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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최순실 등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언론재단앞 대형스크린에 박 대통령 담화 장면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광화문광장 너머 청와대 본관이 보인다.
▲ 박근혜 3차 대국민담화와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오후 최순실 등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언론재단앞 대형스크린에 박 대통령 담화 장면이 생중계되는 가운데, 광화문광장 너머 청와대 본관이 보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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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정한 일정대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임기를 다 채우지 않고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탄핵 방어용' 책임 떠넘기기라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2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면서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25일 대통령 연설문 사전유출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일각이 드러나 대국민 사과를 한 지 약 1개월 만이다.

'하야는 없다'가 기존 입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일보 전진한 결정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그 시점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점, 향후 대통령직 임기단축 등을 논의할 새누리당 지도부가 당내에서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점, 여당 일각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헌 이슈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점 등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은 국회 상황을 고려한 정치적 승부수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일단 당장의 탄핵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새누리당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이 이날 탄핵 단일안을 만들고 이르면 내달 2일 탄핵안 발의를 준비하던 상황이었다. 또 새누리당 비주류(비박근혜)는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이상'이라는 탄핵안 가결을 위한 당내 이탈표를 조직하고도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자신의 거취 문제를 국회에 맡기면서 사실상 새누리당 내 이탈표 결집을 막아섰다. 그간 친박(친박근혜)·비박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던 의원들을 향해 굳이 탄핵을 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명분을 준 셈이다.

'정치적 승부수'라는 해석은 박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한 탓에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제 모든 것을 내려 놓았다.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담화 당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해놓고 지금까지 검찰의 대면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 믿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자신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여전히 유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 해왔다"면서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인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박 대통령 본인이 '피의자'로 속속 지목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다시 비선 실세 최순실의 사리사욕 탓이라고 '꼬리 자르기'식 주장을 펼친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박근혜 정부에서 정상적인 국정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은 도외시한 채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궤변만 내놨다.

이번 사태의 경위 등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도 2차 대국민담화와 똑같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담화 당시 "그동안의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마땅합니다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날 담화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드리겠다"라고만 밝혔다.

"질문 있다. 세 번의 담화 중 질문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최순실씨와 공범 관계를 인정하느냐" 등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질문했을 때도 "여러 가지 무거운 말씀을 드렸기 때문에 다음에, 여기서 말씀드렸듯이 가까운 시일 안에 경위에 대해 소상히 말씀드릴 것"이라며 구체적 답변을 거부했다.

박근혜 대통령 3차 대국민담화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의 불찰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하시는 국민 여러분의 모습을 뵈면서 저 자신 백번이라도 사과를 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다 해도 그 큰 실망과 분노를 다 풀어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면 제 가슴이 더욱 무너져 내립니다.

국민 여러분, 돌이켜 보면 지난 18년 동안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은 더 없이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1998년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대통령에 취임하여 오늘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든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단 한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지금 벌어진 여러 문제들 역시 저로서는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그 과정에서 어떠한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는 가까운 시일 안에 소상히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동안 저는 국내외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길인지 숱한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하루 속히 대한민국이 혼란에서 벗어나 본래의 궤도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 정치권에서도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호소드립니다.



태그:#박근혜, #대국민담화, #최순실, #탄핵,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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