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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저녁 부산 도심인 서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하는 부산시민 2만 여명(집회측 추산·경찰 추산 5천명)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은 방송인 김제동씨가 사회자로 참여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일대를 행진했다.
 지난 20일 저녁 부산 도심인 서면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하는 부산시민 2만 여명(집회측 추산·경찰 추산 5천명)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은 방송인 김제동씨가 사회자로 참여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일대를 행진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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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이야기합니다.

"엄마, 오늘 학교에서 박근혜는 하야하라 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그런 이야기를 나눴나 해서요.

"선생님이 자리를 비우셨는데 길동(가명)이가 박근혜는 퇴진하라 했다. 그래서 나도 '박근혜는 하야 하라 하야하라' 했어. 또 다른 아이들도 따라하고."
"어, 선생님 안 계실 때 했다고?"
"응."

휴…. 그래도 다행입니다. 선생님 앞에서 아이들이 그랬으면 선생님도 어찌 답을 할지 몰라 많이 민망하셨을 겁니다.

비아그라가 뭐야?... 이런 질문 나오면 난 어찌해야 하나

[만평] 비아구라
 [만평] 비아구라
ⓒ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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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친구가 지난 12일 집회에 갔다며 집회에 데려가 달라고 했습니다. 저와 남편 그리고 대학생인 첫째는 돌아가면서 그간 집회에 계속 참석했습니다. 막내는 한번도 데려가지 못했습니다. 지난 19일에는 다른 일정이 있어서 식구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11월 26일은 원래 김장를 담글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사태를 못 파악하고 있는 대통령 때문에 계획을 변경해서 집회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제발 12월 초엔 사태가 마무리돼 저희 식구들이 김장을 하게 되길 바라고 있지만, 돌아가는 시국을 보니 제가 원하는 대로 될 것 같진 않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인 대통령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난 23일엔 청와대가 비아그라·팔팔정을 구매했다는 기사까지 나왔습니다. 이제 아이가 청와대 비아그라 따위를 물으면 어떻게 이야기해줘야 할까요? 참담합니다.

히말라야 등반할 때 고산병 예방을 위해 비아그라를 먹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습니다. 물론 효능이 입증된 건 아니라 반신반의로 먹었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의 어떤 주치의가 정식으로 인증받은 치료약도 아닌 비아그라를 고산병 예방 목적으로 처방 내렸을까요.

비아그라는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구매할 수 없는 약입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구매했을 테니 국민의 궁금증은 당연히 풀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설마 이것도 대통령의 사생활이라 못 밝힌다 하진 않으시겠죠? 이쯤 되면 아예 누군가가 청와대를 무슨 구매대행 창구로 생각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까지 듭니다.

"저런 사람인 줄 모르고 뽑았어?"

지난 2012년 12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 앞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2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 앞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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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대통령의 실정에 대해 말도 안 되는 해명들을 하기 싫어서 근 10년간 집에 텔레비전 없이 살았습니다. 신혼 때 산 텔레비전이 고장 난 뒤로 아예 새로 사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니 대통령이 얼마나 실정을 하는지 아이들이 알 길도 없고, 또 제가 그런 것을 설명할 일도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10월 말부터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중학생 아이가 묻저군요. 

"저런 사람인 줄 모르고 뽑았어? 도대체 뽑은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뽑은 거야?"

저는 뽑지도 않았는데 제가 왜 그 대답을 해야 하는지 좀 억울하고 난감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엄마인 저는 이 사회를 설명하고 해석해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건 아이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제가 이 땅에 태어나게 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사 힘든 일도 있겠지만 살만하다. 이런 메시지를 저는 아이들에게 줘야만 합니다.

"아마 뽑은 사람들도 저 정도일 줄을 몰랐겠지. 그래서 지금 사기당한 기분이고 많이 후회도 하고 있을 거야."

그 뒤로도 아이들은 최순실이 누군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제게 묻습니다. 청와대 비아그라 기사가 난 지금 사실 글을 쓰면서도 걱정이 됩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어른이고 싶지 않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4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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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이런 기사가 난 것을 알고 제게 물어오면 저는 뭐라고 답해야 하나요? 자식들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비아그라가 끝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아직도 국민이 아는 것은 빙산에 일각에 불과하다는 말이 여기 저기서 나옵니다.

정두언 전 의원은 일전에 '더 알려지면 박 대통령 좋아하는 사람은 밥도 못 먹을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게다가 검찰도 '녹취록을 단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은 횃불을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직 얼마나 더 제가 아이들에게 낯부끄러운 해명을 해야 할 거리가 남았는지 화나 치밀어 오릅니다.

이제 제발 대통령은 모든 잘못을 스스로 밝히고 해명하고 사죄하길 바랍니다. 그중 제일 중요한 '세월호 7시간' 행적 또한 유가족과 국민에게 밝히고 속죄하길 바랍니다. 당신이 존경하는 당신의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해야만 합니다. 그분은 당신의 실패를 가장 마음 아파 할 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에서 엄마 노릇 하기가 이리 힘든 날이 또 있었을까요? 자식들 앞에서 엄마들이 더 이상은 부끄러운 해명을 하는 일 없게 제발 이제 내려오면 좋겠습니다. 더 이상 부끄러운 엄마가, 어른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곁에 계신 분들도 자식 얼굴 생각해서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이 현명한 판단을 하게 도움 주셨으면 합니다.


태그:#박근혜, #비아그라, #팔팔정, #청와대, #세월호7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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