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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논쟁'이 뜨거운 2016년, 대한민국의 광장
 '기레기 논쟁'이 뜨거운 2016년, 대한민국의 광장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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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그룹이 문화, 체육, 정치, 의료, 교육, 외교, 국방까지 개입해 그야말로 대통령 수준의 권력을 휘둘렀다. 끝이 없을 것 같은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국민은 과연 이게 나라냐고 묻고 있다.

이 와중에 가장 돋보이는 것은 언론이다. 언론이 마비되었을 때 사회가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는지, 언론의 진실 추구와 감시 기능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이번 사태이기 때문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말을 드러내는 데에는 분명 언론의 역할이 컸다. 이 사안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는 한겨레와 JTBC, 경향신문 등 언론의 행보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하지만 과연 언론이 우리의 희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기괴한 국정운영을 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언론이기 때문이다. 조선·중앙·동아일보(이하 조중동)와 제 역할을 완전히 잃어버린 공영방송 KBS와 MBC를 비롯해 기계적 균형만 좇으며 진실보도를 외면했던 대부분의 언론은 충성을 다하여 썩어가는 정권을 비호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라면서 의혹을 한마디씩 던지는 여당 정치인들과 함께 언론은 최악의 공범이다.

특히 극단적인 정치적 편향성을 보였던 종편 시사토크쇼 또한 박근혜 국정파탄의 공범이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번 사태를 처음 터트린 것이 TV조선이고, 대표적 수구보수언론이라고 하는 조중동은 이 사안을 비교적 제대로 보도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당황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가 변한 걸까? TV조선은 왜 이러는 걸까?

그들은 늘 정치권력, 자본권력 사이에서 최고의 언론권력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밤의 대통령' 욕구를 가지고 있다. 보수정권을 계속 유지하며 그 기득권을 누리고 싶어하는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맘에 안 들고 한물 간 인물'의 기를 죽이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더 키우고 싶을 뿐, 수구보수라는 그들의 본질을 변화시키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그들의 보도는 여전히 문제다. 평화집회를 해야 한다며 계속해서 촛불집회에 견제구를 날리는 것은 애교이고, 지금도 자격 없는 대통령이 강행하는 한일군사정보협정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협정, 한반도 사드 배치, 대북 강경대응,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의 정책이 후퇴하거나 무산되어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글과 말이 조선일보와 TV조선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들 스스로 말하는 '국가정체성과 관련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게이트로 우리는 제대로 된 언론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특히 공영방송 KBS와 MBC, 연합뉴스, YTN 공영언론이 정권의 애완견이 되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여 그간의 악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종편의 편파 막장 방송을 견제하고, 저널리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좋은 언론을 지금보다 더 많이 소비하고 칭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언경님은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박근혜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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