운동본부는 3·15민주묘지 관리소장한테 국가보훈처 지시 사항 등을 묻고 답변을 요구했다. 이들은 공문에서 "국가보훈처에 우리의 항의방문과 철거요구 내용을 알리고 철거 여부에 대한 답변이나 지시 사항이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또 이들은 "국가보훈처의 답변이나 지시가 있었다면 그 내용과 결과는 무엇이며 보훈처장의 재가를 득한 것인지, 아니면 어느 부서의 어느 선에서 철거 여부에 대한 결정을 하였는지 알고 싶다"고 했다.

2015년 3월 5일 3·15의거기념관 재개관 당시 전시물과 설명 등을 담당했던 전문위원과 자문위원, 실무위원들이 누구였는지, 당시 그 과정에 국가보훈처가 관여했는지도 이들은 물었다.

또 이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홍보 자료가 개관 당시부터 있었는지, 아니면 이후 추가된 것인지도 물었다.

관리소장의 재량권이 있다고 한 경남운동본부는 "광주 5·18추모관 역시 국가보훈처가 관리하는 곳이지만, 3·15기념관에 설치된 영상이나 사진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며 "그렇다면 이런 설치물은 처음부터 국가보훈처의 일관된 계획이나 관리규정에 의한 강제성이 있는 설치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고 했다.

이어 "광주에는 없는 것이 창원에만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일로서 이는 해당 관리소 소장의 정치적 성향이나 왜곡된 역사관이 만든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소장의 재량으로 정말 철수할 수 없는 설치물이냐"고 따졌다.

경남운동본부는 3·15민주묘지관리소장한테 답변을 받아 보고, 향후 투쟁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 회원들이 28일 오전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 사진의 철거를 요청하자 관계자들이 막으면서 한때 실랑이가 벌어졌다.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 회원들이 28일 오전 국립3.15민주묘지 기념관을 찾아 박근혜 대통령 사진의 철거를 요청하자 관계자들이 막으면서 한때 실랑이가 벌어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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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3.15의거,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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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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