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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쿠즈다마신사(多久頭魂神社)를 구경한 우리들은 '은어맞이(鮎もどし)자연공원 캠핑장' 쪽으로 방향을 잡고 달렸다. 차를 달리다가 내가 길옆에 있는 작은 다다미 공장을 발견했다. 일본 가옥에서 바닥을 덮는 데 쓰는 짚으로 만든 직사각형 돗자리인 '다다미(畳)'를 만들고 있는 어르신을 만난 것이다.

쓰시마에 몇 곳 없다고 한다
▲ 다다미 공장 쓰시마에 몇 곳 없다고 한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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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차를 세워서 안으로 들어가며 인사를 했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인데, 잠시 구경을 하고 싶다고 했다. "혼자서 50년 가깝게 작은 다다미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구와(久和)씨는 "중학교를 졸업하고는 기술을 배웠고 이제는 쓰시마에 2~3개 정도 남아있는 다다미 공장 중에 하나인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곳곳에 완성된 다다미와 만들고 있는 다다미가 있었고, 나무와 다양한 기계 및 볏짚과 왕골도 보였다. 요즘 "한 장에 1만~1만 5천 엔 정도 한다"는 다다미는 "중국산이 밀려오면서 별로 재미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쓰시마는 인구가 적고 변방이라 다행히 국내산을 많이들 쓴다"고 했다. "건강하여 10년은 더 일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내가 나중에 "관광객들과 함께 다다미 만들기 체험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2~3일 전에 예약을 하고 오면 "사람 숫자에 상관없이 1시간에 1만 엔 정도면 봉사를 하겠다"고 했다. "대략 하루에 10~15개 만들고 있다"는 다다미는 "요즘에 일이 줄어 쉬는 날도 많다"고 했다. 아무튼 다음에 올 기회가 있으면 단체로 다다미 만들기 체험을 한번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울러 쓰시마에는 시 당국의 주도로 이즈하라 읍내 역사탐방, 조선식 산성인 가네다성 탐방, 몇 곳의 삼나무 원시림 탐방, 스쿠버 다이빙과 카약 체험, 아소만의 유람선 타기, 메밀국수 만들기와 승마 체험장이 있다고 한다.  

쓰시마
▲ 은어맞이 공원 쓰시마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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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계곡이 무척 좋은 은어맞이(鮎もどし)자연공원 캠핑장이다. 출렁다리와 함께 아래의 계곡에는 종일 비가 와서 그런지 무척 물이 많고 물소리도 요란했다. 다리를 건너 안쪽에 자리한 캠핑장과 관리동 시설은 좋아보였는데, 관리인이 상주하지는 않는지 약간은 방치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겨울이 다가오는 시절이라 캠핑족이 줄어서인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저 물소리를 잠시 듣고는 너럭바위를 걷다가 올라왔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자판기가 있어 녹차와 초콜릿을 하나씩 뽑아서 먹었다. 아이스크림 자판기는 처음 보는 것 같다. 개당 130~160엔 정도 하는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었다.

처음 본다
▲ 아이스크림 자판기 처음 본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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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해가 지려고 하여 다시 이즈하라 시내로 이동한다. 단체로 시내 관광을 했던 사람들이 대형 슈퍼마켓으로 가서 쇼핑을 한다고 하여 나도 잠시 들어가 보았다. 쓰시마는 일본에서 보면 오지의 섬이라 물가는 별로 싸지 않은 듯했다.

필요한 것도 살 것도 별로 없었지만, 아들놈이 "아빠 좋은 것을 드시고, 쉬면서 작은 선물하나는 사오세요"라고 한 말이 생각나서 초콜릿을 다섯 개 샀다. 한국에서 통상 개당 1500원 정도 하는 것이 이곳에서는 100엔에 팔고 있으니, 30%는 저렴한 것 같다. 득템(得+Item)이다.

사실 나의 외국에서의 쇼핑 원칙은 "한국과 비교하여 최소한 비슷하거나 싼 것만 산다"인데, 일본에서도 의외로 한국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바로 순수 일본산 제품들이다. 오늘은 일본에서 많이 생산되는 초콜릿으로 몇 개 산 것이 성공이다.

이런 좋다
▲ 철판구이 저녁 이런 좋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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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인근에 있는 철판구이 전문점으로 갔다. 해산물을 비롯하여 쇠고기, 돼지고기, 채소, 닭고기 등을 구워서 먹는 불고기집으로 남자 3명이 먹기에는 조금 부족하여 옆에 앉은 여자 분들의 분량을 조금 얻어 추가로 먹었다.

섬은 크지만 인구가 적은 쓰시마는 최근 늘어나는 한국관광객으로 인하여 우선은 숙소가 대단히 부족하다. 물론 개인이 2~3명 방문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어디든 민박이나 여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체로 관광을 오는 30~40명이 함께 숙박을 할 수 있는 곳은 몇 곳 되지 않아서 늘 숙박업소는 성수기라고 한다.

아울러 식당 또한 마찬가지다. 작은 곳은 한국인 출입을 금하는 곳도 있기는 하지만, 단체관광객이 많은 쓰시마의 특성상 대형식당이 몇 군데 없어, 늘 이런 업소만 붐빈다. 따라서 이런 업소에는 한국인 손님뿐이고, 일본인들은 거의 찾지 않는 단점이 있다. 아무튼 요즘 쓰시마는 숙소와 식당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바닷가의 별장
▲ 숙소 바닷가의 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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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숙소로 정한 리조트로 가기 위해 30분 정도 이동하여 남섬의 북쪽 끝에 있는 '다케시키(竹數)'로 갔다. 한국인 운영한다는 이 리조트는 "바로 옆에 자위대 부대가 있어 너무 조용했지만, 잘못하여 철책을 건너면 총에 맞을 수 있다"고 미리 가이드가 겁을 준 곳이다.

바로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어, 리조트의 한쪽에서는 바다낚시가 가능하고, 단층의 숙소동이 5~6동 정도 있고 방이 30개 정도는 되어 보였다. 입구에 식당과 함께 사무동이 있어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인터넷 사정이 별로 좋지 않은 곳인데, 리조트의 입구에서만 와이파이(Wireless Fidelity) 접속이 된다고 하여 아침저녁으로 젊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나도 한국에 있는 가족과 지인들에게 인터넷으로 연락도 하고, 사진도 몇 장 보내기 위해 이곳을 조석으로 오가며 여러 가지 것들을 확인했다. 늦은 시간이라 리조트 구경은 아침에 하는 것으로 하고는 세면과 동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빵으로 나중에 보충
▲ 아침은 조금 빵으로 나중에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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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5일(화) 아침이다. 하늘이 무척 맑고 좋다. 나는 아침 산책 겸 운동을 위해 리조트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숙소의 바로 앞에 바다이고, 아소만이 너무 잔잔하여 그냥 호수 옆에 지은 집 같다. 정말 금방이라고 낚싯대를 드리우면 고기가 올라올 것 같아 보인다. 눈으로도 물고기가 많이 보인다. '이래서 낚시 광들이 쓰시마를 많이 찾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식사는 조금 부실했다. 일본인들의 아침 그대로이다. 밥에 생선 한 조각, 김 조금, 샐러드와 된장국, 단무지 3개, 우엉 조금에 보리차 한 잔 이것이 전부였다. 아무튼 아침을 먹고는 본격적인 트레킹의 길을 떠난다.     

북섬의 중상단에 자리한 '미야마(深山)의 천세교(千歲橋)' 앞에서 출발하여 영문자 U 모양으로 걷어가는 트레킹로인 '조선통신사의 길, 사스나(佐須奈)코스'이다. 최종 목적지는 사스나 소방서 앞이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조선통신사의 일부가 걸었던 길을 반대로 걸은 것이다.

표고버섯 재배용 삼나무
▲ 조선통신사의 길을 걷다 표고버섯 재배용 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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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이 부실했다고 생각한 나는 급히 빵을 몇 개 사서 먹고는 출발을 했다. 대략 11km 정도의 길로 오전 9시 30분에 출발하여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중간에 먹고 산을 넘어 사스나로 향하는 길이다.

총 4시간 조금 넘게 임도를 따라서 걷는 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나무 수종인 삼나무 숲길이다. 삼나무는 연평균 기온 12∼14℃, 강우량 3000mm 이상 되는 계곡에서 잘 자란다. 높이 40m, 지름 1∼2m에 달한다.

삼나무 숲이 정말 대단
▲ 조선통신사의 길을 걷다 삼나무 숲이 정말 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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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웅동주로 꽃은 3월에 핀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대량으로 심어서 일본에 꽃가루 알러지(pollen allergy)를 대대적으로 유발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원예품종과 조림용 품종이 있고 수령이 길기 때문에 각종 전설이 깃들여 있는 종류가 많다.

햇빛을 좋아하는 양수(陽樹)이며, 건축용 목재로 많이 쓰인다. 산골에서는 표고버섯 재배용으로 사용이 많은 편이다. 임도를 따라서 숲을 옆으로 지나는 길이지만, 수령이 50~80년은 되어 보이고, 높이가 30m 이상인 삼나무를 보고 걷는다는 것이 꿈만 같다. 숲 가운데에 서니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이다.

울창한 삼나무 숲
▲ 조선통신사의 길을 걷다 울창한 삼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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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의 끝물이라 삼나무 숲의 언저리에 있는 예쁜 단풍도 보이고, 표고버섯을 재배하기 위해 잘라 둔 나무도 곳곳에 보인다. 두 시간 넘게 개천과 나란히 있는 임도를 그것도 아침 시간에 걷는 기쁨은 상당했다. 중간에 잠시 쉬면서 피톤치드(Phytoncide)를 조금이라도 더 마시기 위해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삼나무 숲을 따라 임도
▲ 조선통신사의 길을 걷다 삼나무 숲을 따라 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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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도 많았지만, 곳곳에는 일자로 줄을 맞추어 조림을 한 삼나무들이 가득했다. 두 시간을 걷고 나니 빈집이 4~5채 정도 보인다. 예전에 작은 마을이 있었나 보다. 조금만 수리하면 쓸 만해 보였지만, 이제 인구가 줄어 이곳에 들어와 살 사람은 없어 보였다.
빈집도
▲ 조선통신사의 길을 걷다 빈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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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30분 정도 걸어가서, 미리 준비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산속에서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길을 조금 더 걸어 드디어 임도가 끝나는 지점에 다다른다. 이곳부터는 10분 정도 산돼지의 길을 걸어 올랐다가, 다시 10분 정도 하산을 하게 된다.

점심은 도시락
▲ 조선통신사의 길을 걷다 점심은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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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도 아니고, 등산로도 아닌 관계로 위험천만했지만, 조심해서 천천히 걸어가니 어렵지 않게 지나갈 수 있었다. 하산을 시작하는데, 아래에서 누가 소리를 지른다. 누군지 잘 몰라서 조금은 급하게 내려갔더니만, 인근에 제재소와 민박집을 하는 일본인 어르신으로 "관광객들이 산길을 넘어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해서 트럭을 몰고 왔다"고 했다.

간벌을 하고 있는 삼나무 숲
▲ 조선통신사의 길을 걷다 간벌을 하고 있는 삼나무 숲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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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고 힘든 사람이 있으면 내 트럭에 4~5명 탈 수 있으니 타라"고 했다. 자신의 "민박집에 한국인 손님이 많아서 인사말 정도는 한국어로 가능하다"고 했다. 다행히 다들 힘들지 않게 산을 넘어와서, 아무도 차에 타지 않고, 남은 1km 정도를 더 걸었다.

일직선의 조림 목
▲ 조선통신사의 길을 걷다 일직선의 조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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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나로 가는 마지막 임도는 별로 볼품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길이 끝난다는 안도감에 편안하게 마무리 했다. 역시 길 끝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민박집도 있고, 방금 만난 일본 어르신이 경영하는 제재소와 민박집이 있었다.

길 안내자 고 선배랑 같이
▲ 조선통신사의 길을 걷다 길 안내자 고 선배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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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를 한 고광용 선배는 "이곳에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민박집과 함께 찻집을 하나 만들고 싶다"고 했다. 트레킹 전문가다운 정말 멋진 계획이다. 그리고 이내 종착점인 소방서 앞이다.

종착지, 사스나 소방서
▲ 조선통신사의 길을 걷다 종착지, 사스나 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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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조국의 역사와 조선통신사, 한일교류사를 생각하면서 삼나무 숲을 너무 신나고 즐겁게 장시간 동안 걸었다.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멋진 임도에 삼나무가 많아서 너무 행복한 트레킹이었다. 


태그:#조선통신사의 길을 걷다, #쓰시마, #일본 ,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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